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있수다]문화재 이름 바뀌고 실록·의궤 올까?
불광미디어는 뉴스레터 형식의 ‘이슈 있수다’에서 불교계 뉴스 가운데 이슈를 골라 소개합니다. 분초를 다투고 쏟아지는 많은 뉴스 속에 꼭 되새겨볼 만한 뉴스를 선정, 읽기 쉽게 요약 정리해 독자들과 수다를 나누듯 큐레이션 합니다.
이슈 있수다
1. ‘문화재’ 명칭 변경 추진
2. 오대산 사고본 실록·의궤 제자리로
2021년 문화재청이 국보, 보물, 사적 등에 붙인 문화재 지정번호를 공식적으로 폐지한 사실은 알고 계시죠? 국보 반가사유상에서 번호가 빠진 것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제 ‘문화재(文化財)’라는 용어가 바뀔 수 있다고 해요. 오대산사고에 있었던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과 『조선왕조의궤(이하 의궤)』가 제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보여요.
첫 번째 이슈 있수다 | 법 제정 60년 만에 명칭 변경 추진
문화재청의 용어 변경과 분류체계 개선
문화재청이 문화재 명칭 변경과 분류체계 개편 방안을 문화재위원회에 보고하고, 올해 안에 관련 방침을 확정해서 법으로 만들 계획이라네요. 연합뉴스는 물론 주요 일간지 모두 기사화했는데요, 이렇게 법이 바뀌면 문화재보호법 제정 60년 만에 명칭이 바뀌는 것이라고 해요.
문화재보호법이 뭐야?
1962년에 만든 법인데, 일본에서 1950년 제정한 문화재보호법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알려졌어요. 일본에는 여전히 문화재보호법이 있고요.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의 목적은 문화재를 보존해 민족문화를 계승,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하면서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거예요.
문화재는 어떻게 규정하는데?
문화재보호법은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것”이라고 문화재를 설명해요. 문화재 분류는 이렇게 해요. 건축물과 미술품 같은 ‘유형문화재’, 전통 공연·예술·기술을 포함하는 ‘무형문화재’, 사적·명승·천연기념물을 아우르는 ‘기념물’, 풍속과 관습에 사용되는 의복과 기구, 가옥 등을 뜻하는 ‘민속문화재’로 나누고 있어요.
잘 쓰다가 왜 바꾼다는 거야?
일단 ‘문화재’를 규정한 법 자체가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도 있었요. ‘문화재’라는 이름이 옛 유물이나 경제적 재화 가치를 강조하는 느낌이 강하고, 자연물과 사람을 표현하기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고요. 유형문화재도 무형문화재도 동식물과 자연환경 보존과 활용을 담당하는 문화재청의 정책 범위를 포괄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네요. 국제 기준과도 맞지 않아요.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무형유산, 기록유산으로 분류체계를 나누고 있어요. 국내외에서 통용할 수 있는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고요.
문화재라는 명칭을 우리만 써?
아뇨. 두 나라가 쓰고 있어요. 문화재(properties)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사용하고 있어요.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회(ICOMOS), 유럽 등에서는 유산(heritage)으로 표기하고 있다네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바꾼다는 거야?
‘문화재’ 대신 ‘유산(遺産)’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네요. 유네스코가 ‘유산’을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오늘날 그 속에 살고 있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자산이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고 해요.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대체할 새 이름을 만들고, 분류는 ‘문화유산’, ‘무형유산’, ‘자연유산’ 등으로 나눌 방침이라네요. 이렇게만 된다면, 문화재보호법과 문화재청 이름도 바꿀 수 있어요.
문화재청은 다 계획이 있구나
사실 2005년부터 꾸준히 제기된 거였지만, 바뀌지 못했어요.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이 2017년에 ‘문화재 분류체계 구체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용어 변경 정리를 제안하기도 했고요. 이번에는 문화재위원들에게 개선안 의견을 모아 3~4월쯤 정책 토론회를 열 거예요. 올 하반기에 개선안을 확정하고 법률 작업도 마무리할 계획이라네요.
문화재가 많은 불교계 반응은?
반기는 분위기에요. 법보신문을 보면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와 사단법인 불교문화재연구소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문화재 중 불교가 보전하고 예경하는 성보(聖寶)의 얼과 정신을 재화로 한정할 수 없다는 거예요.
두 번째 이슈 있수다 : 오대산으로 돌아올 실록과 의궤
국회 본회의의 결정
지난 2월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를 월정사로 돌려보내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어요. 만장일치였고요. 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의 환지본처를 위한 국립조선왕조실록 전시관 설립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고요.
*실록 : 임금이 재위한 동안의 사실을 연대순으로 정리해 적은 기록
*의궤 : 조선시대 왕실이나 국가의 주요 행사 내용을 정리한 기록
결의안 내용이 뭔데?
결의안은 국회가 대한민국에 촉구하는 내용인데, 오대산 사고본 실록과 의궤를 제자리로 돌려달라는 내용이에요. ‘문화재는 본래 자리에 있을 때 제 기능을 발휘하고 그 가치를 지닌다’라는 명제를 명시했고,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오대산 사고본 실록과 의궤를 원봉안처인 오대산에 봉안되도록 촉구하고 있어요.
실록과 의궤의 제자리가 오대산?
일제강점기인 1913년 조선 총독 데라우치가 도쿄대 교수 시로토리와 함께 오대산 사고본 실록(국보) 78책을 주문진항 경로로 일본 도쿄대로 빼돌렸어요. 오대산 사고본 의궤(보물)는 1922년 조선총독부가 일본 궁내청으로 무단 반출했고요. 1923년 관동 대지진으로 실록 대부분이 불탔지만, 외부로 대출된 74권은 살아남았어요.
일본에서 어떻게 돌려받았어?
임진왜란 이후 건립된 조선 후기 4대 사고 중 하나인 오대산 *사고를 지키는 사찰이었던 월정사 주지는 실록수호총섭으로서 사고를 지켜왔어요. 2006년 3월 월정사 중심으로 환수위원회가 생겼고, 도쿄대와 일본 정치권 그리고 주한일본대사관과 협상, 법원 제소 등 여러 노력으로 실록과 의궤 반환을 촉구했어요. ‘반환’이 아닌 ‘기증’ 형식으로 2006년엔 실록, 2011년에 의궤를 돌려줬지만,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어요. 1965년 한일 문화재·문화협정의 환수 문화재 목록에 빠져서 어려운 일이었지만, 사실상 월정사와 환수위 노력으로 돌아온 거예요.
*사고(史庫) : 고려 말부터 조선 후기까지 왕실 족보, 실록, 왕실 의궤 등 국가의 중요한 서적을 보관하던 서고. 강화 정족산, 무주 적상산, 봉화 태백산, 평창 오대산에 있었음.
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해?
정부가 문화재보호법의 조항(7장 국유문화재에 관한 특례), 장소의 적정성, 보관, 연구 등 이유로 사실상 돌려주기를 거부하고 있어요. 정부는 오대산에 문화재를 보존할 시설이 건립되면 돌려주겠다고 했어요. 월정사는 2019년 첨단시스템을 갖춘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성보박물관 인근에 건립한 뒤 환지본처를 피력했지만, 실록과 의궤는 국립고궁박물관에 있어요.
국회에서 결의했다고 돌아올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문화재청장도 2월 10일 문화체육관광위 회의에서 “오대산 사고본이 월정사로 갈 때 잘 관리할 수 있는지에 관한 고민이 있었는데, 조건이 충족됐기에 입장 변화가 있었다”라면서 “국회 결의가 최종적으로 이뤄지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하겠다”라고 말했거든요. 월정사와 관계 기관이 원만하게 협의해서 월정사가 운영 중인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국가에 *기부채납해서 국립 조선왕조실록 전시관으로 전환하면 가능한 일이에요.
*기부채납 : 국가가 아닌 자가 재산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국가에 이전, 국가가 이를 취득하는 것
월정사는 어떤 입장이야?
당연히 반기고 있어요.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법보신문과 인터뷰에서 감사인사를 전하면서 “오늘날 수호총섭 역할은 실록과 의궤에 담긴 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는 것”이라며 “실록에 담긴 이야기와 의궤에 그려진 반차도를 미디어파사드(Media Facade), 홀로그램(Hologram) 등 디지털 기술로 더 많은 국민이 향유하도록 만들겠다”라고 밝혔어요.
이번 수다에서는 문화재로 시작해 문화재로 끝내봤어요. ‘문화재’라는 명칭의 변경 그리고 오대산 사고본 실록과 의궤의 제자리찾기 가능성을 소개했습니다. 다음 주에도 꼭 한번 곱씹을 만한, 그리고 흥미로운 이슈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