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품은 지리산] 푸른 하늘에서 놀아 볼까, 지리산의 문학

2021-12-28     김남수
삼신봉 아래에 있는 쌍계사 전경. 

孤雲千載人
고운은 천 년 전 사람

鍊形已騎鶴
수련하여 학을 타고 갔다지

雙溪空舊蹟
쌍계에는 옛 자취만 남아있고

白雲迷洞壑
흰 구름 골짜기에 자욱하여라

微生仰高風
미미한 후생 고풍을 우러르니

響往意數數
끌리는 마음 자주 일어나네

朗詠流水詩      
공의 유수시를 읊조려 보니

逸氣壓橫槊      
빼어난 기상은 조조(曹操)보다 낫네

安得謝紛囂      
어찌하면 번잡함을 떨쳐 버리고

共君遊碧落      
공과 푸르른 하늘에서 놀아 볼까

 

고운 최치원이 쌍계사로 입산한 이래 지리산은 은자의 땅이었다. 조선시대 유학자 기대승이 화개동천을 유람하면서 고운을 찾았다. 고운의 자취는 쌍계사 경내 ‘진감선사탑비’에 있으며, 화개동과 삼신동은 신화와 전설로 내려온다. ‘청학’을 타고 다녔다 해서 청학동이 됐다 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그렇게 지리산을 찾았다. 김종직・남효온・김일손・유몽인 등 지식인들이 지리산을 탐방해 남긴 시와 문장을 묶어 「지리산 유람록」이라 부르기도 한다. 『금오신화』의 「만복사저포기」, 『흥부전』, 『변강쇠타령』이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다. 

춘향으로 유명한 남원은 예인의 고향이다. 조선 후기 판소리 동편제 시조로 불리는 송흥록(宋興祿, 1801~1863)이 태어난 곳이 운봉이다. 섬진강을 기점으로 동쪽의 소리를 흔히 동편제라 일컫는다. 『춘향가』 중 귀곡성(鬼哭聲)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소리라 하여 붙인 이름이다. 

(왼쪽부터) 드라마 <지리산>,  영화 <남부군> 스틸컷, 영화 <태백산맥>  

소설과 영화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쟁의 파노라마는 지리산 근대 문학을 배양했다. 몰락한 양반가의 비극적 삶을 내용으로 한 황순원의 『잃어버린 사람들』, 박경리의 『토지』는 지리산 자락이 작품의 배경이다. 하동·구례·쌍계사로 갈리는 세 갈래 길목의 화개장터를 배경으로 한 김동리의 단편소설 『역마』는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다. 1972년, 이병주는 지리산을 배경으로 근현대를 관통하는 대하소설 『지리산』을 발표한다. 1988년, 이우태는 실화 소설 『남부군』을 내놓는다. 그는 이데올로기로 금기시된 지리산의 빨치산을 그린 이 소설로 세상에 파문을 일으켰다. 조정래는 근현대사의 현장을 그린 대하소설 『태백산맥』 10권을 발간한다. 소설에서는 벌교와 지리산을 주 무대로 구례와 피아골에 숨겨진 전쟁의 비극을 그렸다. 

소설 『남부군』과 『태백산맥』은 <남부군>(1990, 정지영 감독), <태백산맥>(1994, 임권택 감독)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다. 두 영화 모두 주연은 안성기가 맡았다. 최근에는 지리산을 배경으로 <지리산>(극본 김은희, 연출 이응복)이 16부작 드라마로 제작됐다. 지리산국립공원 레인저 서이강 역의 전지현과 신입 레인저 강현조 역의 주지훈이 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는 미스터리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