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자등명선원 명상특강

명상 이노베이션

2018-07-02     김우진

명상 이노베이션

현대인들은 지금 내면을 찾는 여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명상은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명상은 이제 종교뿐 아니라 TV프로그램에서도 다양하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TV프로그램에서는 ‘명상랩퍼’가 랩을 하고, KAIST에서는 ‘명상과학연구소’가 설립돼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의학 및 심리학에서 명상에 대한 연구는 진작부터 활발했습니다. 명상의 시대가 왔습니다. 명상 이노베이션이라 할 정도입니다. 나를 알아차려 내면을 재구성하는 힘, 고요한 혁명, 명상. 명상을 함께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01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병원법당  유윤정    
02 노량진 마음충전소  김우진
03 미소선원 인생디자인 명상  김우진    
04 SH서울주택도시공사 ‘참나 체험’  김우진
05 gPause : 명상하는 창업가들  유윤정
06 자등명선원 명상특강  김우진        

 

재가불자들에게 전하는 행복이야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개소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선원을 찾았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자등명선원(주지 원빈 스님)은 도심 속 수행처로 지난 5월 재가불자들이 힘을 모아 문을 열었다. 재가불자들이 직접 선원을 운영하며 법회와 수행, 수업의 3가지 형태로 선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불자들이 매일 번갈아 가며 선원의 문을 열고, 자유롭게 오가며 수행을 이어간다. 자등명선원에서 첫 명상특강이 열렸다. 강사는 역시 주지 원빈 스님이다.

사진 : 최배문

|    불이 켜지는 곳으로, 집중!
“물질을 구성하는 근본은 무엇일까요?”

“극미極微요.”

“아…. 정답이 나와버렸네요. 저는 원자라든가, 쿼크라든가, 이런 용어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맞추셨습니다. 그럼 극미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지수화풍地水火風이요.”

“이렇게 쉽게 정답이 나오면 안 되는데…. 두 분은 맨 뒤로 가셔야 될 거 같아요. 예상했던 강의 진행과 달라 제가 당황스러워요.(웃음)”

명상특강을 시작하면서 스님은 가장 먼저 물질의 구성요소에 대해 물었다. 수행과 공부를 열심히 이어온 몇몇 수행자들이 정답을 외치자 일순간 스님의 말문이 막혔다. 한바탕 웃음으로 특강이 시작되었다. 물론 다음 이야기부터는 새로운 내용이 시작되었다.

물질을 구성하는 것처럼 마음을 구성하는 것도 지수화풍의 성질이다. 각각 안정성, 유연성, 수용성, 명료함의 성질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의 마음은 지수화풍의 조합에 따라 각양각색의 성격을 띤다.

원빈 스님은 마음의 성질을 조절하는 세 가지 명상법을 소개했다. 온on 명상, 온오프on-off 명상, 오프off 명상이다. 온과 오프는 불을 켜고 끈다는 뜻의 영어 표현(turn on, turn off)을 빌렸다. 

주의력 온 명상, 다시 말해 깨어있음 명상은 다른 명상의 기본이다. 집중점에 주의력을 온on한 상태로 다른 생각에 빠지지 않고 30초가량 버티면 된다. 15분간 한곳에 집중하고 생각이 흩어지면 재빨리 인지해 다시 집중한다. 

“그럼 온 명상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편하게 앉으시고 눈을 감으시면 집중이 잘 됩니다. 코끝이나 단전의 한 점에 스위치를 올려보세요. 불이 켜진 그곳에 집중합니다. 집중이 흩어져도 괜찮습니다. 흩어졌다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 명상을 못 하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원빈 스님은 강의와 실습을 병행하며 명상을 지도했다. 자등명선원에 모인 30여 명의 수행자들이 명상을 이어나갔다. 강의는 육근六根과 육경六境에 주의력을 옮기며 집중하는 온오프 명상과 다른 곳으로 빼앗긴 주의력을 끄는 오프 명상까지 세세하게 진행됐다. 이론과 실습의 병행으로 수행자들 눈높이에 맞춰 명상을 안내했다.

사진 : 최배문
사진 : 최배문

 

|    나를 더 나답게
명상 수행을 이어가고 있는 재가불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스님께 묻고, 또 답한다. 자등명선원에서는 명상 수행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원빈 스님은 인터뷰에서 3가지 주제에 대해 점검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간 이후 자신이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 이야기하는 수행보고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정진하도록 응원하기 위함이다. 수행과 수행을 하는 자신에 대한 이해를 점검하는 것은 정견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힘을 더해준다. 마지막으로 수행기법 자체에 대한 질문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명상수행에 대한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도록 도와준다.

“명상 수행을 하는 분들이 몇 가지 오해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관찰명상은 비교적 잘 하고 있지만, 집중명상을 하면서 자신이 집중하지 못하면 명상에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강의에서도 말했듯이 다시 집중하면 되는 거거든요. 또 다른 오해가 한 시간씩 앉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흥미도 금방 떨어지고, 무엇보다 힘이 많이 듭니다. 짧게 5분, 10분, 15분씩 할 수 있을 만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형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정견을 가지고 알아차리면 된다. 스님은 그런 마음으로 꾸준히 명상을 수행하면 삶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자등명선원에서 함께 명상을 수행한 정념해(47) 씨의 삶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너무 사는 게 힘들었어요. 숨 쉬는 것도 힘들었죠. 삶에 대한 미련도 없었고요. 건강도 많이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스님들을 찾아뵈었습니다. 제가 살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그랬던 것 같아요. 스님들을 찾아가 물음을 묻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님들께서 명상을 통해서 삶이 바뀔 것이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삶이 바뀌지 않는 수행은 수행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정 씨는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나’만의 삶에서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뿐 아니라 내 가족과 나를 둘러싼 주변의 많은 것들에 변화가 느껴졌다.

원빈 스님이 명상특강을 듣는 수행자들에게 말했다. “명상 수행 끝에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명상을 하는 그 순간이 행복입니다.” 두 시간이 넘는 특강이 끝나고 함께 다과를 들었다. 창밖에는 비가 내렸지만 수행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