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침대 머리맡을 어디에 둬야 잘 잘까?
풍수와 인테리어
집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인간은 땅에 살기 시작하면서 적과 맹수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홍수나 태풍 등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크고 작은 위기로부터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적응하며 살아온 것이 결국 풍수다.
풍수란 단지 특정 장소에 어떤 물건을 놓아야 돈이 들어온다든지, 어느 방향에 대문이 있으면 불길하다든지 하는 단편적으로 운이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단순한 방법만은 아니다. 풍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그 구성원의 인생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에 따라 사람이 변화한다는 게 풍수의 근본 원리다. 여기서 주변 환경이란 집 주변이나 인테리어라는 공간적인 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입고 먹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환경을 말한다. 이 모든 환경이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니 삶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도 풍수가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일상생활 전체에서 자신과 가족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풍수다.
이처럼 자신의 성향에 맞게 새로운 공간과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을 풍수라이프(Fengshui life)라 한다. 최근에는 풍수인테리어(Fengshui Interior)라는 말이 등장해 집 안 가구나 소품을 배치하고 좋은 주택이나 아파트를 선택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풍수인테리어, 음양오행의 균형과 조화
풍수는 산세, 수세, 지세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운의 길흉을 보는 것으로, 그 기본이 되는 원리에는 주변 자연환경과 대지와의 조화와 균형, 그리고 향(向)이 가장 중요하다. 풍수의 내부기운을 말하는 풍수인테리어에서는 주변 자연환경이나 건물 같은 인공구조물과의 관계와 향 이외에도 가구와 소품의 배치, 자재 및 컬러를 이용해 집이나 사무실 내부의 오행이 상생하고, 생기가 머무는 공간이 되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
집에서는 현관·거실·부엌·화장실·침실 등 각 공간이 기능적으로 최적화된 상태에서 내부의 기운을 살펴보고, 어느 한 공간이 너무 빽빽하거나 다른 한쪽이 너무 비어 있지 않은 전체 공간의 균형미도 신경 써야 한다. 이런 요건들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건강해지고 재물이 모이며 사랑도 쌓이고 일과 학업에서 성공과 성취를 할 수 있는 집이 될 수 있다. 공간에는 생기가 흐른다. 그리고 그 생기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기를 주고받듯이 사람이 집을 짓지만,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사람과 공간도 서로 기를 주고받는다. 때문에 공간의 배치가 중요하고 그 배치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가구나 소품에 의해서 생기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음과 양으로 나눌 수 있고, ‘목화토금수’라고 하는 오행으로 구성돼 있다. 굵고 밝고 튀어나와 있고 따뜻한 것은 양이고, 가늘고 어둡고 들어가 있고 차가운 것은 음이다. 오행이라는 것은 우주 물질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로 나무, 불, 흙, 바위(쇠), 물이다. 오행은 방위나 색깔, 계절로도 나타낼 수 있다. 나무인 목(木)은 동쪽, 청색 또는 녹색, 봄을 의미한다. 불인 화(火)는 남쪽, 붉은색, 여름을 뜻하고, 흙인 토(土)는 중앙, 노란색 계열을 말하며, 바위인 금(金)은 서쪽, 흰색, 가을을 의미한다. 물인 수(水)는 북쪽, 검정색, 겨울을 표현한다. 이러한 음양의 기운과 오행이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게 균형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풍수인테리어다. 치우침이 있는 공간은 다른 요소나 장치로 중화해 생기의 흐름을 만들고 머무르게 하며 소통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집이나 건물을 지을 때는 방향을 고려해 배치하고, 건물의 주된 자재와 색깔을 정하며, 주변 건물이나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맥락을 고려해 들어선 건물은 행운을 불러들여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초를 만들게 된다. 또 공간과 사람 사이에서 주고받는 에너지의 순환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학업이나 애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주거공간 풍수인테리어 팁
풍수인테리어는 주거공간이나 일하는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기능과 효율을 고려하는 건축적 측면뿐만이 아니라, 각 기능적 공간 사이의 조화와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풍수인테리어를 실생활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살펴보자.
① 시작은 ‘비우기’부터
인테리어는 내부공간의 형태를 디자인하고 그 안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이다. 일단 비워진 공간을 만든 후에야 생기를 넣는 디자인 작업도 할 수 있다. 인테리어나 풍수의 기본은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고, 남아 있는 물건들을 정리정돈하면서 그 청결 상태를 유지하며 채광, 통풍, 환기가 잘 되게 하는 것이다.
우선 집이나 방에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서 불필요한 물건이나 잘 쓰지 않는 물건을 구분해 버리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렇게 비우고 난 후 남는 물건들은 사용빈도나 계절에 맞게 잘 수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수납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사용하고 난 후 반드시 정해진 위치로 되돌려 놓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리 깨끗하게 정리된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곧 다시 본래의 지저분했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② 도로는 물이자 곧 재물
풍수에서 물은 재물로 본다. 예로부터 강이나 바다를 통해 사람이 움직이고 물자의 교역이 이루어진 것처럼 물은 돈을 모으고 움직이게 했다. 또 물은 고여 있으면 썩기에 항상 움직이고 흘러야 한다. 그러나 소리를 내며 들이치는 물이어서는 곤란하다. 굽이굽이 천천히 완만하게 소리 없이 계속 흐르는 게 좋다. 이런 강에 의해 흙이나 모래가 오랜 기간 쌓여 만들어진 대지는 비옥해서 농사짓기에 최고의 지대가 된다.
현대 풍수에서 도로는 곧 물이다. 물의 흐름처럼 도로도 대지를 감싸 안는 형태로 흘러야 하며, 그 도로가 감싸 안는 안쪽이 좋은 자리다. 또한 현대 풍수에서 건물은 산으로 보므로, 배산임수처럼 자신의 건물보다 높은 건물을 뒤로 두고, 앞에는 적당한 폭의 도로가 감싸 안는 자리가 좋다.
③ 좋은 기운 부르는 평면계획
현관으로 들어온 좋은 기운은 복도를 지나 거실, 부엌, 침실, 화장실 등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기운이 구석구석 잘 미칠 수 있도록 공간 배치가 됐을 때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보통은 평면이 정해진 상태에서 가구나 소품 또는 약간의 공사로 보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집을 지을 때 기존 평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보완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평면계획의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집의 방문과 방문 또는 방문과 화장실 문이 서로 마주 보고 있으면 기가 불안정해져 좋지 않다. 집을 짓는 단계라면 평면을 다시 바로잡고, 이미 그렇게 지어져 있다면 발을 치거나 해서 흐트러진 기를 보완해야 한다.
또 침실에서 침대의 머리맡을 놓을 만한 벽체 뒤에 화장실이 있도록 평면을 두는 것은 기를 불안하게 해 안정이 안 된다. 기능상의 이유로 침대의 머리맡을 벽체가 아닌 가벽이나 붙박이장으로 향하게 두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배치는 불안정해 편안한 잠을 잘 수 없게 한다.
현관을 열었을 때 바로 일직선 맞은편에 발코니나 큰 창, 화장실 문이 보이면 재물이 머물지 못하고 흩어지므로 이러한 배치는 지양해야 한다. 더군다나 변기마저 보이고 열려 있는 상태라면 재물이 깨지는 모양새로 돈을 모으기 더욱 힘들다. 또 올라가는 계단이 바로 보이는 것도 밖으로부터의 모진 기운이 위로 모두 올라가므로 기의 흐름이 흩어져서 좋지 않다. 현관에서 안방 문이나 부엌이 보이는 것도 좋지 않다.
이웃하는 아파트 세대 현관문의 경우 서로 일직선상으로 마주 보고 있으면 기운이 상충하며 서로 영향을 받아서 좋지 않다. 복도식 아파트는 현관문이 한 방향을 향해 있지만, 계단식 아파트는 현관문을 서로 마주 보게 배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땐 현관문이 서로 보이지 않게 안쪽에 두거나 복도식 아파트처럼 한쪽을 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좋다. 한 집 안의 방문도 서로 마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방문과 화장실 문은 절대 마주 보아서는 안 된다.
박성준
현재 인컨텍스트건축사무소 대표이며 박성준풍수연구소 소장이다.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 MBC 〈무한도전〉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람과 땅의 기운을 함께 보는 역술가이자 풍수건축가·컨설턴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