사찰 속 숨은 조연들
잊혔거나 알려지지 않은
저작·역자 | 노승대 지음 | 정가 | 3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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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22-04-29 | 분야 | 역사문화 |
책정보 |
판형 크라운판 변형(170×230mm)|두께 23mm 456쪽 | ISBN 978-89-7479-119-3 (03910) |
사찰 구석구석 기묘한 존재들의 진기한 내력
사찰은 신전(神殿)이다.
중심 전각에 자리한 부처님을 제외하고도 사찰 구석구석 ‘초월적’인 능력과 ‘기괴한’ 외모를 지닌 존재들이 조각이나 그림으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큰 사찰인 경우 그 수가 100명 이상 되어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이니, 불교 경전에 기록된바 그들이 거느린 권속(眷屬)까지 헤아리면 사찰에 구축된 세계관은 그리스신화나 북유럽신화의 세계만큼이나 거대하다.
이들은 간혹 만화나 영화 등에 등장하기도 한다. 웹툰 원작의 영화 〈신과 함께〉에서 망자(亡者)인 주인공을 심판하는 왕들(시왕), 영화 〈사바하〉에서 악귀를 잡는 악신으로 일컬어진 네 신(사천왕), 만화 『극락왕생』에 등장하는 보살들과 도명존자, 무독귀왕 등이 그렇다. 이들은 비록 주인공이 아니지만 생경하고도 신비로운 존재로 황금 조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펼치는 판타지 이면엔 기원전 인도에서 시작되는 오래되고 광범위한 역사와 갖가지 사연이 있다. 그럼 그들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떤 이유로 절집에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이번 저서에서 가히 ‘신(神)’이라 할 수 있는 사찰 속 기묘한 존재들의 숨은 내력을 뒷조사한다. 종교와 역사, 신화와 설화를 종횡무진 오가며 밝히는 그들의 정체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는 남다른 의미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40여 년간 전국의 사찰을 답사하며 그러모은 이야기보따리. 저자는 우리를 절집에 자리한 사후세계는 물론 천상의 세계로 안내하며 진귀한 경험을 선물한다.
노승대
경기도 양주에서 출생했다. 1975년 입산해 광덕 스님을 은사로 모셨으며 10여 년 뒤 하산했다. 구도의 길에서는 내려왔으나 그 길에서 찾았던 ‘우리 문화’에 대한 열정은 내려놓지 않았다. 에밀레박물관 조자용 관장님께 사사하며, 관장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18년간 모셨다. 1993년부터 문화답사모임 ‘바라밀문화기행’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2000년부터 7년간 인사동문화학교 교장을 맡기도 했다.인사동문화학교 졸업생 모임인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도 전국 문화답사를 다니고 있다. 그는 가족같은 동호인들과 함께 우리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공부하는 것을 금생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항상 길 위에 있다.
답사 틈틈이 <불광>, <사람과 산>, <템플스테이> 등에 우리 문화와 관련된 글을 기고하여 왔으며, 저서로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불광출판사, 2019), 『바위로 배우는우리 문화』(무한, 1999)가 있다.
Ⅰ 명부전의 존상들
지장삼존
시왕
동자
문수동자
보현동자
선재동자
명부전의 동자들
명부의 관리들
판관과 녹사
저승사자
귀왕과 장군
Ⅱ 절집의 외호신
사천왕
금강역사
팔부신중과 팔부신장
위태천과 예적금강
Ⅲ 보살과 나한
협시불과 협시보살
비로자나삼존
석가삼존
아미타삼존
관음삼존
약사삼존
나한
십대제자
십육나한
십팔나한
오백나한
나반존자
나한전의 호법 신중들
절집의 ‘신 스틸러(scene stealer)’,
그들의 진귀한 비밀을 캐내다!
• 웹툰 「신과 함께」에서 주인공 자홍을 심판하던 명부의 왕들
• 영화 〈사바하〉에서 악귀를 잡는 악신으로 소개된 네 명의 장군 신들
• 이들은 누구이고, 왜 우리 절집에 자리하고 있는가
자, 사찰을 하나의 무대라고 상상해 보자. 그 무대의 주인공은 단연 ‘부처님’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을 끄는 ‘황금 조연’들이 있으니…. 그들은 사찰에 들어오는 이들을 향하여 주먹을 날릴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거나, 여섯 개의 팔에 날 선 무기를 지닌 채 성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옆엔 이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천진한 미소를 지닌 동자들이 뛰놀고, 벌거벗은 사람들에게 벌을 주면서도 한없이 바빠 보이는 존재도 있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이고, 왜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가?
전각과 불상, 탑 등을 이야기하는 여느 문화재 안내서와 달리 조각이나 그림으로 남아 절집에 모여 사는 동식물, 우리 전설 속 존재 등 뜻밖의 대상을 소개한 전작으로 주목을 받은 저자. 이번에는 가히 신(神)이라 할 수 있는 사찰 속 기묘한 존재들의 진기한 내력을 뒷조사한다. 그렇다면 40여 년 사찰 문화답사 경력의 전문가인 저자가 만난 ‘절집의 숨은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절집의 신비한 존재를 찾아 떠나는 모험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불교에서 말하는 사후세계, 즉 명부(冥府)의 존재에 관한 내용이다. 지옥 중생의 구제를 대원(大願)으로 삼은 지장보살과 협시(夾侍)인 도명존자‧무독귀왕, 그리고 열 명의 지옥 심판관인 시왕과 중생의 생전 선악(善惡) 행위를 빠짐없이 기록해 보고하는 선악동자 등이 그 주인공이다.
2부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그 가르침을 따르는 모든 자를 보호한다고 하여 ‘호법신중(護法神衆)’이라 불리는 존재들의 이야기이다. 사찰 입구에서 위협적인 모습으로 방문자들을 맞이하는 사천왕과 금강역사, 여덟 그룹의 신중 부대인 팔부신중, 신중들을 호령하는 젊은 장군 신 위태천 등이 거론된다.
마지막 3부는 부처님 가장 가까이에서 오른팔과 왼팔 역할을 하는 협시, 그리고 괴팍한 성격을 가졌지만 중생의 소원을 잘 들어준다고 알려진 영험한 존재 나한을 다루었다.
저자는 이들 존재가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신앙의 대상이 되어 우리 사찰에 자리하게 된 경위까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추적한다. 그 근거는 종교와 역사의 오랜 문헌과 기록, 민간에 이어져 온 설화와 신화, 옛 인도 땅과 중국, 우리나라 등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저자는 이들을 종합하여 이제 미지의 존재, 미지의 공간이 되어버린 이 책의 주인공들과 그 세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걸 목표로 한다. 한 예로 망자가 경험하게 될 명부 여행의 과정을 한국판 「신곡」을 그리듯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우리 불교문화와 전통문화 속 진귀한 세계로 떠나는 모험에 기꺼이 가담케 한다.
한국형 판타지의 신 스틸러가 되다
사실 우리는 비단 사찰의 조각과 그림에서뿐만 아니라 만화,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의외의 순간 이들을 만나왔다. 각 부에 소개되는 사찰의 신비한 존재들은 한국형 판타지의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를 꼽자면, 웹툰 원작의 영화 〈신과 함께〉에는 주인공인 망자(亡者) 자홍의 생전 선악(善惡)을 심판하는 명부의 존재로 염라대왕을 필두로 한 ‘시왕’이 등장한다. 영화 〈사바하〉에는 악귀를 잡는 악신으로 ‘사천왕’이 소개되고, 인기 만화 『극락왕생』에는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 ‘문수보살’을 비롯하여 주인공을 돕는 ‘도명존자’와 그의 라이벌 ‘무독귀왕’이 등장한다. 제목을 상징적인 의미로 차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영화 〈아수라〉나 〈야차〉의 경우가 그렇다.
이렇듯 친숙하고도 낯선 존재들은 불교의 세계관을 응축한 공간 안에 조각이나 그림으로 봉안되어 나름의 일가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타임라인 위에서 현실적인 고통으로 신음하는 중생의 구제를 위해 저마다의 임무와 역할을 수행한다.
신비함 이면에 새겨진 거대한 역사
놀라운 것은 이들 이면에 새겨진 역사적 맥락을 더듬어 볼 때 거대한 지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원전 인도에서 서역, 중국을 거쳐 우리 땅에 도래하였다. 더욱이 그 오랜 기간, 광대한 지역을 건너오며 각 지역의 문화와 습합‧변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는 그 문화권에서 숭앙된 타 종교나 민간신앙은 물론 전쟁이나 기근 등 당시 사회적 분위기나 사건 등의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한 예로 신중 가운데는 비슈누, 시바 등 힌두교의 신이나 우물 신, 측신 등 우리나라 재래신도 포함된다. 한편 임진왜란, 병자호란과 같은 혼란 상황 속에서 조성된 조선시대 사천왕상 발 밑에는 왜군, 청나라 병사의 조각이 악귀 대신 자리한다.
중생의 삶에 더욱 가까운 존재로 민중에게 있어 자신들을 지켜줄 수호신이자 복, 장수 등을 빌 사복신(賜福神)이 된 불교의 신. 이들은 당시 사람들의 염원과 소망, 불안과 고통을 읽을 수 있는 역사적 증거로서 단순한 흥미만으로 읽어 넘기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과거부터 삶의 여러 순간 그들을 향해 기도해 온 흔적은 점점 사라지고 세대를 거듭하며 생경해졌으며 더욱 신비하기만 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흥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들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절집에 자리한 이들의 오랜 역사에 한 번 놀라고, 신비함 이면의 진짜 의미에 두 번 놀라게 될 것이다.
이제 저자의 안내에 따라 저승인 명부는 물론 불교의 신들이 사는 하늘세계와 부처님의 일가를 이룬 협시‧나한의 세계를 함께 탐험해 보자.
원래 인도의 고대의 베다신화에는 하늘을 관장하는 브라흐마(Brahma)와 땅을 관장하는 프리티비(Prithivi)가 등장한다. 이 프리티비를 “지신(地神)”, “지모신(地母神)”이라고도 하는데, 만물의 생육을 관장하고 망자(亡者)를 보호해 주는 신이다. 이 지모신을 산스크리트어로 “Ksitigarbha”라고 한다. 여기서 “크시티(Ksiti)”는 땅을, “가르바(Garbha)”는 모태, 함장(含藏)을 의미한다. 곧 대지가 무수한 종자를 품어 길러주고 있다고 하여 “지장(地藏)”이라 의역한다. _ 19쪽
시왕 중 우두머리 격인 염라대왕은 망자의 과거를 모두 비추는 업경대(業鏡臺)를 통해 망자의 생전 악업을 심판한다. 그에 비해 지장보살의 구슬은 망자의 착한 인연을 다 비춘다. 곧 염라대왕의 업경대가 죄인을 벌주기 위해 지난 잘못을 다 밝혀내는 도구라면, 지장보살의 구슬은 조그마한 착한 행위 라도 찾아내 지옥에서 구원하기 위한 도구인 것이다. _ 40쪽
야마는 인류 가운데 가장 먼저 죽는 바람에 사후세계의 개척자가 되었다. (…) 기원 전후에 사람의 인지가 더 발달하면서 인도신화에도 큰 변화가 나타난다. 전생에 나쁜 짓을 한 죄업 중생과 천상세계에서 죄를 지은 존재들이 가야 할 지옥이 필요해진 것이다. 야마는 사후세계의 관장자로서 자연스럽게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 주재자가 되었다. 이러한 관념들이 불교에 수용되면서 야마는 천상세계인 야마천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지옥세계를 통솔하는 염라대왕의 역할도 맡게 되었다. _ 54쪽
산동성 태산(泰山)은 중국 오악(五岳) 중의 하나인 동악(東岳)으로 역대 천자가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봉선(封禪)의식을 행하는 산이기도 하지만 혼령이 머무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산에는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태산부군(泰山府君)이 머물고 있어 망자의 영혼은 여기로 돌아와 생전 행위의 선과 악을 재판받는다고 믿어져 왔다. _ 58쪽
겨우겨우 강을 건너면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남녀 두 노인이 지키고 있는데 노인은 나무에 옷을 걸어 주는 현의옹(懸衣翁)이고, 노파는 망자들이 입고 있는 옷을 벗기는 탈의파(奪衣婆)다. 노파가 회초리를 들고 망자들이 걸치고 있던 옷을 매정하게 벗기면 노인은 그 옷을 나무에 건다. 이 나무는 옷을 받아 거는 나무, 즉 의령수(衣領樹)이다. 이때 벌거숭이가 된 망자들은 생전의 기억이 사라진다. 또 망자들의 죄업 무게에 따라 옷을 건 나무의 휘어짐이 다른데, 초강대왕은 그것을 보고 재판을 하게 된다. _ 75쪽
선악동자는 항상 사람 곁에 있으면서 그 사람의 선악 행위를 장부에 기록하고 그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는 일을 맡고 있다. 선한 행위를 기록하는 동자와 악한 행위를 기록하는 동자 2명이 항상 사람의 어깨 위에 나누어 머물며 조그마한 선행이나 악행까지 빠뜨리지 않고 기록해 보고한다. _ 133쪽
우리의 전통 설화 속에 등장하는 저승사자는 세 명이 한 조다. 강림차사(降臨差使)와 이승차사 이덕춘(李德春) 그리고 저승차사 해원맥(解怨脈)이 그들인데, 강림차사가 우두머리다. 차사(差使)는 사자(使者)와 같은 의미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함흥차사(咸興差使)”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왕명으로 파견되던 사람이다. 시왕이 죽은 사람의 넋을 데려오라고 파견하던 관리가 바로 사자, 차사다. _ 150쪽
사자들은 머리에 쓰고 있는 관이 독특하다. 임금의 익선관과 비슷한 관을 썼는데 관 위 뒤쪽으로 뿔이나 귀 같은 것이 양쪽으로 솟았다. 전설에 의하면 저승사자들이 이 관을 쓰면 산 사람에게는 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죽은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한다. 산 사람에게는 투명인간인 셈이다. _ 160쪽
사천왕은 원래 인도 재래의 민간신이었다. 수미산 높은 곳에 살며 제석천의 명을 받들어 중생의 세상을 지켜 주는 호세신(護世神)이자 방위신(方位神)이었다. 불교가 일어나며 인도 재래의 신인 제석천이나 범천(梵天)을 받아들였듯 사천왕도 불교에 흡수되어 부처님을 호위하고 불법을 지키는 신으로 변모한다. _ 179쪽
정작 백제의 사천왕 신앙은 일본에 남아 있다. 백제의 장인 3명이 건너가 세운 일본 최초의 왕실 사찰이 바로 오사카에 있는 시텐노지[四天王寺]이기 때문이다. 쇼토쿠[聖德]태자의 후원으로 593년에 완공된 시텐노지는 세계 2차 대전 때 파괴되어 다시 재건한 건물이다. _ 187쪽
사천왕이 신라시대의 완성형으로 나타난 곳은 두말할 것도 없이 경주 석굴암 석굴이다. 석굴암 석굴 입구 좌우 벽면에 둘씩 얕은 돋을새김으로 표현되어 있는 사천왕의 형상은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천의를 걸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면서도 가벼운 무장을 한 듯한 모습을 연출하여 당당하면서도 섬세하다. 저마다 무기를 잡고 악귀를 밟고 서 있는 자세 또한 자연스럽고 경쾌하다. _ 189-190쪽
조선시대 후반으로 갈수록 양반이나 관리의 수탈이 점점 심해지면서 심리적으로 이들을 벌주고 싶은 백성들의 마음이 사천왕의 인간형 생령좌로 나타났다고 추정된다. _ 205쪽
범천이 이 우주를 창조한 신이라면 제석천은 번개, 천둥, 폭풍, 비를 관장하는 신으로 그 상징적 지물이 바로 금강저였다. 마치 북유럽신화 속 번개와 천둥의 신 토르(Thor)가 갖고 있는 ‘묠니르’라는 망치와 닮은꼴이다. 희랍신화 최고의 신인 제우스(Zeus)도 번개를 다스리는 신인 것처럼 천둥・번개를 관장한다는 것은 만물의 생명을 주관한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_ 211쪽
간다라 지역은 그리스문화의 영향으로 신화 속의 막강한 용장(勇將) 헤라클레스가 알려져 있었고 부처님의 호위무사로 이보다 더 좋은 모델도 없었던 탓이다. 헤라클레스는 네메아의 사자를 죽인 후 사자 머리 가죽을 투구처럼 쓰고 다녔는데 부처님을 호위하는 금강역사에 바로 이 헤라클레스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금강역사의 기원은 헤라클레스라는 주장도 나오게 되었다. _ 223쪽
불교는 차차 인도에 있던 기존의 신들을 배척하는 대신 그 신들이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화되어 믿고 따르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기꺼이 수용하였다. 자연히 인도 고대의 신들은 불교 속에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불교를 지키는 역할도 맡게 되었다. _ 247쪽
아수라는 육도의 하나인 아수라세계에 머무는 귀신들의 왕으로 “Asura”를 음역한 말이다. 아수라는 싸우기를 좋아하는 세계여서 전쟁이 끊이지 않아 항상 괴롭고 참혹한 풍경을 드러낸다. 우리가 흔히 쓰는 “아수라장”이란 말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_ 268쪽
시바와 파르바티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나니 이 신이 바로 스칸다이다. 그는 하늘로 올라가 악마 타라카의 목을 치고 악마군을 물리친다. 스칸다는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어 창을 땅에 꽂고 뽑을 때 산과 강이 진동하며, 비슈누 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땅에 꽂힌 창을 뽑을 수 없다고 한다. _ 287쪽
치성광여래신앙은 중국에서 나타난 신앙이다.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된 점성술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 전래된 후 다시 인도로 전파되어 구요(九曜)신앙을 만들었다. _ 379쪽
중국의 나한이 용이나 호랑이를 제압하는 장면으로 묘사된다면, 우리나라의 나한은 호랑이나 사자를 애완동물 다루듯 묘사된다. 나한의 무릎 위를 왔다 갔다 하며 놀기도 하고, 심지어 여러 마리가 나타나 장난도 친다. 하물며 용까지도 나한과 어울려 노는 듯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 짓게 하며 함께 어울려 사는 이웃들처럼 소박하고 정다운 심성을 느끼게 해 준다. _ 436쪽
나반존자는 삼명과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 삼명은 전생을 아는 숙명명(宿命明)과 미래를 꿰뚫어 보는 천안명(天眼明), 고통의 원인이 되는 번뇌를 다 끊어내는 누진명(漏盡明)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유익한 삶을 살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능력 때문에 나반존자는 조선시대 후기 국정이 문란해지고 국력이 약화되는 데다 전염병까지 기승을 부리자 의지할 곳 없는 백성들의 구원자로서 크게 부각되어 나타났다. 독성각은 19세기 이후, 곧 1800년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_ 4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