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SH서울주택도시공사 ‘참나 체험’

명상 이노베이션

2018-06-28     김우진

명상 이노베이션

현대인들은 지금 내면을 찾는 여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명상은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명상은 이제 종교뿐 아니라 TV프로그램에서도 다양하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TV프로그램에서는 ‘명상랩퍼’가 랩을 하고, KAIST에서는 ‘명상과학연구소’가 설립돼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의학 및 심리학에서 명상에 대한 연구는 진작부터 활발했습니다. 명상의 시대가 왔습니다. 명상 이노베이션이라 할 정도입니다. 나를 알아차려 내면을 재구성하는 힘, 고요한 혁명, 명상. 명상을 함께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01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병원법당  유윤정    
02 노량진 마음충전소  김우진
03 미소선원 인생디자인 명상  김우진    
04 SH서울주택도시공사 ‘참나 체험’  김우진
05 gPause : 명상하는 창업가들  유윤정
06 자등명선원 명상특강  김우진    

 

스트레스 없는 곳으로, 출발~  

주말을 앞두고 SH서울주택도시공사(사장 김세용, 이하 SH공사) 직원 50여 명이 남양주 봉선사(주지 일관 스님)를 찾았다. SH공사는 민원창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사찰에서 명상프로그램 체험을 계획했다. 이틀간 퍼붓던 비가 잦아들고 보슬비조차 내리기를 그쳤다. 흐린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고즈넉한 사찰과 잘 어울렸다. 사찰을 둘러보는 직원들은 눈을 감고 바람을 맞으며 큰 숨을 들이쉬었다. “참 좋다”는 말이 그 숨과 함께 나왔다.

사진 : 최배문

|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SH공사는 직원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명상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남양주 봉선사에서 진행하는 명상프로그램은 5월 18일부터 6월 말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된다. 한 차례에 50명씩 총 300명의 직원이 명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저희도 블랙리스트가 있어요. 블랙리스트 입주민이죠. 상담업무를 하고 있으면, 전화하셔서 이것저것 따지시면서 화를 내세요. 화를 내면서 욕도 하시고 소리도 지르셔요. 전화상에서뿐만 아니라 상담센터로 직접 찾아오셔서 전화로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합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그러셔요. 한두 분이 아닙니다. 그런 분들을 상대하면 몸도 마음도 지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니까 다른 업무가 밀려요. 그런 사람들 만나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죠.”

SH공사 직원 곽선심(54) 씨와 정진숙(53) 씨가 입을 모아 말했다. 이번에 봉선사를 찾은 SH공사 직원 50여 명은 주거복지센터에서 일한다. 대민상담과 지원이 주 업무인 주거복지센터 부서 직원들의 하루는 민원처리로 시작해 민원처리로 끝난다. 

말 그대로 ‘민원’이다 보니 직장에 있는 시간 동안 “사람에 치인다”는 게 직원들의 말이다. 폭언과 욕설이 섞인 민원을 자주 접하기에 직장 내에서도 가장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서다. 특히 상담했던 입주민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직원들이 큰 심리적 충격을 받은 일도 있었다. SH공사의 명상프로그램이 기획된 이유다. 민원창구에서 받는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함께 정신적 안정감을 찾자는 취지다.

템플스테이 연수국장 혜아 스님이 인솔을 담당해 봉선사 경내를 안내했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SH공사 직원들은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스님의 설명에 호응했다. “절에 오니 공기가 다르다” “가슴이 뚫리는 거 같다” “나오는 것만으로도 좋다” 등 경내를 둘러보는 직원들은 밝은 미소와 함께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찰음식체험관에서 연잎밥을 만들어 점심 공양을 한 후, 본격적으로 몸과 마음을 챙기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마음을 정리하기에 앞서 가볍게 필라테스를 통해 몸을 푸는 시간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 평소 앉아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어깨와 목 등 신체 각 부위마다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직원들은 강사의 안내에 맞춰 건강을 유지하는 스트레칭 법을 따라 했다. 자주 사용하지 않던 근육과 관절을 쓰다 보니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왔다. 쉬운 동작도 따라 하기 어려웠다. 혜아 스님이 말했다.

“여러분, 어려운 동작이 아닌데도 따라 하는 게 힘드시죠? 내 몸도 내 마음 같지 않은데, 다른 사람의 행동이 제 마음처럼 될까요? 하물며 내 마음도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기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조금 더 친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 : 최배문
사진 : 최배문

 

|    별의별 일도 내 일은 아니다

이제는 마음을 풀 차례. 허리를 세우고 손을 모은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숨을 쉰다. 온전히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그간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사람들과 만나며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살핀다.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었습니다. 민원 처리를 하려고 왔는데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윗사람 나오라’며 ‘상담사가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어요. 저희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일을 겪으면 허무합니다.”

유근미(50) 씨는 20년간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상담을 신청하는 이들의 말을 듣고 방문하면 전혀 문제가 없는 가정도 많았다. 소음이 심하다는 경우, 악취가 난다고 하는 경우, 집이 흔들린다는 경우도 예삿일이다. 막무가내인 경우도 있다. 상담을 처리하는 직원들은 절차에 따라 매뉴얼대로 진행하지만, “내일까지 민원 처리해” “어디 말대꾸야, 시키는 대로 하라니까”하는 식의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마음속에서 열불이 난다.

“오늘 명상을 체험하면서 스님께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신 말씀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제 마음을 살필 시간이 부족했어요. 제 마음이 제일 중요한 데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꺼둘렸습니다. 오늘 배운 것들로 앞으로는 나를 더 살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근미 씨는 마음을 돌아보고 숨 쉴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몰라 늘 힘들었다. 그는 스님의 말에 공감하며 회사가 마련해준 명상프로그램 시간에 만족했다.

“저희 일이라는 게 사람들과 이해관계가 엮이잖아요. 그럼 아무리 중립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더라고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이 끼어들어요. 하지만 그 감정은 제가 가져갈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감정들 다 가지고 살려면 힘들잖아요. 저도 사람인데. 그래서 일이 끝나면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자신만의 마음 쓰기 노하우가 생겼다는 이상원(57) 씨는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나타나는 감정은 잊고, 나름의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공기 좋은 사찰을 찾아 명상을 하는 것도 그중 하나”라는 그는 마음을 조절하며 스트레스를 덜었다.

회향하기 전, SH공사 직원들은 봉선사 비밀 숲길을 걸었다. 고요 속 포행. 인적이 드문 숲속에서 “사람에 치인다”던 그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한순간 부는 시원한 바람에 모두들 고개를 들더니, 반짝이는 표정으로 다시 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