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놀이 통한 어린이 포교, 불교레크리에이션 협회
한국불교의 미래, 어린이 포교
한국불교의 미래, 어린이 포교 |
미래 불교의 주역인 어린이 포교가 위기라고들 합니다. 콘텐츠도 부족하고 사람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어린이 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의 수도 크게 모자랍니다. 어디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답답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불광이 어린이 포교를 취재했습니다. 어떤 콘텐츠가 어떻게 부족한지, 무엇을 활용해야 하는지 들여다봤습니다. 그동안 어린이 포교에 헌신해온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수 십 년간 어린이를 위한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온 담당자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어린이 법회는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살펴봤습니다.
01 어린이 포교와 콘텐츠 유윤정 |
어린이 불교, 레크리에이션 포교
다수의 사람이 어울려 놀며 행사의 분위기를 띄울 때 레크리에이션을 많이 활용한다. ●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도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아이들의 관심과 집중을 유도한다. ● 놀이와 교육, 체험과 휴식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되는 것이 레크리에이션이다. ● 불교에 맞게 레크리에이션을 개발하는 곳이 있다.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회장 노휴 스님).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어린이 포교에 앞장서고 있는 곳이다.
| 불교를 전하는 쉽고 재밌는 방법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이하 불레협)는 어린이‧청소년 법회 활성화를 위해 1985년 창립했다. ‘불교를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라는 모토로 30여 년간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들에게 불교를 전하고 있으며, 수많은 지도자를 양성해왔다.
불레협의 활동은 놀이의 과정 속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는 것이다. 놀이 속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레 불교를 접하고 이해하는 것이 이들의 활동 목표다. 여기서 말하는 놀이는 춤추고 노래하고 뛰어노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공예 미술과 명상체험, 야외 활동, 여행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의 휴식과 여가가 모두 포함된다. 협회가 가지고 있는 모토처럼 아이들에게 불교를 전하는데 알맞은 방식이다.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 부회장 혜장 스님이 불레협의 활동을 소개했다.
“요즘에는 학교 수업도 변하고 있어요.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가르치지지는 않죠. 대신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고 체험하며 이해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그 속에서 느낀 점을 서로 공유합니다. 어울림 속에서 다양한 것들을 배우는 겁니다. 불레협의 활동이 그래요. 불교에 대해 말로 설명해주기보다 직접 체험하고 느낌을 나누며 점점 불교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도록 하는 거죠.”
불레협은 매년 많은 어린이 행사를 치른다. 천진불운동회, 전국 연꽃노래잔치, 나란다 축제, 어린이 등 공모전, 불교학교 등이 그것이다. 이런 행사에 빠지지 않는 것이 불교레크리에이션 전문지도자 과정과 지도자 강습회다. 또한 매주 정기문화강좌를 실시해 어린이 법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진행할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을 지도하기도 한다. 스님은 다양한 방식의 교육 프로그램과 그것을 알려주는 지도자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연수도 중요하지만, 사찰에 레크리에이션 전문가를 파견해 법회를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하죠.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으면, 그런 것을 안 좋아하는 아이도 있어요. 낯가림이 심해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옛날 같으면 일방적으로 선생님이 시켰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교육방식이 바뀌었어요. 아이들을 다루는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거죠. 그래서 불레협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도자의 역량은 말할 필요도 없죠.”
| 어린 시절 부르던 노래는 조금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불레협의 활동은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남는 게 없는 장사다. 어린이들이 시주를 할 일도 없고, 그런 일이 있더라도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놓아버릴 수 없는 일이 바로 어린이 포교다. 그들이 불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불레협 구성원들이 사명감으로 일하는 이유다. 어떤 사람들은 불레협의 활동이 매년 똑같은 프로그램의 반복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큰 틀 속에서 매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파악한다. 자세히 뜯어보면 디테일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한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데 6년이 걸리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5년도 채우지 못하고 바뀝니다. 사찰의 지원은 1년의 성과만 보고 결정을 하죠. 저는 최소한 3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찰에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큰 아이가 어른이 되고, 그 아이의 아이가 다시 사찰을 찾을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야 어린이 포교가 제대로 되었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거죠. 그 시간동안 믿고 지원을 이어가야 합니다.”
혜장 스님은 절을 찾아오는 어린이들이 두 부류로 나뉜다고 말했다. 하나는 부모님이 아이를 데리고 사찰을 찾는 경우다. 어린 시절 혹은 어떠한 인연으로 불교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친구를 따라서 오는 경우다. 이런 상황은 대체로 사찰에서 하는 활동에 아이가 흥미를 느껴 친구를 데리고 온다.
후자의 경우 아이가 절을 찾게 되면 부모가 아이를 따라 절을 찾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 포교는 그저 어린이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를 둘러싼 가족과 인연 모두를 생각한 포교 활동이다. 단순히 미래불교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당장의 불자 양성을 위한 포교 활동이며,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기회라고 혜장 스님은 말했다.
“저도 7살 때부터 어린이 법회를 나갔어요. 그때의 기억이 정말 좋았습니다. 법회를 진행하던 선생님처럼 되는 게 꿈이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중학교에 가서도 저희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이 계셨고요. 고등학교 때에도 그 선생님이 계셨어요. 그런 기억이 제 안에 남아 지금까지 불교계에 일하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불레협 이다연 팀장도 어린이 법회를 통한 인연이 이어진 경우다. 이 팀장이 다닌 화성 신흥사는 40년 이상 활발히 어린이 법회를 진행하며 선순환의 구조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더 나아가서 10년에서 20년, 한 자리를 지켜줄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스님이나 선생님이나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거든요. 법회는 누군가가 지원해줄 수 있지만, 자리를 지키는 사람의 의미는 대신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 다녔던 사찰을 찾고, 어린 시절 좋은 기억을 함께 나눈 스님과 선생님을 만나러 돌아올 수 있도록 자리를 지켜야 한다. 혜장 스님이 말하는 지금 운영하는 어린이 법회와 지도자들이 계속해서 힘을 내야 하는 이유다.
“불교의 가르침은 아이들 인성교육에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점점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어린 아이들의 인성 교육과 아이들 심리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불교의 가치관이 더욱 주목받을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 분명 어린이 포교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부대중 모두가 힘을 모아 준비해야 합니다.”
어린 시절 부르던 노래는 조금 더 오래 기억에 남고, 그 시절의 추억은 성인이 되어서도 크게 작용한다. 종교관도 마찬가지다. 마음속에 잠재적으로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어린이 포교가 그렇다. 당장의 기억이 오래전 추억이 될 때까지, 믿고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