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구하는 기도, 하면 안 되나요?”...광우 스님의 올바른 기도법
기원할 ‘기(祈)’에 기원할 ‘도(禱)’. 기도는 절대적인 존재에게 자신이 바라는 것을 비는 행위다. 종교에서 기도는 가장 중요한 의례 중 하나다. 하지만 자신의 수행과 실천을 통한 깨달음을 강조하는 불교에서 기복(祈福), 즉 자신의 복과 안위를 구하는 기도는 기복신앙이라 불리며 터부시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불교에서의 기도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8월 14일, BTN불교TV 인기 프로그램 ‘소나무’와 ‘염불’의 진행자 광우 스님이 ‘불교에서의 진정한 기도 의미’에 대해 실시간 온라인 방송으로 대중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릴랙스위크의 세 번째 강연 ‘기도와 염불: 기도의 가치와 올바른 기도법’에서다. 서울릴랙스위크는 6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서울 성북구 흥천사에서 온·오프라인으로 펼쳐지는 집중 명상수행 프로그램이다.
이날 강연은 3시간 동안 총 3교시로 나눠 진행됐다. 1·2교시는 기도의 정의와 기도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보고, 3교시는 기도의 올바른 방법을 살펴보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광우 스님은 “기도란 절대적인 존재에게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라 정의하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라고 어떻게 성취하느냐에 따라 기도의 여러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기도의 특징을 살펴보기에 앞서 스님은 불교의 수행법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설명했다. 불교에서의 수행법은 참선·위빠사나 명상처럼 자기 자신의 힘으로 닦는 ‘자력수행’과 다른 존재의 힘을 빌려 수행하는 ‘타력수행’으로 나뉜다. 여기서 기도는 자신의 힘으로만 닦는 게 아닌, 부처님의 은혜와 불보살님의 가피를 빌려 불도를 닦는 ‘타력수행’에 해당한다.
“불교적인 기도는 타력수행을 의미합니다. 불보살님의 에너지와 가피를 빌려 조금 더 수월하게, 더 빨리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이죠. 요새 참선과 명상은 수준 높은 것이고, 기도는 수준 낮은 것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 이런 태도는 수행에서 잘못된 법에 집착하는 번뇌가 되고 맙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에 따라 시대를 정법(正法)·상법(像法)·말법(末法)으로 나눈다. 광우 스님은 부처님 열반을 기준으로 이후 500년 동안은 부처님 법이 살아있는 정법시대, 약 1,000~1,500년 후는 부처님 법이 점점 쇠퇴하는 상법시대, 2,500년이 지나 부처님의 법이 완전히 바닥에 떨어지는 시기를 말법시대라 분류했다.
“대승불교의 선지식들은 과거 정법시대에는 참선이나 명상같이 혼자의 힘만으로 수행해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법시대에 들어서면서 중생들의 업장이 점점 두꺼워져 자기 자신의 힘만으로 깨달음을 얻기 힘들어졌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대승불교의 수행자들은 ‘이런 말법시대는 불보살의 가피를 받아서 수행하는 것이 가장 빨리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라고 설합니다. 기도는 업장이 많고 아직 근기가 부족한 중생을 위해 만들어놓은 부처님의 소중한 방편법문(方便法門)입니다.”
광우 스님은 가피란 쉽게 말해 불보살님의 은혜, 힘, 에너지라고 설명했다. 즉 불보살님은 중생에게 은혜를 ‘더하여[加]’ 주고, 중생은 그 은혜를 받아 ‘입는다[被]’란 의미다. 이어서 “대승경전에서는 가피를 받기 위한 기도 수행법을 4가지로 분류한다”며 “그게 곧 염불, 경전, 주력, 오체투지”라고 설명했다. 불보살을 선택해서 소리를 내든, 소리를 내지 않든, 마음으로 항상 집중하는 것을 염불이라 한다. 경전 수행법은 경전을 입으로 외우는 ‘독경’과 손으로 쓰는 ‘사경’ 그리고 소리를 내든 내지 않든, 손으로 쓰든 안 쓰든 경전의 한 구절, 한 게송을 무슨 의미인지 뚫어지게 보고 음미하는 ‘간경수행’이 있다. 주력 즉, 주문수행은 산스크리트어로 만트라라고도 하는데, 불보살님의 신비한 에너지가 함축된 주문을 외우고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는 수행이다. 마지막 오체투지는 내 몸과 마음을 낮춰 거룩한 공경의 자세를 취하는 절 수행법이다.
광우 스님은 어떤 기도 수행을 선택해서 하든,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기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라고 강조했다. 만약 세속적인 욕망을 위한 기도만 한다면 그것은 수준 낮은 기도가 된다. 하지만 모든 중생의 제도와 ‘모든 번뇌를 끊고 모든 법문을 다 배워 반드시 불도를 이루겠습니다’라는 거룩한 깨달음을 구하는 기도를 할 때는 훨씬 수준 높은 기도가 된다. 그렇다면 가족의 건강과 나의 행복을 비는 기도는 해서는 안 되는가? 이에 대해 광우 스님은 한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개인적인 소망을 담은 기도, 물론 해도 돼요. 하지만 하더라도 마지막엔 반드시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번뇌를 다 끊으오리다, 법문을 다 배우오리다, 불도를 다 이루오리다’라는 사홍서원(四弘誓願)으로 마무리하세요. 사홍서원의 마음을 일으키는 순간, 기도의 질과 에너지가 완전히 변하게 됩니다. 만약 너무 길다면 한 문장으로 ‘모든 중생, 다 함께 성불하여지이다’라고 해보세요.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 보리심이야말로 우리가 성불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입니다.”
불광미디어, 불교신문, 흥천사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서울릴랙스위크는 ‘일상 속 마음, 공부’를 주제로 지난 6월 12일 원제 스님의 ‘마음의 초점을 바꾸다: 선(禪), 그리고 간화선’, 7월 10일 자현 스님의 ‘명상의 모든 것: 나에게 맞는 명상법’을 진행했다. 앞으로 9월 11일 문광 스님의 ‘연공, 지치지 않고 계속하는 힘’, 10월 9일 보일 스님의 ‘조화와 공생: AI시대,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 온라인 강연을 남겨놓고 있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확산세 추이에 따라 온·오프라인으로 전환할지, 비대면으로 계속 이어갈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