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기울일 때 선물처럼 다가오는 것들
온종일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합니다. 그중에서 우리 마음 깊숙한 곳까지 와닿는 게 몇 가지나 될까요? 대부분은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처럼 아무런 의미를 전해주지 못합니다. 마음챙김은 이렇듯 스쳐 가는 삶을 잠시 멈추어 바라보게 합니다. 그 순간에 우리는 평소 눈여겨보지 못하고 지나치던 것들, 살아 있는 것들의 신비와 소중함을 마주하게 되지요. 세상에는 나 말고도 많은 생명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저마다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음을,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잠시 멈추어 볼 수 있나요? 멈춘다는 건 단지 움직이지 않는 걸 뜻하지 않습니다. 분주한 생각과 마음까지 쉬는 일입니다. 가만히 멈춰서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을 바라보세요. 오감으로 그것들의 생생한 모습과 아름다움을 느껴보세요. 지금 눈앞에서 얼마나 많은 삶의 기적들이 펼쳐지고 있나요? 이렇게 교감하는 것만으로 삶은 더 따뜻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로 선정된 <풀꽃>을 쓴 나태주 시인이 우리말로 옮긴 《가만히 기울이면》은 가만히 멈출 때, 가만히 마음을 모아 기울일 때,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바람에 묻어오는 새 소리, 강아지 털의 보드라움, 바다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 할머니 눈동자 속에서 웃는 나… 가까이 있지만 너무 바빠서 잊어버렸던 것들이지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와 참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찬찬히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멈추고 관찰하는 마음챙김을 통해 아이들에게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한 세상을 선물하세요. 그러는 동안 아빠와 엄마, 어른들의 마음도 어느새 잊혀졌던 것들로 조금씩 기울어 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