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불광 기획]“21세기 불교미술 국보 기대”
2021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특별기획 | 한국불교미술공예협동조합 회장 임한빈 장인
상생·연대 기반한 장인들의 ‘혁신’
오랜 세월 한길을 묵묵히 걸어온 불교미술 장인들이 뭉쳤다.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2015년 창립한 한국불교미술공예협동조합이다. 조합원은 불화, 불상주조, 옻칠, 목공예, 전통매듭, 석조각 등 미술·공예·건축 분야의 장인 15명으로 구성됐다. 40대부터 70대까지 1종목당 1명씩 모였는데, 평균 경력만 해도 30년이다. 그야말로 21세기 불교미술을 이끌어가는 ‘장인 어벤져스’다.
조합 2대 회장이자 53년째 석공의 길을 걷고 있는 임한빈 동창석재 대표는 “우리 조합은 ‘원스톱’으로 사찰 하나를 불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또 “직종마다 전문가가 모여 있으니 상부상조하며 시너지 효과까지 발생한다”고도 강조한다.
협동조합은 기본법상 정의부터 조합원들의 ‘상부상조’와 ‘사회공헌’이라는 설립 목적을 명시한다. 창작자로 흩어져있던 장인들에게 서로 모여 상생의 길을 도모하는 협동조합 형태는 최선의 방편이다. 한 예로 매듭 장인은 작품을 만들 때 필요한 옻칠이나 나무판을 조합원에게 부탁한다. 그전에는 각자가 사방팔방 나서서 알아봐야 했던 것을 조합 내에서 간편하게 해결하다 보니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조합원들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융합작품도 탄생했다. 옻칠 장인은 한 조합원의 권유로 자개옻칠 관음보살을 만들어 ‘2018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출품했고 대중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불교미술의 전통과 새로움
조합 장인들의 공통 화두는 ‘어떻게 하면 불교미술공예를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 흐름에 맞춰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킬까’다. 관건은 전통의 맥을 이으면서도 새로운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
임한빈 회장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정과 망치로 돌을 쪼아 다듬는 전통방식을 선호한다. 선조들이 하는 방식을 따르며 전통의 맥을 잇는 것이 중요하기에 이 방식을 고수한단다. 그는 “요즘 기계화가 돼서 그라인더로 손쉽게 돌을 다듬는데 이러면 방독면을 써도 돌가루가 폐에 들어가 진폐증의 위험에 노출된다”며 “오히려 전통기법으로 하면 그럴 우려가 적다”고 말한다. 하지만 너무 전통의 답습과 복원만을 원하는 문화재청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백제, 신라 때 당대의 문화예술작품이 나오듯이 우리 시대에도 그런 국보급 작품들이 새롭게 나와줘야 해요. 정부도 성곽 복원이다 문화재 보수다 하면서 옛것만 고수하지 말고, 당대 장인들에게서 창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후손들도 지금 우리처럼 훌륭한 문화유산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지 않겠어요?”
장인들이 함께 걷는 길
“부처님 한 분 조성하려면 정결한 마음으로 목욕재계하고 준비에 들어가요. 돌에 바로 손대지 않고, 5대 1 정도로 축척해서 도면을 그리고, 흙으로 먼저 만든 뒤 석고로 원형을 떠요. 그 후 바둑판의 정사각형을 채우듯 하나하나 짚어 들어가죠.”
임한빈 회장은 불상, 탑, 부도탑 같은 석조각부터 사찰건축에 들어가는 일주문 기둥, 기단, 축대 등의 석구조물 전반을 다룬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작업으로 강화도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의 축대조성을 꼽았다. 거대한 돌을 옮기기 위해 모노레일까지 설치해서 현장을 진두지휘했다고. 돌이라는 단단한 물성을 다루는 장인답게 강인한 힘과 의지력이 느껴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에게서 일종의 섬세함도 엿보였다. 석불상을 조각할 때는 눈·코·입, 손톱, 발톱 하나하나까지 정교하게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리라. 특히 그는 “부처님 얼굴은 원만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너무 예뻐서도, 너무 찡그려서도, 그렇다고 너무 웃어서도 안 되는 염화미소(拈華微笑)를 띠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임한빈 회장에게는 고민이 한 가지 있다. 가장 젊은 석공이 50대 후반이라 후배 세대 양성이 걱정이라는 것. 그래서 조합 차원에서 몇 년 전부터 참가해온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스티벌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붓다아트페스티벌은 불교예술을 기반으로 한 전통미술과 현대미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아트페어로, 이 기간에는 작가와 관람객뿐 아니라 작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교류와 만남의 장이 펼쳐진다. 올해 조합에서는 장인 14명이 참여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임한빈 회장은 이번 전시로 젊은 창작자, 관람객들과 교류하며 서로 영감을 얻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더 바라는 게 있다면 ‘한국불교미술공예협동조합 대단하더라’ 이런 소리를 듣고 싶다고. 그럼 조합원들도 사명감을 갖고 더 성장해서 불교계에 기여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단다.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혁신하고자 같이 걷는 길을 택했습니다.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연대하고 협력해나가는 장인 협동조합,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사진. 정승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