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수덕사 성보박물관 : 무궁화 꽃잎에 쓴 세계일화

성보에서 부처를 만나다 : 경허-만공의 선맥이 흐르는 유물들

2018-08-31     유윤정

성보에서 부처를 만나다

불교문화재를 성보聖寶라고 하지요. 부처님이 깃들어있는 성스러운 보물이라는 의미입니다. 역사가 깊은 절을 가보면 주위 눈길 닿는 곳이 다 문화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찰들은 이 성보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불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성보박물관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유물을 보존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먼 옛날 사부대중이 정성으로 모셨던 부처님을 만나는 장소라 할 수 있지요. 오래전 옛날부터 우리 곁을 살피던 부처님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실지 궁금합니다. 성보박물관을 찾아가 봅니다.

01 월정사 성보박물관  유윤정    |   02 송광사 성보박물관  유윤정
03 통도사 성보박물관  김우진    |   04 옥천사 성보박물관  김우진
05 직지사 성보박물관  김우진    |   06 수덕사 근역성보관  유윤정    

 

사진 : 최배문

 

무궁화 꽃잎으로 쓴 세계일화 박물관

근역성보관. 수덕사 성보박물관은 이름부터 남다르다. 덕숭산에서 주석한 만공 스님은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기쁨과 세계평화를 기념하는 뜻에서 무궁화 꽃잎에 먹을 묻혀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글씨를 썼다. 근역성보관은 만공 스님의 세계일화를 바탕으로 민족 정신문화의 모음처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근역성보관은 본ㆍ말사 불교문화재 3천여 점을 소장, 고려시대부터 이어온 수덕사 역사부터 만공, 경허 스님 등의 유품까지, 수덕사의 불ㆍ법ㆍ승 삼보를 대중에게 선보인다.

수덕사 근역성보관 관람 TIP

수덕사 근역성보관은 시대에 큰 울림을 주었던 경허 선사와 만공 선사의 행적과 사상을 함께 따라가 보는 기념관이기도 하다. 수덕사 경내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근역성보관에 들어서면 박물관 입구에 부처님께 참배를 하고 들어갈 수 있는 예배공간이 있다. 절을 하고 돌아서면 바로 만공 스님의 금란가사다. 이곳에서는 금란가사에 수놓인 토끼와 삼족오를 찾아보는 것이 포인트다.

특히 유심히 살필 곳은 수덕사 대웅전의 건축부재다. 이 성보는 조각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유물로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시대의 섬세한 대웅전 나무 조각과, 조선시대 때 대웅전을 보수하면서 만든 담백한 나무 조각을 비교 전시해, 당시의 미적 감각을 알 수 있게 배치해 놓았다. “서양에 르네상스가 있다면 우리는 고려시대가 있다”고 말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곳은 여느 박물관보다 불복장이 자세히 전시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불상의 부처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불복장은 그 시대의 타임캡슐이다. 근역성보관은 불복장의 후령통을 열고 오보병을 풀어 속에 봉안했던 조각들을 하나씩 보여줌으로써 우리 선조들이 지켜왔던 봉안의식을 면밀하게 드러낸다. 또한 불화의 부처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복장낭도 전시돼있다.

이뿐만 아니라 경허 스님의 글씨들과, 만공 스님이 입었다는 누비동방, 무궁화 꽃잎에 먹물을 묻혀 글씨를 썼다는 세계일화 편액, 추사 김정희의 무량수각 현판 등 수덕사의 역사를 꿰뚫 수 있는 성보들을 만날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불복장 특별전’을 기획해 전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