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선물

수학을 하는 것과 인생을 사는 일의 공명에 관하여

2019-09-25     모리타 마사오
수학의 선물
저작·역자

지은이: 모리타 마사오

옮긴이: 박동섭

정가

14,500원

출간일 2019-09-25 분야 인문
책정보

장정: 양장

쪽수: 160

판형: 130 * 194mm

두께: 15mm

분야: 인문

키워드: 수학, 인문학, 어떻게 살 것인가

ISBN 979-11-90136-00-6 (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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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로

전작 《수학 하는 신체》로 일본의 권위 있는 학술상인 고바야시 히데오상(제15회)을 수상하고, 일본의 지성 우치다 다쓰루로부터 “모리타 씨 말고는 그 누구도 쓸 수 없는 아주 예외적인 책”이라는 호평을 받은 저술가. 수학을 음악처럼 들려주는 ‘수학 연주회’를 열고 있는 수학자. 수학의 틀 바깥에서 수학에 접근하면서 수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는 독립 연구자.

이 모든 설명의 주인공인 모리타 마사오가 수학 하는 삶 속에서 경험한 발견의 기쁨들을 기록한 열아홉 편의 에세이를 그러모아 독자들에게 안긴다. 바로 이 책 《수학의 선물》이다.

책 속에서 그는 ‘개수를 센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쓰는 언어는 수학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직선이 가능할 수 있는 조건과 직선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와 같이 다소 엉뚱한 질문들을 던지고서, 숫자도 기호도 수식도 하나 없이 일상의 말들로 수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의 글에서 결국 보게 되는 것은 무심코 지나쳐 왔던 ‘당연해 보이는 것들의 당연하지 않음’이다.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의 기쁨. 그 다음에는 무엇이 이어질까? 더 커진 호기심, 각자의 눈에 비치는 새로운 세계, 어쩌면 일상에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는 작은 모험들까지. 이것이 바로 수학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선물일 것이다.

저자소개 위로

모리타 마사오(森田真生)

1985년 도쿄 출생.

삶이 더 깊어지는 일에 수학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며 지내는 독립 연구자.

도쿄 대학 과학부 수학과를 졸업하고 교토에서 지내고 있다.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수학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탐험하는 〈수학 연주회〉와 〈수학 북토크〉를 진행한다.

저서로 제15회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수상한 《수학하는 신체》와 《개미가 된 수학자》가, 편저로 《수학하는 인생》이 있다.

옮긴이 박동섭

학문 간의 경계, 지역 간의 경계 그리고 연령 간의 경계를 종횡무진으로 이동하는 ‘이동연구소’ 소장이자 독립 연구자다.

‘○○ 연구자’라는 제도화된 아이덴티티로 살아가는 일의 한계를 실감하며 ‘아이덴티티 상실형 인간’으로 살고 공부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 《레프 비고츠키》, 《해럴드 가핑클》, 《회화분석》 등이 있고, 《수학하는 신체》,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 《스승은 있다》를 비롯한 여러 책을 번역했다.

목차 위로
한국 독자분들께
여는 글_우연의 선물
 

목숨을 걺(捨身)
풍경(風磬)
홀가분한 몸
백지(白紙)
불일부이(不一不二)
 

네가 움직일 때마다
의미
똑바로
단절과 연결
reason
정서(情緖)
 

변신
지금 이 자리에서
나비
수와 마음
 

대화(dialogue)
모어(母語)
탐험가
잴 수 없는 것
닫는 글
 
참고문헌
 
옮긴이 글

 

상세소개 위로

■ 어느 수학자의 인생 공부

전작 《수학 하는 신체》로 일본의 권위 있는 학술상인 고바야시 히데오상(제15회)을 수상하고, 일본의 지성 우치다 다쓰루로부터 “우리가 자력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지적인 떨림을 추체험할 수 있는, 모리타 씨 말고는 그 누구도 쓸 수 없는 아주 예외적인 책”이라는 호평을 받은 저술가. 수학을 음악처럼 누릴 수만 있다면 누구나 더 이상 수학을 두려워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삶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 거라는 발상에서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학 연주회’를 열고 있는 수학자. 흔히 보편적인 학문으로 여겨지는 수학 역시 그것이 탄생한 근대 유럽이라는 한계 안에 있다는 앎을 바탕으로 그 바깥에서 수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는 독립 연구자.

이 모든 설명의 주인공인 모리타 마사오가 이번에는 수학 하는 삶 속에서 경험한 발견의 기쁨들을 기록한 열아홉 편의 에세이를 그러모아 독자들에게 안긴다. 바로 이 책 《수학의 선물》이다.

책에서 그는 우리가 종이 위에 자를 대고 선을 그으면서 그것을 직선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어떻게 닮아 있는지를 말하고, reason(이성, 이유)이 ‘견주기’라는 뜻의 라틴어 ratio에서 유래한 것처럼 앎이란 상대적인 것이므로 삶의 ‘이유’도 각자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일깨우며, 두 살짜리 아들과 함께 숫자 세기를 하면서 역으로 수로 세계가 분절되기 전에 타인 및 세계와 공명할 수 있었던 원초적인 기쁨을 잊지 않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한다.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학문의 존재 가치가 있다는 전제 아래 수학, 과학, 철학,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사유의 새로운 지평을 펼쳐 보인다.

■ 하얀 빈 종이를 마주하는 시간

“난해한 증명을 암기할 때보다도 소박한 발견을 스스로의 힘으로 달성할 때의 기쁨이 훨씬 깊다. 처음에는 아무리 불안하고 두렵게 느껴지더라도 먼저 자기 몸과 한 장의 백지로부터 시작해 보자.”

- 〈백지〉에서

모르는 수학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 보라고 모리타 마사오는 제안한다. 방침을 세우고, 계산을 해 보고,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 그렇게 하면 정말로 하얀 빈 종이에서 시작했음에도 스스로 길을 발견해서 알게 되는 순간이 때때로 온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애를 써도 마지막까지 풀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에는 전혀 몰랐던 문제를 혼자 힘으로 해결한 순간의 기쁨은 각별하다고 말한다.

또한 처음부터 문제의 의미를 알려고 하는 건 잘못이다. “행위에 앞서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호 운용의 룰에 따른 계산의 반복 끝에 의미가 나중에 따라” 나오는 법이니까. 의미가 불분명하더라도 그 상태를 참고 견디며 계산을 하다 보면 조금씩 의미의 감각이 찾아온다.

어디선가 경험했던 것 같은 이 느낌. 수학을 하는 것이 인생을 사는 일과 어쩌면 이리도 닮아 있을까!

■ 수학은 어떻게 우리를 더 깊고 새롭게 만드는가

“근본적으로 보면 수학은 단지 수와 계산을 다루는 학문만이 아니라 계산과 논리를 낳은 인간의 마음, 우리 내면의 우주를 살피는 일입니다.”

- 모리타 마사오. TEDx 강연에서.

‘수와 계산과 논리의 학문이 수학’이라는 우리의 상식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모리타 마사오는 그것만이 수학의 전부라고 여기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기호의 질서에 기반을 두고 사고의 확장을 꾀하는 것은 분명 수학이 가야 하는 중요한 방향이다. 그렇게 한 덕분에 인류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를 앞둘 수 있게 되었으며, 세계의 원리를 하나둘 계속 풀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건 엘리트 계층, 그 가운데서도 재능과 노력과 사회적 지위와 행운이 함께하는 소수뿐이다. 수학이 그들만의 전유물이 되는 세태를 모리타 마사오는 두 손 놓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는 다른 방향으로 수학을 밀고 나간다. ‘개수를 센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쓰는 언어는 수학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직선이 가능할 수 있는 조건과 직선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와 같이 다소 엉뚱한 질문들을 던지고서, 숫자도 기호도 수식도 하나 없이 일상의 말들로 수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한다. 이를 통해 수학을 평범한 우리들에게 돌려주고, 수학을 우리의 일상과 밀착시키며,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던 장막을 걷어내어 세계와 삶의 비경을 하나둘씩 드러내 보인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의 글에서 결국 보게 되는 것은 무심코 지나쳐 왔던 ‘당연해 보이는 것들의 당연하지 않음’이다.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의 기쁨. 그 다음에는 무엇이 이어질까? 더 커진 호기심, 각자의 눈에 비치는 새로운 세계, 어쩌면 일상에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는 작은 모험들까지. 이것이 바로 수학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선물일 것이다.

책속으로 위로

나는 아무리 바쁜 날이더라도 오전 시간만큼은 수학 공부를 위해 따로 떼어 두고 있다. 이 시간은 일상 속의 성역이다. 수학을 하고 있는 한 사고에 자아가 개입할 틈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고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

단지 온몸으로 수학의 바람을 맞는 것이다.

-〈풍경〉에서

방침을 세운다. 계산을 해 본다. 몇 번이나 실패를 반복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다. 그렇게 하면 정말로 하얀 빈 종이에서 시작했음에도 스스로 길을 발견해서 알게 되는 순간이 때때로 온다. 물론 아무리 애를 써도 마지막까지 풀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에는 전혀 몰랐던 문제를 혼자 힘으로 해결한 순간의 기쁨은 각별하다.

-〈백지〉에서

어른이 되면 의미의 세계는 안정된다.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의미를 만날 일이 희박해진다. 의자는 변함없이 의자고 문손잡이는 변함없이 문손잡이다. 그런데 안정된 의미의 세계는 평온한 대신에 권태롭고 단조롭다.

수학은 이 권태를 무너뜨린다. 새로운 기호와 새로운 기호 조작의 규칙을 도입하면 우리는 그때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의미 불명의 행위에 빠져들 수 있다. 그 행위의 반복으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수학의 힘을 빌려서 언제까지라도 우리는 어린아이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의미〉에서

흰 종이 위에 또 선을 긋는다.

펜 끝은 흔들리고, 결국 볼품없는 행위의 궤적만이 종이 위에 남는다. 그럼에도 그런 선을 그리는 것이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재미있어진다. 직선을 목표로 하지만 직선이 달성되지 않는 그 어긋남 속에 바로 내가 있다는 느낌조차 든다.

-〈똑바로〉에서

수에는 ‘마음의 방향’을 같게 하는 작용이 있다. “엿새 뒤에 만납시다!”라고 약속하면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쪽으로 마음이 간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야자수”라고 말하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의 주의가 똑같은 나무 쪽으로 향한다. 수가 세계를 잘라내서 그 잘라내는 방식에 따라서 마음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수와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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