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 개막
국립중앙박물관은 12월 7일부터 2022년 3월 6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조성한 승려 장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국내외 27개 기관의 협조를 받아 국보 2건, 보물 13건, 시도유형문화재 5건 등 총 145건을 출품하는 대규모의 조선시대 불교미술전이다(15개 사찰 출품작 54건 포함). 전시된 작품의 제작에 관여한 승려 장인은 모두 366명이다.
특히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에 활동한 조각승 단응(端應)이 1684년(숙종 10)에 불상과 불화를 결합해 만든 보물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은 이번 전시를 위해 337년 만에 처음으로 사찰 밖으로 나왔다. 아울러 붓의 신선으로 불렸던 18세기 전반의 화승 의겸(義謙)이 1729년(영조 5)에 그린 보물 ‘해인사 영산회상도’, 18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화승 화련(華蓮)이 1770년(영조 46)에 그린 국보 ‘송광사 화엄경변상도’도 서울 전시는 처음이다.
그동안 조선시대에는 불교를 억압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정책으로 인해 불교가 쇠퇴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때문에 이 시기의 불교미술 또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특히 임진왜란(1592~1598) 이후의 조선 후기에 불교미술은 활발히 제작됐으며, 현재 전국의 사찰에는 이때 만든 수많은 불상과 불화가 전한다. 그중에는 다채롭고 화려하며 수준 높은 작품 또한 적지 않다. 이는 승려 장인의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승려 장인은 전문적인 제작기술을 지닌 출가승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여러 분야의 승려 장인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신앙의 대상인 부처를 형상화하는 조각승(彫刻僧)과 화승(畫僧)이 중심이 됐다.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으로 협력하여 불상과 불화를 조성했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으며 기술을 전수했다.
조선의 승려 장인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승려 장인은 누구인가’에서는 종교미술 제작자로서 일반 장인과 구별되는 승려 장인의 성격을 살펴본다. 1458년(세조 4) 작 경북 영주 흑석사 소장 국보 ‘법천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은 도화서 화원(畫員) 또는 관청 소속 장인이 제작한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달리 1622년(광해군 14)의 보물 ‘목조비로자나여래좌상’은 조각승 현진(玄眞)을 비롯한 승려 장인들이 협업하여 만든 기념비적인 상으로서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제작방식과 특징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중국 불화 및 일본 불상의 제작자와 비교해 승려 장인이 공동으로 불상과 불화를 만든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조선 불교미술의 특징임을 제시한다.
제2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에서는 ‘화승의 스튜디오’와‘조각승의 스튜디오’를 연출해 승려 장인의 공방과 작업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1775년(영조 51) 작 보물 ‘통도사 팔상도’ 4점과 그 밑그림에 해당하는 초본을 나란히 비교 전시해 스케치가 불화로 완성되기까지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컴퓨터 단층 촬영(CT) 결과를 이용해 기존에 소개된 적 없는 불화 초본과 목조불상의 내부 구조도 공개한다.
제3부 ‘그들이 꿈꾼 세계’는 이번 전시의 핵심 부분으로서 대표적인 조각승과 화승의 중요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조각승 단응이 만든 ‘마곡사 영산전 목조석가여래좌상’(1681년)과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1684년), 화승 의겸이 그린 ‘해인사 영산회상도’(1729년),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활약한 화승 신겸(信謙)의 ‘고운사 사십이수관음보살도’(1828년) 등이 선보인다. 이 불상과 불화들은 좀처럼 함께 모이기 어려운 명작들로, 관람객들은 한자리에서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정수(精髓)를 감상할 수 있다.
제4부 ‘승려 장인을 기억하며’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포함한 조선 후기 불․보살상 7점과 설치미술가 빠키(vakki)의 작품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를 함께 전시한다. 이 공간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로 나아가는 불교미술의 새로운 면모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불교미술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현대인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먼저 승려 장인이자 통도사 방장(方丈)이신 중봉 성파 대종사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의 인터뷰에서는 불교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시킨다. 도입부 영상 ‘손으로부터’는 나무와 돌, 비단과 삼베 같은 평범한 재료가 승려 장인의 손끝에서 불상과 불화로 완성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제3부의 실감 영상 ‘화엄의 바다’는 어렵고 복잡한 내용의 ‘송광사 화엄경변상도’를 선재 동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알기 쉽게 풀어낸다. 또한 검색 키오스크를 설치해 전시에 출품되지 않은 여러 승려 장인의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게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까지 파악된 조선 후기의 조각승은 1천여 명이고, 화승은 2천 4백여 명에 이른다”며 “이처럼 많은 수의 승려 장인이 활약했던 이 시기는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르네상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특별전이 조선의 승려 장인과 이들이 만들어낸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그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기간과 관람방식은 코로나19 상황으로 변경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go.kr)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