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쌍윳따 니까야
저작·역자 | 이중표 | 정가 | 39,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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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21-04-12 | 분야 | 불교 |
책정보 |
788쪽|판형 152×225mm|책등 두께 43mm ISBN 978-89-7479-917-5 04220 ISBN 978-89-7479-668-6 04220 (세트) |
붓다의 가르침을 주제별로 엮은
『쌍윳따 니까야』의
정수를 가려 뽑고 풀이하다
30년간 우리말 불경 번역에 매진해온
석학 이중표 명예교수의
세 번째 ‘정선(精選) 니까야 시리즈’ 출간
한국 불교학계를 대표하는 이중표 명예교수(전남대 철학과)의 『니까야』 번역 시리즈, 그 세 번째 『정선 쌍윳따 니까야』가 출간됐다. 제1권 『정선 디가 니까야』, 제2권 『정선 맛지마 니까야』에 이어 출간된 이 책은 불교 교학과 수행을 주제별로 정리해 세밀하게 설명한다.
『쌍윳따 니까야』의 ‘쌍윳따(saṃyutta)’는 ‘같은’의 뜻인 ‘쌍(saṃ)’과 ‘묶다’의 뜻인 ‘윳따(yutta)’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집성(集成)’을 의미하는 ‘니까야(nikāya)’와 함께 쓰여 ‘주제별로 정리한 가르침의 모음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디가 니까야』가 당시의 외도(外道) 사상을 비판하면서 불교의 입장을 드러내고, 『맛지마 니까야』가 불교 수행의 목적과 방법을 알려준다면, 『쌍윳따 니까야』는 불교의 핵심 사상과 교리, 수행법을 보여줌으로써, 불교를 이해하고 실천하여 열반에 이르는 길을 알려준다.
우리말 불경 번역에 30여 년 동안 매진해온 석학 이중표 명예교수는 총 2,889개의 짧은 경(sutta)으로 구성된 『쌍윳따 니까야』에서 500여 개의 핵심 경을 선정하고, 이를 다시 402개의 경으로 편집했다. 이 과정에서 반복되는 문장은 과감히 생략하고, 중복 내용이 많은 경들은 하나로 통합했다.
불교 교학의 핵심인 온(蘊)·처(處)·계(界)·연기(緣起)의 다각적인 설명과 8정도(八正道)·7각지(七覺支)·4념처(四念處) 등 이른바 37도품(道品)으로 알려진 불교 수행법의 설명을 통해 열반에 이르는 구체적인 길을 보여준다.
이중표 (전남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전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정년 후 동 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호남불교문화연구소 소장, 범한철학회 회장, 불교학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불교 신행 단체인 ‘붓다나라’를 설립하여 포교와 교육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정선 디가 니까야』, 『정선 맛지마 니까야』, 『붓다의 철학』,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 『불교란 무엇인가』,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 외 여러 책이 있으며, 역서로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 『불교와 양자역학』 등이 있다.
머리말
1 『게송품(偈頌品, Sagātha-Vagga)』
해제
제1 「천신(天神) 쌍윳따(Deva-Saṃyutta)」
제2 「천자(天子) 쌍윳따(Devaputta-Saṃyutta)」
제3 「꼬쌀라 쌍윳따(Kosala-Saṃyutta)」
제4 「마라 쌍윳따(Māra-Saṃyutta)」
제5 「비구니 쌍윳따(Bhikkhunī-Saṃyutta)」
제6 「범천(梵天) 쌍윳따(Brahma-Saṃyutta)」
제7 「바라문(婆羅門) 쌍윳따(Brāhmaṇa-Saṃyutta)」
제9 「숲 쌍윳따(Vana-Saṃyutta)」
제10 「야차(夜叉) 쌍윳따(Yakkha-Saṃyutta)」
2 『인연품(因緣品, Nidāna-Vagga)』
해제
제12 「인연(因緣) 쌍윳따(Nidāna-Saṃyutta)」
제13 「이해(理解) 쌍윳따(Abhisamaya-Saṃyutta)」
제14 「계(界) 쌍윳따(Dhātu-Saṃyutta)」
제15 「무시이래(無始以來) 쌍윳따(Anamatagga-Saṃyutta)」
제16 「깟싸빠 쌍윳따(Kassapa-Saṃyutta)」
제17 「재물과 공경 쌍윳따(Lābhasakkāra-Saṃyutta)」
제18 「라훌라 쌍윳따(Rāhula-Saṃyutta)」
3 『온품(蘊品, Khandha-Vagga)』
해제
제22 「온(蘊) 쌍윳따(Khandha-Saṃyutta)」
제23 「라다 쌍윳따(Rādha-Saṃyutta)」
제24 「견해(見解) 쌍윳따(Diṭṭhi-Saṃyutta)」
제25 「들어감 쌍윳따(Okkantika-Saṃyutta)」
제26 「나타남 쌍윳따(Uppāda-Saṃyutta)」
제27 「더러운 때 쌍윳따(Kilesa-Saṃyutta)」
제28 「싸리뿟따 쌍윳따(Sāriputta-Saṃyutta)」
4 『입처품(入處品, Āyatana-Vagga)』
해제
제35 「6입처(六入處) 쌍윳따(Saḷāyatana-Saṃyutta)」
제36 「느낌[受] 쌍윳따(Vedanā-Saṃyutta)」
제42 「촌장(村長) 쌍윳따(Gāmaṇi-Saṃyutta)」
제43 「무위(無爲) 쌍윳따(Asaṅkhata-Saṃyutta)」
5 『대품(大品, Mahā-Vagga)』
해제
제45 「도(道) 쌍윳따(Magga-Saṃyutta)」
제46 「각지(覺支) 쌍윳따(Bojjhaṅga-Saṃyutta)」
제47 「염처(念處) 쌍윳따(Satipaṭṭhāna-Saṃyutta)」
제48 「근(根) 쌍윳따(Indriya-Saṃyutta)」
제56 「진리[諦] 쌍윳따(Sacca-Saṃyutta)」
불교 교리를 이해한 만큼
수행 실천의 힘도 커진다
『쌍윳따 니까야』의 특징은 짧은 내용의 경들을 주제별로 묶어서 편집한 데 있다. 여기에서 주제의 핵심은 교학과 수행이다. 교학은 온(蘊, Khandha)·처(處, Āyatana)·계(界, Dhātu)·연기(緣起, paṭiccasamuppāda)가 중심이고, 수행은 37도품(道品)이 중심이다. 이 바탕에는 4성제와 12연기가 있고,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를 통찰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이러한 교학의 바른 이해와 믿음 없이 불교 수행을 하는 것은 어두운 숲길을 등불 없이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쌍윳따 니까야』에는 총 2,889개의 경이 담겨 있다. ‘쌍윳따’라는 말이 ‘주제의 묶음’을 의미하듯이, 이 경들은 총 56개의 쌍윳따로 분류되며, 이는 다시 5개의 큰 장(章)으로 나뉜다. 장은 빨리어로 ‘왁가(vagga)’라고 불리는데, 흔히 ‘품(品)’으로 한역된다. 따라서 『쌍윳따 니까야』는 5왁가, 56쌍윳따, 2,889개의 경으로 이루어졌으며, 천신(天神)을 포함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붓다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이 가운데 32개의 핵심 쌍윳따를 선정하고, 500여 개의 경을 정선(精選)하여 402개의 경으로 취합, 정리했다.
그 구성을 살펴보면 제1장 『게송품(偈頌品, Sagātha-Vagga)』 111경, 제2장 『인연품(因緣品, Nidāna-Vagga)』 97경, 제3장 『온품(蘊品, Khandha-Vagga)』 81경, 제4장 『입처품(入處品, Āyatana-Vagga)』 93경, 제5장 『대품(大品, Mahā-Vagga)』 20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게송품』에서는 당시의 종교적 신념 속에 존재하는 여러 천신과 왕, 바라문 등 많은 인물이 등장하여 불법을 찬탄하면서 문답 형식을 통해 불교를 다른 사상과 비교하여 보여준다.
제2장 『인연품』에서는 붓다의 깨달음의 핵심인 연기(緣起)를 주제로 하는 경들을 통해서 연기를 다각적으로 설명한다.
제3장 『온품』에서는 5온(五蘊)에 관련된 경들을 통해 불교에서 일체법(一切法)으로 이야기하는 5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제4장 『입처품』에서는 12입처(十二入處)에 관련된 경들을 통해 붓다가 세간의 근원, 즉 일체(一切)라고 천명하신 12입처에 대하여 설명한다.
제5장 『대품』에서는 8정도(八正道), 7각지(七覺支), 4념처(四念處) 등 소위 37도품으로 알려진 불교 수행법에 관계된 경들을 통해 열반에 이르는 구체적인 길을 보여준다.
붓다는 대화 상대자들에게 바른 이해와 통찰을 강조한다. 그래서 몇 번이고 대화 상대가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했는지 되묻는다. 또한 붓다 스스로 어떻게 마음 작용을 이해하고 통찰했는지를 다양한 비유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상대에게 바른 이해를 통한 의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바른 이해와 통찰이 수반되지 않은 수행은 말 없는 마차와 같기 때문이다.
바른 이해는 깊은 통찰을 부르고, 깊은 통찰은 잘못된 수행을 방지한다. 올바른 수행이 곧 열반에 이르는 길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불교 교리와 수행을 주제별로 엮어
깨달음의 실현 방법을 명확하게 밝히다
『쌍윳따 니까야』의 이야기 전개와 구성을 알기 위해서는 각 품(品, vagga)의 핵심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제1장 『게송품』은 붓다의 가르침을 찬탄하면서 통관(通觀)하고, 제2장 『인연품』은 불교사상의 핵심이 연기(緣起)임을 천명한다. 제3장 『온품』과 제4장 『입처품』을 통해 연기하는 세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 제5장 『대품』은 이러한 교리에 근거하여 세간을 벗어나 열반을 성취하는 길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이를 『디가 니까야』와 『맛지마 니까야』의 내용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디가 니까야』는 당시의 외도사상을 비판하면서 불교의 입장을 드러내고, 『맛지마 니까야』는 불교 수행의 목적과 방법을 알려준다면, 『쌍윳따 니까야』는 불교의 핵심 사상과 교리, 수행법을 보여줌으로써, 불교를 이해하고 실천하여 열반에 이르는 길을 알려준다.
먼저 제1장 『게송품』은 모든 경에 게송이 담긴 형식으로 되어 있다. 『쌍윳따 니까야』는 천신(天神)이 출현하여 붓다의 성도(成道)를 찬탄하는 게송으로 시작된다. 천신들이 계속해서 출현하여 게송의 형식을 빌려 해탈의 의미를 천명하고, 삼보(三寶)를 찬탄한다. 이어서 천자(天子), 왕(王), 바라문(婆羅門), 마라, 범천, 야차, 제석천 등 당시 인도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인물과 신들이 등장하여 대화의 형식으로 당시의 종교 사상과 대비되는 불교의 특징을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제2장 『인연품』의 주제는 연기(緣起)이다. ‘니다나(Nidāna)’는 ‘인연(因緣)’으로 한역되었는데, 연기와 같은 의미로도 쓰인다. 제1장 『게송품(偈頌品)』에서 붓다의 출현으로 바라문교의 시대는 가고 불교의 시대가 새롭게 열렸음을 알렸다면 『인연품』에서는 이제 붓다가 깨달은 진리, 즉 연기법을 설파한다.
제3장 『온품』의 주제는 5온(五蘊)이다. 5온은 우리가 자아로 취하여 집착하는 다섯 가지 망상(妄想)이다. 색온(色蘊)은 우리의 신체가 지니는 모습을 취하여 자아로 집착하는 망상이다. 수온(受蘊)은 우리가 느끼는 고락의 감정을 취하여 자아로 집착하는 망상이다. 상온(想蘊)은 사유하고 판단하는 생각을 취하여 자아로 집착하는 망상이다. 행온(行蘊)은 의욕이나 의도를 취하여 자아로 집착하는 망상이다. 식온(識薀)은 대상을 분별하여 인식하는 의식을 취하여 자아로 집착하는 망상이다.
싯다르타는 우리가 자아로 취하고 있는 5온이 괴로움의 실체라는 것을 깨닫고 붓다가 되었다. 붓다가 깨달아 진리(眞理)로 선언한 4성제(四聖諦) 가운데 고성제(苦聖諦)는 5온을 취하여 자아로 집착하는 망상, 즉 5취온(五取蘊)을 의미한다. 그리고 괴로움의 소멸, 즉 멸성제(滅聖諦)는 5온을 자아로 집착하는 망상의 소멸을 의미한다.
제4장 『입처품(入處品, Āyatana-Vagga)』의 주제는 12입처(十二入處)이다. 12입처는 내(內) 6입처와 외(外) 6입처를 합쳐서 부르는 명칭이다. 제4장 『입처품』에서 다루는 주제는 중생이 자아로 취하는 5온이 발생하는 근거로서의 내6입처(內六入處)와 외6입처(外六入處)이다. 내6입처(內六入處)는 ‘보는 주관[眼], 듣는 주관[耳], 냄새 맡는 주관[鼻], 맛보는 주관[舌], 만지는 주관[身], 마음[意]’이고, 외6입처(外六入處)를 ‘보이는 형색[色], 들리는 소리[聲], 냄새[香], 맛[味], 접촉되는 것[觸], 법(法)’을 가리킨다.
제5장 『대품』의 주제는 4념처(四念處)·4정근(四正勤)·4여의족(四如意足)·5근(五根)·5력(五力)·7각지(七覺支)·8정도(八正道)의 37도품(道品)과 고집멸도(苦集滅道)의 4성제(四聖諦)이다.
『쌍윳따 니까야』는 이 모든 내용들을 하나하나 설명한다. 이를 짧게 정리하면 ‘마음 작용의 원리를 밝히고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리석은 중생의 마음 작용은 항상 괴로움이 따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중생이 이를 이겨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붓다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쉽도록 교리와 수행을 주제별로 명확하게 정리하여 『쌍윳따 니까야』를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용은 너무나 방대하다. 이를 다시 축약하여 한 권의 책으로 담은 것이 『정선 쌍윳따 니까야』이다.
이 책으로 불법(佛法)의 바른 이해와 수행 실천의 근기를 키울 수 있다. 불교 신도는 물론 정신세계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쌍윳따 니까야』는 이렇게 천신들이 붓다의 깨달음을 찬탄하고 찬송하게 함으로써 이 세상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선언하면서 시작된다. 천신들이 계속해서 출현하여 게송의 형식을 빌려 해탈의 의미를 천명하고, 삼보(三寶)를 찬탄한다. 이어서 천자(天子), 왕(王), 바라문(婆羅門), 마라, 범천, 야차, 제석천 등 당시 인도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인물과 신들이 등장하여 대화의 형식으로 당시의 종교 사상과 대비되는 불교의 특징을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_21쪽
고행은 헛되이 몸만 괴롭힐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보리수 그늘에서 반야(般若)로 12연기를 통찰하여 깨달음을 성취한다. 머물지 않았다는 것은 현실에서 도피하여 선정 가운데 머물지 않았다는 것이고, 애쓰지 않았다는 것은 혼란스러울 뿐인 고행을 애써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붓다는 어떻게 열반을 성취했는가? 이 경은 붓다가 선정에 빠지지 않고, 고행을 버리고, 세간의 애착에서 벗어남으로써 열반을 성취했다고 이야기한다. _22쪽
신들과 인간들이 이 세상이나 저세상에서
만약에 그렇게 해탈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면
선을 행한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훌륭한
그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들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_81쪽
죽지 않기[不死] 위해 하는 어떤 고행도
무의미한 수행임을 알고 나서,
밀림에서 노와 타(舵)가 쓸모없듯이
백해무익(百害無益)함을 알고 나서,
계율과 선정과 지혜를 닦아,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닦아,
나는 최상의 청정을 얻었다네.
죽음의 신이여, 나는 이미 너를 죽였다네. _141쪽
믿음은 씨앗, 수행은 비,
통찰지[般若]는 나의 멍에와 쟁기.
부끄러움은 끌채, 마음은 멍에끈,
주의집중은 나의 보습과 회초리.
몸가짐을 조심하고, 말을 조심하고,
음식은 양에 맞게 절제하며
진리로 잡초를 베어낸다네.
온화함은 나의 휴식이라네. _192쪽
붓다는 무엇을 깨달았는가? 「인연 쌍윳따」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이다. 붓다는 연기를 깨달아서 생사(生死)의 폭류를 건넜다. 12연기는 이것을 잘 보여준다. 생사는 무명(無明)에서 연기한 것이기 때문에, 생사의 폭류를 건너기 위해서는 선정(禪定)에 빠지거나 애써 고행(苦行)을 해서는 안 되고, 생사를 일으키는 인연을 통찰하여 생사의 근본 원인은 무지, 즉 무명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붓다가 깨달은 12연기이다. _207쪽
붓다가 깨달아 진리(眞理)로 선언한 4성제(四聖諦) 가운데 고성제(苦聖諦)는 5온을 취하여 자아로 집착하는 망상, 즉 5취온(五取蘊)을 의미한다. 그리고 괴로움의 소멸, 즉 멸성제(滅聖諦)는 5온을 자아로 집착하는 망상의 소멸을 의미한다. 붓다가 깨달은 연기(緣起)는 바로 5온을 자아로 취하는 망상의 연기이다. 붓다는 무명(無明)으로부터 망상이 일어나는 유전연기(流轉緣起)와 무명에서 벗어남으로써 망상이 사라지는 환멸연기(還滅緣起)를 통찰하여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났다. 이것을 표현한 것이 12연기의 유전문(流轉門)과 환멸문(還滅門)이다. _421쪽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붓다의 모든 가르침은 5온을 중심으로 설해진 것이다. 따라서 5온과 무관한 경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2연기는 5온의 연기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고, 제4장 『입처품(入處品)』의 주제인 12입처(入處)는 5온이 연기하는 근거를 밝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경이 『온품』에 속하고 「온 쌍윳따」에 포함될 수 있지만, 편의상 세분하여 여러 품과 쌍윳따로 나눈 것이다. _423쪽
어떻게 하면 몸은 병들어도 마음은 병들지 않을까요? 장자여, 성인(聖人)을 알아보고, 성인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성인의 가르침에서 잘 배우고, 참사람을 알아보고, 참사람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참사람의 가르침에서 잘 배운, 학식 있는 거룩한 제자는 형색[色]을 자아로 여기지 않습니다. 자아는 형색을 지니고 있다고 여기거나, 자아 속에 형색이 있다고 여기거나, 몸의 형색 속에 자아가 있다고 여기지 않고, ‘몸의 형색이 자아다. 몸의 형색은 나의 소유다’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몸의 형색이 자아다. 몸의 형색은 나의 소유다’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그 사람의 형색도 다른 모습으로 변화합니다. 형색이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도, 그에게는 근심, 슬픔, 고통, 우울, 고뇌가 생기지 않습니다. 느끼는 마음[受], 생각하는 마음[想], 유위를 조작하는 행위[行]들, 분별하는 마음[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하면 몸은 병들어도 마음은 병들지 않습니다. _428쪽
비구들이여, 비유하면 목공이나 목공의 제자가 도낏자루를 살펴보고, 손가락 자국과 엄지손가락 자국을 보면서, ‘나의 도낏자루가 오늘은 이만큼 닳았고, 어제는 이만큼 닳았고, 다른 때는 이만큼 닳았다’라고 알지는 못하지만, 닳았을 때 닳았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다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닦아 익히며 지내는 비구는 ‘참으로 나의 번뇌[漏]가 오늘은 이만큼 소멸했고, 어제는 이만큼 소멸했고, 다른 때에는 이만큼 소멸했다’라고 알지는 못하지만, 소멸하면 소멸했다는 것을 안다오. _540쪽
12입처는 일체법이 연기하는 근원이다. 따라서 『니까야』에서 12입처는 항상 존재를 인식하는 식(識, viññāṇa)이 연기하는 조건으로 설해진다. 그리고 12입처에서 식(識)이 연기함으로써 18계(界)가 형성되고, 이를 조건으로 촉(觸), 수(受), 애(愛), 취(取), 유(有)가 연기한다. 『입처품(入處品)』에는 이와 같이 12입처를 근원으로 중생들의 괴로운 세간이 연기하는 모습을 다각적으로 보여주는 경들이 수록되어 있다. _5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