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살행론] 선정바라밀

선정바라밀은 세속의 집착을 여의고 현재의 기쁨 속에 머물게 한다

2018-06-28     재마 스님

 
마음의 안정(止)을 완전히 갖춘 통찰(觀)에 의해서만 번뇌를 완전히 끊을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먼저 마음의 안정을 얻도록 노력하며 세속에 대한 집착을 여의어야 기쁜 마음을 성취할 수 있다네.(8:4) 언제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적정처에 걱정 없이 기쁜 마음으로 머물면서 단지 홀로 고요히 모든 마음의 산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리라. 다른 모든 욕망을 버리고 오로지 보리심에 의지하여 마음을 길들이고 선정을 얻기 위해 정진하리라(8:37~38)


『입보살행론』 제8장은 선정바라밀로 187게송의 가장 긴 장입니다. 선禪은 선나禪那를 줄인 음사어로 산스크리트어의 디야나dhyāna, 팔리어의 자나jhāna에서 나왔습니다. 선은 사유수思惟修로 한역이 되었는데요, 마음을 거두어 생각을 묶어두고 갖가지 삼매를 닦는 모든 수행을 아울러 사유수라고 합니다. 또한 이 선禪을 원인으로 지혜와 신통, 사무량 등의 공덕을 일으키기 때문에 공덕총림功德叢林이라고도 합니다. 선정은 앞의 선에 정定, 산스크리트어 사마디(samādhi- 삼매)를 합해, 한역에서는 정려靜慮라는 단어를 쓰기도 합니다. 잡다한 생각을 그치고 하나의 대상에 마음을 묶어 두고 자세히 사려하는 상태이지요. 불교전통에서는 이 고요한 상태를 통해 통찰, 지혜가 일어나고, 자애와 연민, 기쁨 평온 등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선정은 갖가지 수행의 열매를 맺는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샨티데바 스님은 선정을 개발하려면 산란함을 없애고 고요하게 멈추고 머물러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는 몸과 감각적 욕망에 대한 탐착, 재물과 음식에 대한 탐착, 증오와 미움 등 번뇌에 대한 집착, 어리석음으로 인한 잘못된 견해에 대한 집착 등을 버리고 떠날 때 가능합니다.

몸과 마음이 산란한 사람은 번뇌의 어금니 가운데 있는 것과 같아(8:1) 선정에 들기 어렵습니다. 몸과 마음의 산란함을 가라앉히면 안정(止)이 옵니다. 다시 말해 안정은 몸과 마음의 동요를 그치고 멈출 때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선정은 고요한 멈춤입니다. 고요한 멈춤에서 나온 지혜가 완전한 행복으로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또한 우리가 보리심이라는 대상에 집중할 수 있게 해서 진실한 보살이 되게 합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고요한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하루 중 얼마만큼 고요한 멈춤을 시도하고 있나요?

 

우리의 선정을 방해하는, 몸과 마음을 산란하게 하고 흐트러지게 하고 동요하게 만드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째는 사람에 대한 집착입니다. 샨티데바 스님은 먼저 사람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인간의 몸과 마음은 마치 끓는 용암처럼 꿈틀거리고 요동칩니다. 혹은 해를 입을까 불안하거나 걱정거리가 있어도 가만히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자녀나 배우자 등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거나 멀리 있거나 이들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등의 집착에도 마음이 흐트러지고 신체적으로 동요가 일어나 선정을 얻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기쁘고 즐겁지만 감각적 욕망이 주는 기쁨은 만족할 수 없는 갈애를 지속시켜 결국엔 고통을 가져옵니다. 갈애는 사람 중독에 빠지게 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을 그들의 본성과 우리의 감정을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하면 집착 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둘째는 일에 대한 집착입니다. 이것도 내려놓아야 선정에 쉽게 들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혹은 동료나 친한 친구들의 요구나 필요 등을 채워주기 위해 힘써 일하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자신의 의지를 잃은 채 습관에 의해, 또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마치 기계의 부속품처럼 계속 돌아가 몸과 마음이 피로합니다. 개인의 힘으로는 절대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폭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잠을 쪼개 기업과 사회를 위해 일을 합니다. 건강은 점점 나빠지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참고 무시하면서, 보상으로 재물과 명성을 얻으려 합니다. 이 또한 집착입니다. 이러한 집착 때문에 폭력과 속임수와 온갖 악들이 자행되기도 합니다. 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보통 과다하게 일하는 사람은 결국 몸이 망가집니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교감신경계가 만성적으로 활성화되어 늘 긴장하고 있습니다. 고요하면 활성화되는 부교감신경계가 제 역할을 못 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몸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셋째는 몸에 대한 집착이라고 합니다. 샨티데바 스님은 몸의 더러움을 여실히 관찰하여, 이 집착을 버리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또한 감각적 욕망에 대한 집착이 우리를 선정에 들지 못하게 합니다. 좋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어 하고, 원하는 소리, 칭찬과 인정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며, 좋은 향기와 맛난 음식을 찾고, 부드러운 촉감을 원하는 감각적인 욕망이 만족으로 머물기보다는 어디론가 향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역시 안정과는 거리가 멉니다. 우리는 자동화된 감각적 욕망을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진정 그럴 수 있을까요?

넷째로 재물에 대한 집착입니다. 이 또한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더 많은 재물, 더 좋은 차, 더 큰 집을 원하는 탐욕과 집착은 소비사회에서 풍요병(affluenza)에 걸려 자신을 비참하게 보게 만듭니다. 결핍감이 커져 만족과 고마움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립니다. 무엇보다 선정과 우리를 무관하게 합니다. 더 높은 지위나 사람들로부터의 인정을 얻기 위해 애쓰는 것도 자신을 잃어버리게 하고 선정을 얻지 못하게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세속적인 성공과 풍요를 위해 바쁘고 바쁩니다. 그래서 고요하게 멈추고 머무는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갖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에 갖는 고요한 멈춤의 시간이 우리를 내적으로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는지 배워 알고 있더라도 실천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재물과 명예, 명성, 사람들로부터 받는 사랑은 자만심을 키워(17) 우리를 진정한 행복으로 이끌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애착하는 것을 모으게 되면 잃게 될까봐 걱정과 두려움이 생깁니다. 이 또한 행복과 멀어지게 합니다. 친구였다가도 한순간에 적이 되고(10) 상황에 따라 늘 변하는 관계에 노심초사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칭찬과 비난에 몸과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들의 요구와 원하는 것들을 다 들어줄 수 없는 한계와 부족감에 끊임없이 다시 움직입니다. 걱정과 두려움, 한계와 부족감은 진실일까요? 상대적 박탈감이나 결핍감은 왜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힐까요? 이들 모두, 자신은 보지 않고 늘 대상을 쫓아다닌 결과는 아닐까요? 그렇다면 만족과 평온, 평화는 어떻게 해야 누릴 수 있을까요? 

 


샨티데바 스님은 고요한 멈춤을 위해 세속과 세속의 풍요로움을 떠나 적정처에 머물라고 권합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적정처란 새들과 나무들이 있는 숲속(25), 동굴이나 비어 있는 절이나 나무 밑(26), 아무도 내 것이라 주장하지 않는 시원스레 열려있는 넓은 공간(27)들 입니다. 이런 곳에서 발우 한 개, 아무도 원치 않을 옷 같은 몇 가지 물건만 가지고 두려움 없이 ‘나 자신’이나 ‘내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28) 소박하게 사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진정한 수행자가 되라는 말씀이지요.

여러분들이 즐겨 머물고 싶은, 기쁨이 솟아나는 곳은 어디인가요? 사람과 일, 관계, 재물 등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곳을 얼마나 자주 찾아가볼 수 있을지 실험을 해보시는 것도 권합니다. 그곳에서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들, 특히 집착이 일어나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봅니다. 그리고 상상으로 그것들을 하나씩 버리고 떠나보내는 시간을 가지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재마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아사리로 중앙승가대학교 불교사회과학연구소에서 불교의 사회참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움직이는 법당, 춤추는 절을 꿈꾸며 소마명상여행을 이끌고 있다. 또한 종교를 초월해 마음비추기 피정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완화의료병동에서 영적돌봄 봉사를 하고 있다. 박사 논문으로 「사무량심의 가치 재발견과 체화프로그램 개발연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