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시리아 상점이 아침에 나무 의자를 내놓는 이유
시리아에서 상인들은 아침에 가게 문을 열면 문 옆에 작은 나무 의자를 놓아두고 영업 준비를 합니다.
첫 번째 손님이 와서 물품을 구입하고 가면, 주인은 그 의자를 가게 안으로 밀어 넣지요.
그러다가 두 번째 손님이 와서 사고 싶은 물건을 말하면, 상인은 가게를 나와서 주변 가게를 확인합니다.
아직 의자가 문 옆에 남아 있는 가게가 있다면,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판매하지 않고 동종의 이웃 가게로 안내합니다.
“저기 가게가 보이죠? 저 가게에 가면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어요” 하고 말이죠.
시장에 있는 모든 상인이 ‘첫 판매’를 해서 문 옆에 있는 의자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상인들은 이런 방식으로 양보합니다. 그러고 난 후에야 일상 영업을 개시하는 거죠. “이웃이 잘살아야 나도 잘살 수 있다”는 아랍 속담이 있는데, 상인들은 속담처럼 서로 도우며 공정하게 경쟁하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2얼(원더박스 기획팀장)입니다. 오늘은 3월에 출간할 책 이야기를 좀 하려고요. 이제 원고는 거의 확정되었고, 디자인 작업을 앞두고 있어요. 크게 보면, “또, 난민 책”입니다.
정우성의 난민 이야기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한 인류학자의 난민 캠프 체류기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 팬, 그리고 난민』,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 모녀를 다룬 따뜻한 그림책 『엄마를 위한 레시피』에 이어 2얼이 진행하는 네 번째 ‘난민 책’이네요.
이번 책은 헬프시리아라는 시리아 난민 구호 단체를 이끌고 있는 압둘와합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중학교 국어교사이자 헬프시리아의 열혈(?) 회원이신 김혜진 선생님이고요.
처음에는 이슬람포비아에 가까웠다가 결국은 압둘와합의 가족 같은 친구가 된 김혜진 선생님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책의 중간중간에는 ‘압둘와합이 들려주는 시리아 이야기’라는 코너를 마련해서 시리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 전쟁과 그로 인한 난민 이야기 등을 그 누구도 아닌 시리아인으로부터 직접 들려드리려고 하는데요. 위에 인용한 부분도 바로 그중 한 부분입니다. (아, 저런 매력적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라니!)
저 역시 이 책을 작업하면서 시리아가 얼마나 찬란한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시리아에 대해 알게 되니, 그만큼 더 지금의 전쟁과 난민 문제가 아프게 다가오더라고요. 전쟁이 나도 되는 나라는 없다는 걸. 난민이 되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시리아 전쟁이 벌써 10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6.25 전쟁 3년의 상처도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는데, 10년이라니…)
불현듯, 지금 당장 중동을 배경으로 한 복잡한 국제정치를 이해하기는 힘들어도, 한 명의 시리아인 친구를 이해하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책을 더 잘 만들어야겠어요. 더 많은 분들이 시리아인 친구를 곁에 둘 수 있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