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절밥] ‘집사부일체’ 정관 스님 추천 봄나물

2022-02-24     최호승

사찰음식, 절밥은 채식이자 건강식이며 수행식입니다. 부처님은 “식자제(食自制)가 법자제(法自制)”라고 했습니다. 음식을 스스로 다스려야 진리를 세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때에 맞춰 먹는 음식은 생명을 잇고 삶에 영향을 줍니다. 사계절, 때에 맞는 건강한 절밥을 소개합니다.

봄나물을 들고 선 정관 스님

SBS <집사부일체>에서 식탁 위 끊이지 않는 논쟁거리 중 하나인 ‘육식 VS 채식’을 주제로 ‘육채파일체’ 특집을 방송했습니다. 2월 20일엔 ‘채식’ 편이 전파를 탔는데요, ‘채식 데이’를 맞아 사찰음식으로 전 세계 이목을 끈 두수고방의 정관 스님을 만났습니다.

‘두수고방(斗數庫房)’은 사찰음식 철학이 담긴 공간입니다. 두수(斗數)는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dhuta’를 번역한 것으로, 번뇌와 의식주의 탐욕을 버리고 수행함을 뜻하는 불교 용어입니다. 고방(庫房)은 곡물을 비롯한 각종 물건을 넣어두는 방이나 집인데, 스님들이 절에서 음식을 보관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곳이 바로 두수고방이죠.

두수고방의 정관 스님은 <뉴욕타임즈>와 영국 <가디언즈>에서 극찬을 받은 철학자 셰프입니다.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 시즌 3에 출연, 베를린 영화제 초청을 받고 에미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SBS '집사부일체' 멤버들이 두수고방의 정관 스님을 찾아 사찰음식에 담긴 불교를 배우고, 사찰음식을 맛봤다. ⓒSBS

이승기, 양세형, 김동현, 유수빈 그리고 일일 제자 걸그룹 오마이걸의 효정은 정관 스님이 손수 만든 ‘정월 대보름 나물 한 상’을 받았습니다. 음식에 담긴 불교 사상과 뜻밖에 맛에 감탄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참! 공양 전 다 같이 합장하고 공양게를 한 뒤 음식을 먹었죠.

서두가 길었습니다. 남쪽에서 매화가 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봄입니다. 봄에 나는 나물로 만들어 먹는 절밥을 소개합니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식재료가 가진 본질의 맛을 살리는 과정은 음식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수행입니다. 요리하는 자신을 보고, 향기를 맡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 행위까지 포함되는 일이지요. 정관 스님의 말씀입니다. 스님은 <집사부일체>에서 ‘죽순나물’을 만들었습니다.

칼을 대지 않고 만드는 죽순나물

된장 넣은 쌀뜨물에 삶았다 얼려둔 죽순에 칼을 대지 않습니다. 손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나눌 뿐입니다. 식용유와 참기름을 2대 1 비율로 넣고 세지 않은 불에 볶은 죽순이 기름을 먹으면 물 넣고 조금 삶아야 합니다. 볶기만 하면 나물이 질겨지고 맛이 없으니까요. 간 맞추기는 간단합니다. 약간의 소금과 간장이면 됩니다. 깨소금 뿌리고 참기름에 무친 뒤 그릇에 담으면 끝입니다. 죽순 향기가 봄의 숨결로 살아있는 순간입니다.

죽순나물은 월간 「불광」에서도 소개했던 건강한 봄 제철음식이었습니다. 고구마순 나물, 감태지 레시피도 있습니다.

쑥겉절이

이것만 있을까요? 아닙니다. 쑥과 냉이를 빼면 봄의 들판 들려주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쑥은 겨울에 쌓인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냉이는 봄에 먹는 산삼이니까요. 국내 1호 사찰음식 명장 선재 스님은 쑥과 냉이로 어떤 절밥을 만들까요? 쑥겉절이와 냉이단호박 수제비입니다.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불광출판사, 2017)에도 실린 레시피입니다.

쑥과 배 1개, 양념장으로 만들 간장, 물, 설탕, 식초, 고춧가루, 통깨만 있으면 됩니다. 연하고 어린 쑥을 골라 깨끗하게 살살 씻고, 배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둡니다. 그릇에 쑥과 배를 넣고 양념장으로 무치면 끝입니다.

선재 스님은 향긋하지만 맛이 쓴 쑥은 간 해독에 좋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여성에게 특히 좋다고 합니다.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아 면역력을 높이는 식재료라고 합니다. 하지만 열이 많은 사람이 따뜻한 성질의 쑥을 많이 먹으면 눈에 좋지 않다고 하니 조심할 일입니다. 쑥겉절이는 목이 칼칼하고 기침, 알레르기,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봄에 좋은 선재 스님 추천 봄나물 절밥입니다.

냉이단호박 수제비

냉이단호박 수제비는 단호박 1/4개, 밀가루 2컵, 냉이, 된장 1큰술, 고추장 1/2큰술, 표고가루 1/2큰술, 다시마 1장과 소금 약간이 필요합니다. 냉이는 풋내가 나지 않도록 뿌리는 뿌리대로, 잎은 잎대로 총총 썹니다. 단호박은 씨만 덜어내고 찐 뒤 곱게 으깨어 물과 소금을 넣고 풀어줍니다.

풀어준 단호박은 수제비 반죽에 넣고 오래 치재면서 반죽해야 합니다. 다시마, 표고버섯, 큼직하게 썬 무를 넣고 끓인 국물에 된장과 고추장으로 간을 하고 나면 표고버섯 가루를 넣고 풀어줍니다. 단호박은 단맛이 납니다. 간장으로 간을 하면 단맛이 더 강해지니 꼭 된장으로 간을 하세요.

국물이 끓으면 센 불에서 수제비 반죽을 얇게 떠 넣고, 수제비가 익으면 송송 썬 냉이를 곁들여 완성하면 됩니다. 향이 사라지지 않도록 바로 먹어야 합니다.

봄에 먹는 산삼 냉이
냉이 표고버섯전

선재 스님은 “냉이는 겨우내 땅속에서 오랫동안 흙의 기운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봄에 먹는 산삼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새싹부터 뿌리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식재료입니다. 이 식재료 냉이로 다른 절밥, 표고버섯전을 만들기도 합니다. 조계종 공식 사찰음식점 ‘발우공양’에서 총책임을 맡았던 대안 스님이 냉이를 캐던 서산 들판 즉석에서 만든 절밥입니다. 박찬일 셰프가 월간 「불광」에 연재했던 ‘사찰음식기행’을 엮은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불광출판사, 2017)에도 나온 절밥입니다.

간단합니다. 팬에 기름 바르고 전을 부치면 됩니다. 참! 먼저 냉이, 건표고, 밀가루, 간장, 들기름이 필요합니다. 표고버섯을 먹기 좋은 크기로 쪼개서, 물을 붓고 밀가루와 간장을 넣은 뒤 반죽을 골고루 섞어 줍니다. 냉이는 3~4cm 길이로 잘라 넣고요. 이제 들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노릇노릇하게 부치면 끝입니다.

대안 스님은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의 음식은 당신에게 가장 큰 위로입니다. 음식은 또 비폭력적이어야 하지요. 그 원칙이 바로 절밥의 위대함입니다.”
이번 주말, 식탁 위에 죽순과 냉이로 만든 봄소식을 올려놓는 건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