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을 나는 불가의 섭생법
동물성 단백질보다 열기를 가라앉힐 제철 채소로 여름나기
여름은 들뜨기 쉬운 열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움직이며 마음을 닦아야 하는 계절이다.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은 잎이 넓은 채소들이다. 잎에 영양분을 모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봄에는 산나물을 먹고, 여름에는 들에서 거둔 채소가 좋다. 상추, 시금치 등이 대표적인 채소이다.
이것들은 몸을 들뜨게 하는 열을 가라앉히고 몸의 기를 통하게 한 다. 사계절 중 신진대사가 가장 활발해지는 여름에는 그만큼 몸에 여러 노폐물이 쌓인다. 이를 배출하여 몸속을 청결히 하는 데는 섬유질이 많은 풋고추, 오이, 근대, 애호박, 가지, 감자를 이용한 음식이 좋다. 열무, 얼갈이 배추 같은 채소들은 물김치를 담가 발효시켜 먹는다.
흔히 복날에는 영양이 풍부한 보양식이나 동물성 단백질을 먹는다.
그러나 꼭 동물성 단백질이어야만 할까. 가축에게도 여름 더위는 힘이 들긴 마찬가지이다. 더위 탓에 병에 걸리기 쉬우니 그만큼 항생제 같은 약품도 많이 사용한다. 이런저런 나쁜 기운이 가축의 몸에도 가득한데 그 기운이 사람의 몸에 들어오면 결코 좋은 에너지가 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고 깨끗한 채소만으로도 여름 더위를 충분히 견딜수있다.오히려 동물성 단백질은 몸에서 열을 내게한다. 뜨듯하게 달궈진 잔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격이다. 늦은 저녁에 고기를 먹으면 열기가 솟아 깊이 잠들지 못한다. 그러면 피곤이 진득하게 몸에 쌓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몸과 자연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제철의 곡식과 채소들은 우리 몸을 끌어 당긴다.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더위가 누그러지고 바람이 선선해지면 그 음식을 멀리 하게 된다. 그토록 간절하던 콩국수가 어느 날 갑자기 먹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버린다. 계절에 따른 음식을 먹어야 몸은 그 계절에 적응한다. 오이가 여름에는 약이지만, 냉한 성질이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 먹으면 해로울 수도 있다. 오이를 제철이 지난 다음에 먹어야 한다면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버무려 먹어야 한다. 냉한 음식을 그대로 먹기보다 고추장으로 보완한 음식으로 먹는 것이다.
여름이 괴롭고 싫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선어록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한 수행자가 선승에게 물었다.
“날씨가 더우니 어디로 피해야 합니까?”
그러자 선승이 답했다.
“끓는 기름 가마솥 으로 피하라.”
공부에 전념하면 더위 따위는 잊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중생의 여름은 뜨겁고 무덥기만 하다. 몸조심, 마음 조심하며,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平常心으로, 이 여름이 시원한 보리차처럼 지나가기를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