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지승원 7곳, 세계문화유산 등재
유네스코 42차 회의에서 21개 위원국 만장일치로 7곳 모두 등재 결의
우리나라의 전통산사 7곳이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의 유산으로 선정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30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회의에서 한국이 신청한 한국의 산사를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신청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하 '한국의 산사')은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등 7곳의 사찰이다.
최종 등재심사에 앞서 후보지를 사전 심사했던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한국이 신청한 7곳 중 통도사와 부석사, 법주사와 대흥사 네 곳만 '등재 권고'하면서 나머지 세 군데는 '보류'할 것을 제안했지만, 최종적으로는 21개 위원국의 만장일치로 모두 등재하기로 의견을 모아 등재가 결정됐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전통산사는 7∼9세기 창건된 이후 신앙과 수도, 생활의 기능을 유지한 종합승원이라는 점에서 세계유산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받았고, 개별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 계획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사 등재결정과 함께 세계유산위원회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산사 내 건물 등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 산사의 종합정비계획 마련, 등재 이후 증가하는 관광객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 산사 내 건물 신축 시 세계유산센터와 사전에 협의할 것 등을 4가지 권고사항도 의결했다.
즉, 지정문화재 뿐만 아니라 비지정문화재까지 포함하여 산사 내 모든 구성요소에 대한 보다 강력한 보존과 보호관리를 주문한 것이다.
이번 등재로 우리나라는 석굴암 ·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년), 창덕궁, 수원 화성(이상 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상 2000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조선왕릉(2009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년), 남한산성(2014년), 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를 포함해 세계유산 13건을 보유하게 됐다. 또 북한에 있는 고구려 고분군(2004년),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 그리고 중국 동북지방 일대 고구려 유적(2004년)을 합치면 한민족 관련 세계유산은 16건에 이르게 됐다.
◇ 양산 통도사
경남 양산 통도사(通度寺)는 신라 자장율사가 643년 창건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소장한 불보사찰이다.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 건물 뒤쪽에 금강계단을 설치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했다. 통도사라는 이름은 '모든 진리를 회통(會通)하여 일체중생을 제도(濟道)한다는 뜻에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대한불교조계종 15교구 본사다. 대웅전과 금강계단은 국보 제290호이고, 보물 18점과 경남유형문화재 50점을 보유하고 있다.
◇ 영주 부석사
경북 영주 부석사는 의상대사가 676년 당나라 유학에서 돌아온 뒤 창건했다. 의상대사가 창건 이후 40일간 법회를 연 뒤 화엄사상의 근본 도량이 됐다. 부석사(浮石寺)라는 명칭은 무량수전 서쪽에 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아래 바위와 붙지 않고 떠 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무량수전은 13세기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부석사의 중심건물로 정면 5칸, 측면 3칸 이다. 배흘림 기둥으로 유명하다. 무량수전 앞 안양루에서 내려다보는 태백산맥의 능선이 백미다. 무량수전과 무량수전 앞 석등과 무량수전 안에 있는 소조여래좌상, 조사당과 조사당 벽화가 모두 국보로 지정됐다.
◇ 안동 봉정사
경북 안동 봉정사(鳳停寺)는 672년 신라 문무왕 12년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스님이 천등산에 창건한 사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로 알려진 국보 제15호 극락전(極樂殿)이 있다. 국보인 극락전과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화엄강당, 고금당이 한데 모여 있으며, 건물 배치는 일자형이다. 임진왜란 시기에 피해를 보지 않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건축물과 불상, 불화가 잘 보존됐다.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동을 방문했을 때 들르기도 했다.
◇ 보은 법주사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法住寺)는 의신조사가 553년 창건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역사적으로는 통일신라시대에 길상사(吉祥寺), 고려시대에는 속리사(俗離寺)로 불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보 55호인 오층목탑 팔상전(捌相殿), 국보 5호 쌍사자 석등, 국보 64호 석련지가 있다. 팔상전은 정유재란 때 소실됐으나 사명대사가 1624년 복원했으며, 목탑 아래 월대는 통일신라시대 유물이다. 보물도 13건이 있다.
◇ 공주 마곡사
마곡사(麻谷寺)의 창건 시기와 과정은 기록에 따라 차이가 있다. 7세기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기록과 9세기 보조선사 체칭이 창건했다는 기록이 각각 존재한다. 고려 명종때 보조국사 지눌이 중수하고 범일 스님이 재건했다. 임진왜란 시 대부분 전각이 소실되었다가 효종대 중수됐다. 백범 김구 선생이 피신해 출가했던 사찰이기도 하다. 보물 801호 대웅보전과 보물 802호 대광보전, 보물 800 영산전이 있으며 보물 799호 오층석탑, 보물 1260호 석가모니불괘불탱 등이 있다.
◇ 순천 선암사
전남 순천 선암사는 백제 성왕 7년인 529년에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창건해 해천사라고 부른 것이 기원이다. 고려시대에 대각국사 의천이 크게 중창했으나 정유재란으로 건물이 모두 소실됐다. 현재 모습은 1824년에 갖춰졌다. 경내에는 보물 14점이 있다. 보물 40호 승선교와 보물 395호 선암사 동서 삼층석탑이 있다.
◇ 해남 대흥사
《만일암고기》(挽日菴古記)에 따르면 신라의 승려였던 정관(淨觀)이 서기 426년에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죽미기》(竹迷記)에는 544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것을 자장과 도선(道詵)이 중건했다고 되어 있다. 경내에는 국보 제308호 대흥사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을 비롯하여 국가지정문화재 7점과 시도지정문화재 6점, 그리고 13대종사와 13대강사 등의 부도와 비석들이 소재하고 있다. 승병장이었던 서산대사의 충정을 기리는 사당인 표충사(表忠祠)가 있다. 대흥사가 배출한 대종사(大宗師) 13명 중 한 사람인 초의선사는 우리나라 다도(茶道)를 재정립한 인물로 초의선사가 세운 일지암이 산내암자로 복원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