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묵 스님의 화 다스리기]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볼 것, 보시할 것, 그리고 성인의 가르침을 상기할 것

2019-09-25     일묵스님

지난 호에 이어 ‘화를 버리는 방법’에대해살펴 보겠습니다. 화를 버리는 두번째방법은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그의 결점보다는 장점을 찾는것입니다.‘왜저사람이나한테화를낼까?’, ‘무슨 마음으로 저러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 봄 으로써 자기 입장을 내려놓고 타인의 마음을 이 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 로사람들은 자기가 화난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 고상대가 왜화를내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입장을 헤아리게 되면 대화의 물꼬가 트일 여지가 있지만, 자기 입장만고수하면대화자체가어려워집니다. 우리는 사람을 특정한 부분만 보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표면적으 로드러난 몇가지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한 일입니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의 꼬리를 만지면서 코끼리는 길쭉하게 생겼다고 하는 것 과비슷합니다. 『앙굿따라 니까야』 「미가살라경」에는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부처님처럼 모든 것에 통달하고 두루 볼수있는존재만 할수있는일이지 아무나 사람을 판단해선안된다는내용이나옵니다.마음의각도를조금바꿔상대방을보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상대의좋은점들을 보게 되고 이해하게 됩니다. 좋 지않은점만보면화를키우게 되지만, 좋은 점을 보면 화가 난마음을 가라앉 힐수있습니다. 셋째,보시를통해서화를버릴수있습니다.자신이소중하게생각하는소 유물을 남에게 보시함으로써 화를 버리는 방법입니다. 상대방에게 보시하고 자하는마음을 일으키는 순간 자애심이 일어나 화가 누그러지고 상대방도 그 보시를받아들임으로써화가가라앉기도합니다. 넷째, 부처님이나 성인의 가르침 중에서 좋은 구절을 기억해 두었다가 화 가났을때적용해 보는 것입니다. 『맛지마 니까야』 「톱의 비유경」에 다음과 같 은구절이있습니다.

“비구들이여,만일양쪽에 날이달린톱으로도둑이나첩자가 사지를마디마다자른다고하더라도 그들에대해마음을더럽힌다면 그는나의가르침을따르는자가아니다.”

이와 같은 가르침을상기하면서 ‘부처님께서는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화 를내지말라고하셨는데부처님의제자로서내가겨우이런상황에서화를내 서되겠는가’ 하고 자기를 추스르고 경책하며 화를 다스릴 수있습니다. 또는 용서하기힘든상황에서용서하는 사람들의 미담을 떠올리며 스스로 가다듬 을수도있습니다. 『법구경』 게송 223번의 이야기에는 외도의 집으로 시집을 간웃따라라는 여인의 일화가 나옵니다. 웃따라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싶었지만, 외도인 남편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가장 아름다운 기녀인 시리마를 고 용해 보름 동안 남편을 보살피게 하고, 그동안부처님께공양올리는 것을 남 편에게 허락받게 됩니다. 어느 날남편은 창밖을 내다보다가 아내가 손수 땀 흘리며 부처님의 공양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고 한심해서 웃었습니 다.이를본시리마는자신이고용되었다는사실을잊어버리고마치부인이된 것처럼 착각해 엄청난 질투심을 일으켰습니다. 결국에 시리마는 웃따라를 죽 이겠다는 마음으로 펄펄 끓는 버터기름을 그녀에게 끼얹었습니다. 그러나 웃 따라는 ‘이 여인은나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그녀의 커다란 친절에 비하 면이세상이 오히려 좁고 범천은 오히려 낮다. 그녀의 도움으로 나는 부처님 께공양올리고 법문을 들을 기회를 얻었다. 내가 그녀에게 화를 낸다면 버터 기름이 내몸을태울것이고, 화를 내지 않는다면 태우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 짐하며 한량없는 자애의 마음으로 삼매에 들었습니다. 이때 들었던 삼매는 자 애삼매인데 이런 자애삼매의 힘으로 웃따라는 아무 해도 입지 않았습니다. 그 때하인들이 몰려와 시리마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지만 웃따라는 오히려 시리마를 보호해 주고, 약을 발라 주며 용서해 주었습니다. 웃따라의훌륭한성품에감동한시리마는불교에귀의했다고합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그런 상황에 불같이 화를 내거나 상대에게 큰고통을 주 려고 했겠지만 웃따라는 오히려 친절과 자비로 극복하습니다. 이와 같은 미 담들을기억해두면화를버리는데상당히도움이될수있습니다.
 

묻고 답하기

어떤 상황에서든 화는 정당화될 수없습니다
살다보면화를내야하는순간도오는것같습니다. 이럴때화를내는것은정당한것아닌가요? — 많은분이이렇게생각하곤합니다.‘내가화를내는것은정당하다’,‘이럴때 화를안내면바보지’.하지만부처님께서는어떤상황에서든화를내는건 정당화될수없다고하셨습니다.화를내고나면마음은시원할지몰라도화를 내면마음이동요되어서상황을정확히판단하기어려우므로오히려상황을 꼬이게하고어렵게할수있습니다.그래서우선화를내려놓고평온한마음을 유지해야상황을정확하게판단할수있고지혜롭게대처할수있습니다.또 성냄의밑뿌리에는반드시집착이있습니다.‘이것은놓기싫다’,‘이런것은내 자존심이허락지않는다’.이같이나에대한집착이있으면그것이건드려졌을 때화가납니다.또집착을더들여다보면그속엔어리석음이있습니다.그래서 어느순간‘그래도나를좀내세워야하는거아닌가?’,‘나를내려놓으면남한테 무시받진않을까?’라고생각하게됩니다.그것은‘아상(我相)’,‘나’에대한집착의 위험성을아직철저하게알지못하는어리석음때문에그런것입니다.사람들은 불편한상황이나인정하기싫은것에대해변명을하면서이런저런이야기를 합니다.그속에는자신에대한집착이나인정하기싫은성냄이계속작용하고 있습니다.이것이겉으로드러날때는자기포장,자기정당화로드러나는데, 실상계속화를내는것입니다.그런것을명확히봐야합니다.껍데기에속으면 안됩니다.화난감정을표출하면서정당함으로포장하여자신을속이지말고 그것이화라는점을솔직히인정해야합니다.자신에게일어나는감정을화라고 알아차리는것그자체가지혜가작용하는것입니다.또‘그감정이화라고아는데 잘안버려진다’이렇게말하는사람은사실진정으로화를아는게아닙니다. 화가위험한줄분명히꿰뚫어알면화가저절로버려집니다.화가버려지지않는 것은화가위험한줄모르는어리석음이여전히작용하는것입니다.

 

일묵스님

서울대수학과졸업,해인사백련암에서출가.범어사강원을수료한후봉암사등에서 수행정진했다.미얀마와플럼빌리지,유럽과미국의상센터에서도수행했다.현재 제따와나선원장으로있다.

 

글. 일묵스님(제따와나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