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해외 미디어 현황과 불교의 변화
독자를 위해 변한 미디어, 불자를 위해서는?
2012년 12월 뉴욕타임스에 ‘스노우폴snowfall’이라는 독특한 기사가 올라왔다. 미국 워싱톤주 캐스캐이드 산맥에서 발생한 눈사태를 다룬 기사였다. 소재는 평범했지만, 기사의 형식은 완전히 달랐다. 66개의 모션 그래픽이 화면을 채웠다. 사진과 영상, 기사가 한데 어우러져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현장감을 극대화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기사였다. 기사를 접한 전 세계 언론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로 201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후 가디언이 호주 태즈매니아 섬에서 발생한 산불을 다룬 기사 ‘파이어스톰 re Storm’을 선보였고, 워싱턴포스트가 ‘더 프로피츠 오브 오크 리지 e Prophets of Oak Ridge’를, 일본 아사히신문이 ‘라스트 댄스ラストダンス’를 선보이며 세계의 언론은 이른바 인터랙티브 저널리즘의 세계로 접속하기 시작했다.
| 변화하는 환경, 변화하는 미디어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다양한 모바일 기기의 개 발로 미디어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2014년 대중에 공개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는 미디 어가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를 생 생하게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보고서의 서문에 서 “아마도 올해가 미디어 업계에서 역사적인 한 해가 될 것이다. 기술은 모든 유통 플랫폼을 파괴 할 것이고, 소비자들은 그들의 오래된 소비 습관 을 재정의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단순 히 이전의 모습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상하는 것에 서 벗어나 뉴욕타임스가 준비하는 디지털 미디어 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기록되어 있었다. 뉴욕타 임스는 디지털 뉴스룸을 확대하고 오랜 시간 이어 져온 고유의 영역을 무너뜨렸다. 업무 영역의 벽 을 허물고 다방면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했다. 구 성원들은 다양한 실험과 결과를 공유했다. 19세기 부터 이어져온 전통적인 신문 매체가 변화를 받아 들이고 있는 모습에 세계의 수많은 언론사가 실험 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보다 조금 앞서 하 버드 케네디스쿨의 조앤 쇼렌스타인 센터에서 내 놓은 「립타이드Riptide」에도 ‘새로운’ 미디어에 대 한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미디어와 디지털 매체 전문가들의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보 고서에서 아서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말 했다. “과거 8:2의 광고와 구독료 수입의 구조가 디지털 구독의 유료화 이후 5:5 구조로 변하고 있 다.” 그는 미디어 비즈니스의 전통적 시스템이 변 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서 설즈버거는 한 걸 음 더 나아가 종이신문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 으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하는 흐름의 중심에는 플랫폼을 수용하는 독 자의 변화가 있다. 변화하는 독자의 미디어 수용이 시장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 해외 불교 잡지의 모습
뉴스미디어만 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사회의 불교 전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불교미디어의 변화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불교 잡지인 「트 라이시클Tricycle」이나 「라이언스 로어Lion’s roar」의 경우 티베트불교를 중심으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법을 전파한다. 이 잡지들은 종이 잡지로 시 작해 인터넷 시대의 개막과 함께 온오프라인을 함 께하는 미디어로 신속하게 변화했다. 「트라이시 클」을 창간한 헬렌 트워코프helen tworkov는 “성공의 중요한 요소는 끊임없이 실패하고 바보가 되는 일 에 나서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가르침의 전파에 있어 새로운 미디어의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 지를 강조한 말이다.
「트라이시클Tricycle」 홈페이지는 웹의 역사와 거의 동일할 만큼 오래된 페이지다. 트라이시클 매거진 기사는 물론 온라인으로 전하는 다양한 불 교이야기와 전자책, 팟캐스트 등 많은 양의 영문 불교자료를제공한다.「라이언스로어Lion’s roar」의 경우 「샴발라 선shambhala Sun」이라는 이름에서 이름 을 바꾸었다. 격월간 「라이언스 로어」 잡지 외에도 「붓다 다르마Buddha Dharma」라는 이름의 잡지도 발 행하며 명상과 불교 교육에 더욱 특화하고 있다. 「트라이시클」과 「라이언스 로어」 모두 온라인 잡 지와 오프라인 잡지를 함께 운영하며 시너지 효과 를 낸다.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잡지는 모바일과 PC의 환경을 오가는 가변형 웹사이트를 통해 독자들의 경험에 기반한 서비스를 한다. 교육이나 명상 프로그램 등을 온 라인으로 제공하고 매년 온라인 불교영화제도 개최한다.
매거진 형태의 잡지이지만, 출판과 영상, 온- 오프라인 교육과 명상수행 과정 운영을 통해 영역 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현대 과학과 불교의 관계나 명상 수행을 통한 삶의 변화에 초 점을 맞추고 뇌과학 전문가와 달라이 라마의 대담 을 중계하기도 한다. 그렇게 뻗어나간 불교의 가 지는 계속 세분화되고 있다. 뇌과학, 생화학학, 심 리학, 가상현실 등으로 분야를 넓히며 현대 불교 가 가야할 길을 모색한다. 이들에게 미디어는 늘 새로움을 간직하고 있어야 할 무언가다. 서구에서 불교가 놀라운 속도도 성장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불교미디어의 움직임이 숨어 있다.
| 변화를 맞이하는 우리는?
새로운 미디어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해외 미디 어에서 먼저 불어 닥친 이런 변화의 바람 속에서 전통적인 언론인들의 저항은 거의 없었다. 기자들 도 이러한 변화를 알고 받아들이고 있다. 해외 불 교 잡지들도 그러하다. 한국의 미디어도 이미 변 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론사들마다 디지털 뉴스룸을 만들고 새로운 기사 형식을 시도한다.
변화의 키워드는 융합이다. 기존의 경계는 계 속 무너지고 있다. 미디어들은 서로의 장점을 배 우며 끊임없는 이종교배로 새로운 미디어의 DNA 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마트폰이 결합한 기능은 전화와 인터넷이었지만, 그렇게 결합된 모바일의 세계는 기능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 고 있다. 종교의 미디어 활용은 뗄 수 없는 관계였 다. 초창기 구전을 통해 전해진 부처님의 말씀은 글로 기록되어 경전으로 전해졌다. 불상과 벽화, 탑, 염불, 각종 의식 모두 불교를 전하는 미디어였 다. 대중과 연결하는 방법이었다. 당시의 스님들 은 사람들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기 위하여 새로운 미디어를 받아들이고 이용했다. 첨단의 미디어인 활자를 처음 발명해 가장 먼저 활용한 집단이 바 로 승가였다. 대장경을 구하기 위해 수만 리 죽음 의 길을 불사했던 구법의 정신에는 진리와 전법에 대한 간절함이 숨어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새롭게 등장하는 많은 뉴미 디어 플랫폼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트라이씨 클」이나 「라이언스 로어」와 같은 티베트불교의 미 디어 적응 사례를 보면 우리 불교가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첫번째는 콘텐츠의 개발, 두번째는 플랫 폼에 적응하는 자세다. 무종교의 시대를 맞이하는 불교계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미디어 혁명 시대의 불교미디어 무엇을 할 것인가 |
미디어 환경이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경계와 영역은 허물어진 지 오래다. 신문과 방송, 잡지 등의 전통적 미디어의 위축은 갈수록 심화된다. 디지털미디 어와 영상미디어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플랫폼이 콘텐츠를 압 도 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유튜브는 기존 검색포털을 따돌리고 콘텐 츠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이번 기획은 전법과 신행의 가장 중요한 토대 중 하나인 불교미디어의 갈 길을 묻는다. 미디어 혁명의 시대, 불교미디어는 어디로 갈 것인가? 01 특별좌담: 미디어 혁명과 불교 / 서재영, 유병탁, 윤호우, 정재민 |
글. 김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