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묵 스님의 화 다스리기] 화를 이해해야 버릴 수 있다

2019-08-23     일묵스님

화를 화로 대처하지 마라

화를 대하는 바른 자세는 화와 다투지 않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화가 일어나면 화가 일어난 것 자체를 싫어하거나 아예 화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불환자(不還者)인 성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미 일어난 화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보다 그것에 대처하는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미 일어난 화를 싫어하고 거부합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화를 내다니 나는 한심한 사람이야’, ‘화는 해로운 마음인데 이렇게 화를 내는 내가 싫어’라며 다시 화로써 반응합니다. 이것은 이미 일어난 화에 대해 다시 화를 내는 것이므로 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일어난 화를 싫어하고 거부하면서 화로 대처하게 되면 화가 더욱 커져 점차 압도당하게 됩니다. 이런 태도는 화를 계속 지속하게 하고 커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화는 이해해야 할 대상이지 다툼의 대상이 아닙니다. 화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화의 특성, 화의 원인, 화의 위험성 등을 이해하면 저절로 버려집니다. 화가 일어났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사람은 화에 압도당하지 않기 때문에 화가 일어나지 않았을 때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지혜가 계발되어 화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 화를 버리는 방법 (1)

화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우선 화가 일어났음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지금 자 기가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화를 내는 그 순간을 알아차려야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설명할 방법들 도 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선행된 이후에 가능한 방법들입니다. 사람마다 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다 다릅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자존 심에 상처를 받았을 때,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은 원하는 물건을 얻지 못했을 때, 주장이 강한 사람은 자기주장에 반대하거나 무시당할 때 화를 냅니 다. 또 타인에게 화를 잘 내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에게 화를 잘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화를 버리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셔서 대상이 나 자기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법들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 다. 상황에 따른 여러 가지 방법들을 익히다 보면 나중에는 저절로 지혜가 작 용해서 어렵지 않게 화를 버릴 수 있습니다. 첫째, 화의 위험성과 자애의 이익을 반조하는 것입니다. 화는 대상을 싫어 하는 심리 현상이므로 화는 자신뿐 아니라 남도 고통스럽게 합니다. 자신을 자 학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분출하여 남에게 폭력을 쓰거나 심지어 죽이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화는 현재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자신이 쌓아 왔던 공덕을 불태워 버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화는 매우 위험합니다. 이 에 반해 자애는 대상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화와 정반대의 심리 현상입니다. 부처님께서는 화의 위험성과 자애의 이익을 설하시면서 화를 버리는 대 표적인 방법으로 자애를 계발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앙굿따라 니까야』 「자 애경」에 나오는 자애의 이익에 대해 살펴보면, 자애를 많이 계발한 사람은 먼 저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하고 편안하게 됩니다. 또 편안하게 잠들고, 잠잘 때 악몽도 꾸지 않습니다.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쉽게 잠들 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애를 계발하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습니다. 또 자애심이 많은 사람은 항상 남이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주변 사람 들뿐만 아니라 천신이나 동물 등 인간 아닌 다른 존재들도 그 사람을 좋아합니 다. 옛 일화를 보면 자애심이 많은 스님에게서는 적대감이 느껴지지 않아 야생 동물들도 달아나지 않고 가까이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자애의 계발을 통해 자애 선정에 들 수 있고, 그 선정을 바탕으 로 최상의 지혜를 계발하여 깨달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비록 깨달음에 이르 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원한다면 자애 선정을 닦아 고귀하고 행복이 가 득한 세상인 색계에 태어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화의 위험성과 자애의 이익을 반조함으로써 화를 버릴 수 있습니다.
 

[묻고 답하기]

자기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야 남도 귀하게 여깁니다
제 자신에게 분노가 많아 스스로에 대해 자애 수행을 했는데 그래도 되나요? —

물론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자기한테 분노가 많을 때는 오래 해도 괜찮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가 많으면 밖으로 표출됩니다. 자기가 먼저 스스로를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야 남도 귀하게 여깁니다. 남에게 자애심을 일으키는 것은 쉬울 수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 자애심을 일으키는 건 오히려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자애심을 일으키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나와 남을 차별하지 말고 남에게 자애심을 일으키는 만큼 자신에게도 자애심을 일으켜 스스로의 허물을 용서하세요.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의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일 뿐입니다. 부처님도 과거 전생에는 중생이었던 시절이 있어 나쁜 일도 하고, 갈등하고, 고민하셨습니다. 자신의 허물도 단지 조건에 의해 발생했다가 사라진 현상일 뿐이라는 지혜가 생기면 자신에게 분노하는 것보다 자신의 허물을 참회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바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많은 집착이 생겨 원하는 것이 많고,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화가 날 수 있습니다. 『맛지마 니까야』 「애생(愛生)경」에는 두려움, 분노, 화의 원인이 애착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나옵니다. 분노의 뿌리에는 집착이 있고, 집착은 어리석음이 바탕에 있습니다. 많은 분이 분노만 버리려고 애를 쓰는데, 그것의 바탕엔 분노의 허구성과 집착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일묵 스님
서울대 수학과 졸업, 해인사 백련암에서 출가. 범어사 강원을 수료한 후 봉암사 등에서 수행정진했다. 미얀마와 플럼빌리지, 유럽과 미국의 영상센터에서도 수행했다. 현재 제따와나 선원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