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끝까지 동물의 편에 서겠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CARE’ 박소연 대표

2017-04-19     유윤정

끝까지 동물의 편에 서겠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CARE’ 박소연 대표

지난 2016년 9월 30일, 서울에서 “아시아 불교도 동물 권리”라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아시아권 나라의 동물학대 실태를 불교인의 관점에서 바로 보고, 사회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기획된 아시아 최초의 불교도 동물권리 컨퍼런스였다. 이 행사는 한국의 ‘동물권단체 케어(CARE-Coexistence of Animal Rights on Earth, 대표 박소연, 이하 케어)’와 미국의 ‘동물을 위한 진리의 목소리(Dharma Voices For Animals, 대표 밥 아이삭손)’가 함께 개최했다. 그들이 말하는 동물의 권리는 무엇일까. 서울 창경궁 인근에 있는동물권 단체 ‘케어’의 박소연(47) 대표를 만나 불교와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고통에 빠져 있는 동물을 구합니다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감각이 있고 의식이 있는 존재들이라면 응당 누구나 평온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부처님께서도 고에서 벗어나 행복의 길로 향하는 법을 뭇 중생들에게 설하셨지 않는가. ‘동물권단체 케어’는 동물이 행복해질 권리를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가장 위급한 순간의 현장에는 케어가 있습니다. 끝까지 동물의 편으로 남겠습니다.”

케어는 2002년 8월 31일 ‘동물사랑실천협회’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동물보호단체다. 동물의 권익을 대변하고, 동물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2015년 4월 동물보호단체 ‘케어’로 공식명칭을 바꾸어 활동을 이어가다 올해 ‘동물권단체 케어’로 공식명칭을 재정비했다. 동물권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이유에서였다.

- 공식명칭을 ‘동물권단체 케어’라고 쓰고 있습니다. 동물권이라는 말이 낯선데요.

“동물권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란 어렵지만, 모든 동물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배려하는 것이 동물보호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케어는 생명이 있는 모든 동물의 권익을 위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동물의 권익을 위해 어떤 일을 하나요?

“동물보호법 개정, 동물보호에 대한 캠페인·교육, 동물구호활동, 동물학대고발 등을 합니다. 그리고 동물 보호소, 입양센터, 교육센터를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중 주된 활동은 학대받는 동물들의 구조예요. 인간의 이기심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가슴 아프게 학대받는 동물들을 구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의 고통을 온전하게 대변하고자 합니다. 케어는 어떠한 타협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동물의 편으로 남는 단체입니다.”

-  끝까지 동물의 편에 남는다고요. 왜 동물의 편에 서겠다고 결심했나요?

“동물은 또 하나의 지구가족이에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행복이 완전히 인간만의 전유물이라 할 수는 없지요. 그런데 인간중심주의와 인간 이기주의 때문에 동물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더 좋은 것을 가지려 하고,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맛있는 것을 많이 먹으려 하기 때문에 어떤 것들은 멸종되고 희생되고 고통 받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동물은 사람의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어요.”

- 인간에 대한 평등 권리, 인종차별방지라던가 여성의 권리 등은 깊이 연구되고 있지만 동물의 권리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죠. 동물의 편에 서서 변호하면서 경찰서에 다녀오신 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대받는 동물을 구출하면서 특수절도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죠.(웃음) 학대사건 같은 경우는 동물이 주인의 소유이기 때문에 강제로 구출할 수 없어요. 처음엔 설득을 하고, 좋지 않은 방법이지만 돈을 지불하고 데려오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설득되지 않으면…. 그땐 담을 넘습니다. 사람들 제가 동물을 훔쳤다고 보지만, 저는 오히려 동물을 훔친 것은 동물을 학대하고 고통을 준 학대자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고통에 빠져 있는 동물을 구해준 것이죠. 자연의 이치로 봤을 때는 그 동물을 구한 것입니다. 동물에게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동물에게도 행복을 추구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보장해주자는 것입니다.”

- 그만큼 동물구조요청이 많이 있나요?

“굉장히 많아요. 유기견까지 합치면 하루에 30통 가량 옵니다. 그래서 구조의 순서가 접수 순은 아닙니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우리가 가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못할 동물에게 먼저 갑니다.”

- 마치 응급실 같네요. 동물 입장에선 지옥에서 구제해주는 부처님 같겠습니다.

“저희는 ‘내가 한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심부름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도와야 하는 존재죠. 우리가 성과를 냈다고 자부심을 갖거나, 그렇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겸손을 표했지만 케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동물구호를 많이 하는 단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들의 동물 구조 활약은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을 이끌어낼 정도다. 수많은 언론에서 등장했던 ‘인천 장수동 개지옥’ 사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의 환경에서 겨우 숨만 붙어 있는 개들을 케어가 구출했고, 이로부터 동물학대와 실효성 없는 동물보호법에 대해 알려지며, 학대동물을 소유자로부터 대피시킬 수 있는 임시격리조치라는 동물의 피난권을 법 개정으로서 갖추게 됐다. 1991년 동물보호법이 처음 생긴 이래 16년 만의 첫 개정이었다. 

또한 이들의 고발로부터 우제류偶蹄類의 생매장이 사라졌다. 농장에서 자라는 가금류家禽類와 우제류는 구제역, AI 등 전염병이 확진되는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 살처분과 폐기가 이뤄져야 한다. 비관련자들은 이들이 어떻게 살처분되는지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들이 2011년 1월 11일 경기도 이천 돼지 구제역의 현장에서 촬영한 1,900여 마리 돼지의 매립 장면 ‘생매장 돼지의 절규’는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영상이 국회에서 상영된 후, 이제는 소나 돼지 등 우제류에 한해 가스사나 약물사를 하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가금류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    동물보호운동=인간성회복운동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없어요.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지구 안에 있는 모든 존재는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우리 지구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유기적 관계 속에 있어요. 동물을 돕겠다는 마음은 인간성을 회복하는 마음입니다. 동물보호운동은 인간성회복운동이에요.”

박 대표는 인간만 행복하게 살자고 하는 인간의 이기심은 인간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자연의 질서가 어그러지면 환경문제가 생기고 환경문제가 생기면 결국엔 인간에게도 피해가 온다고 덧붙였다.

- 동물보호운동이 인간성회복운동이라고요.

“그럼요. 사랑이라는 것도 사랑을 하면서 사랑이 확장됩니다. 폭력도 마찬가지죠. 모든 생명체는 ‘나’와 ‘타자他者’입니다. 내가 아닌 이상 다 타자죠. 동물도 타자입니다. 동물보호운동은 타자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사랑하고 보살피는 마음이에요. 우리와 모습이 똑같지 않은 존재도 존중하고 배려하는데,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에겐 더 크게 마음이 향하겠죠.”

- 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단번에 모든 사람이 비건(vegan, 엄격한 채식주의자)이 될 수는 없어요. 그렇다면 ‘일주일 중 하루만 고기를 먹자’고 정하면 어떨까요. 나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고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불자라면 더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계에 불살생이 있죠. 저는 간접살생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건을 살 때도 동물성이 아닌 물건으로 대체하는 것도 있겠죠.”

- 불자라면 더욱 육식을 줄이자는 말씀이시군요.

“불교는 다른 종교와는 다르게, 나 스스로 부처가 되기 위해서 수행을 하잖아요. 그렇다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야지요. 고기를 줄이면서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은 양심의 가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 그 밖에 동물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어린이한테 벌레를 밟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은 벌레를 위한 것만큼이나 그 어린이에게도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집안환경이라면 임시보호를 해줄 수도 있고요. 동물을 사고파는 문화는 사라져야 합니다. 직접 활동하지 못하는 분들은 단체를 도와주는 방법도 있겠죠. 내가 돕는 만큼 나에게 돌아옵니다. 어떤 방식으로 도울 수 있는지를 함께 찾아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 케어는 어떤 활동을 이어가실 건가요.

“최종 목표는 동물을 이용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를 위해 동물을 보호하고 동물의 권익을 위해 힘쓰려 해요. 단기적 계획으로는 개 식용 문제, 동물원 전시 동물 문제 등이 있습니다. 울산 남구의 다이지 돌고래 수입 문제에도 집중하고요. 모피 반대, 농장 동물 등에도 신경 써야죠. 새로 계획한 것은 동물학대 파파라치입니다. 이웃에서 함께 위기에 처한 동물은 없는지 사랑으로 관찰하는 것이지요. 저는 사람의 성품은 늘 고양된다고 봐요. 동물권은 발전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