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2016-05-17 김진태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저작·역자 | 김진태, | 정가 | 16,000원 |
---|---|---|---|
출간일 | 2016-05-14 | 분야 | 기타 |
책정보 | 긴 인생길 위에 꽃잎으로 봄비로 서늘한 바람으로 내려앉는 옛 시문의 향 |
책소개 위로
동양의 옛 시문詩文은 오랜 세월 닳지 않고 빛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비교하자면 은은한 달빛이다. 먼 길 가는 나그네의 발밑을 비춰주고 가슴속 찬바람을 부드럽게 덮어주며 위무하는 달빛…. 천 년 혹은 수백 년 전 선인들이 남긴 옛 글은 나그네 머리 위에 동실 떠 있는 그 달을 닮았다. 슬픔과 그리움, 기쁨과 설렘, 허무와 절망……. 삶에서 만나는 온갖 감정을 독서와 사색으로 다스리며 써내려간 ‘정수淨水의 언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시중에는 옛 시문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고전학자와 한문학자들이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한 전문서도 있고, 원문보다 더 미려한 풀이로 작가의 감상을 더한 책도 있다. 시류에 맞게 인생의 지혜서로 다듬어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시문집도 있다.
이 책은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틈틈이 옛 글을 찾아 읽고 덧붙인 소회를 모아 엮은 것이다. 법정法庭이야말로 인간의 민낯과 세상인심이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다. 법조인으로서, 그는 인간사 애환을 바라보며 느껴야 했던 번민과 소란한 마음을 옛 글에 기대어 풀고 다스렸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시문들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詩에서 지식인의 고뇌와 사유, 생활인의 어려움, 사랑, 우주적인 깨달음까지 아우른다. 덧붙인 소회는 현대인의 가벼운 삶에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시중에는 옛 시문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고전학자와 한문학자들이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한 전문서도 있고, 원문보다 더 미려한 풀이로 작가의 감상을 더한 책도 있다. 시류에 맞게 인생의 지혜서로 다듬어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시문집도 있다.
이 책은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틈틈이 옛 글을 찾아 읽고 덧붙인 소회를 모아 엮은 것이다. 법정法庭이야말로 인간의 민낯과 세상인심이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다. 법조인으로서, 그는 인간사 애환을 바라보며 느껴야 했던 번민과 소란한 마음을 옛 글에 기대어 풀고 다스렸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시문들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詩에서 지식인의 고뇌와 사유, 생활인의 어려움, 사랑, 우주적인 깨달음까지 아우른다. 덧붙인 소회는 현대인의 가벼운 삶에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저자소개 위로
글_ 김진태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은행을 거쳐 경향 각지에서 검사로 재직했으며 검찰총장을 지냈다. 백봉, 효당, 무천에게서 불교와 역易을 배웠고, 지은 책으로는 『물속을 걸어가는 달』 (학고재) 등이 있다.
그림_ 성륜 스님
물고기, 나비 등 자연을 소재로 해탈과 자유의 메시지를 화폭에 담아 왔다. 이 책에서는 산山이 소재다. ‘홀로 깊고 고요한 산의 품성’을 닮고 싶은 스님의 마음이 그림으로 전해진다.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은행을 거쳐 경향 각지에서 검사로 재직했으며 검찰총장을 지냈다. 백봉, 효당, 무천에게서 불교와 역易을 배웠고, 지은 책으로는 『물속을 걸어가는 달』 (학고재) 등이 있다.
그림_ 성륜 스님
물고기, 나비 등 자연을 소재로 해탈과 자유의 메시지를 화폭에 담아 왔다. 이 책에서는 산山이 소재다. ‘홀로 깊고 고요한 산의 품성’을 닮고 싶은 스님의 마음이 그림으로 전해진다.
목차 위로
글머리에
1장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길재 _술지述志
기대승 _우제偶題
이색 _부벽루浮碧樓
주천난
김시습 _사청사우乍晴乍雨
이항복 _삼물음三物吟
공자진 _기해잡시己亥雜詩
정사초 _한국寒菊
사마천 _보임안서報任安書
이백 _행로난行路難
남이 _북정北征
두보 _등악양루登岳陽樓
굴원 _소사명小司命
김일손 _도한강渡漢江
권필 _한식寒食
최치원 _추야우중秋夜雨中
문천상 _과영정양過零丁洋
권근 _왕경작고王京作古
백거이 _채시관采詩官
이황 _보자계상 유산지서당
步自溪上 踰山至書堂
조식 _제덕산계정주題德山溪亭柱
유우석 _유현도관遊玄都觀
유득공 _송경잡절松京雜絶
송익필 _산행山行
이숭인 _과회음유감표모사過淮陰有感漂母事
이욱 _우미인虞美人
임춘 _서회書懷
서위 _「묵포도도墨葡萄圖」의 제화시
원천석 _개신국호 위조선이수改新國號 爲朝鮮二首
정도전 _방김거사야거訪金居士野居
정몽주 _춘春
정약용 _애절양哀絶陽
조광조 _절명시絶命詩
조송 _기해세己亥歲
김부식 _결기궁結綺宮
청허 휴정 _탐밀봉探密峰
소식 _자제금산화상自題金山畫像
이청조 _하일절구夏日絶句
하완순 _별운간別雲間
한유 _과홍구過鴻溝
허균 _관장벽도위우소절용사장미운
官墻碧挑爲雨所折用死薔薇韻
황현 _절명시絶命詩
2장 차면 줄어들고 비면 차오르고
설암 추붕 _우후雨後
백곡 처능 _감흥感興
경허 성우 _자범어사향해인사도중구호
自梵魚寺向海印寺道中口號
왕안석
유종산 _遊鐘山
나은 _견민遣悶
정섭 _「제난죽석도題蘭竹石圖」의 제화시
대각 _의천독해동교적讀海東敎迹
허백 명조 _홍국紅菊
나옹 혜근 _기광주목사
변계량 _신흥유감晨興有感
김극기 _어옹漁翁
맹자
노자도덕경
묘법연화경
금강반야바라밀경
백운 경한 _출주회산出州廻山
사명 유정 _재본법사 제야在本法寺 除夜
이석형 _영회詠懷
옹정제(胤禛윤진)
원감 충지 _우서일절偶書一絶
이규보 _산석영정중월이수夕詠井中月二首
침굉 현변 _청야문경淸夜聞磬
부휴 선수 _숙공림사宿空林寺
이순신 _행장行狀
유성룡 _징비록懲毖錄
주희 _구곡도가九曲棹歌5
중관 해안 _막상의행莫相疑行
진각 혜심 _대영對影
예장 종경
한산
함허 기화 _도중작途中作
허응 보우 _별보상인別寶上人
황정견
김기추 _임종게臨終偈
태고 보우 _임종게
정관 일선 _상보은태수上報恩太守
측천무후 _개경게開經偈
논어
순자
주역
원효 _금강삼매경론
대방광불화엄경
3장 묻고 싶어라 그리운 그대 있는 곳
가도 _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
서거정 _춘일春日
정지상 _송인送人
김병연 _이별離別
왕발 _등왕각서滕王閣序
박은 _복령사福靈寺
왕유 _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신숙주 _기중서제군寄中書諸君
이상은 _야우기북夜雨寄北
김정희 _도망悼亡
황진이 _봉별소판서세양奉別蘇判書世讓
설도 _춘망사春望詞1・3
임제 _무어별無語別
루쉰 _양취엔을 추모하며楊銓
원세개 _안중근의사만安重根義士輓
장갈 _분서갱焚書坑
유종원 _어옹漁翁
도연명 _귀거래사歸去來辭
두목 _강남춘江南春
박지원 _요야효행遼野曉行
신위 _동인논시東人論詩
이세민 _부득함봉운賦得含峯雲
구양수 _풍락정 유춘豐樂亭 游春
이인로 _소상야우瀟湘夜雨
이제현 _산중설야山中雪夜
장영 _천리수서지위장千里修書只爲墻
정철 _산사야음山寺夜吟
조익 _논시論詩
조조 _단가행短歌行
장약허 _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
제갈량 _출사표出師表
초의 의순 _귀고향歸故鄕
최경창 _고봉산재高峯山齋
최호 _황학루黃鶴樓
하륜 _제광주청풍루題廣州淸風樓
혜초 _여수旅愁
취미 수초 _산거山居
범중엄 _악양루기岳陽樓記
대학
중용
설악 무산 _허수아비
1장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길재 _술지述志
기대승 _우제偶題
이색 _부벽루浮碧樓
주천난
김시습 _사청사우乍晴乍雨
이항복 _삼물음三物吟
공자진 _기해잡시己亥雜詩
정사초 _한국寒菊
사마천 _보임안서報任安書
이백 _행로난行路難
남이 _북정北征
두보 _등악양루登岳陽樓
굴원 _소사명小司命
김일손 _도한강渡漢江
권필 _한식寒食
최치원 _추야우중秋夜雨中
문천상 _과영정양過零丁洋
권근 _왕경작고王京作古
백거이 _채시관采詩官
이황 _보자계상 유산지서당
步自溪上 踰山至書堂
조식 _제덕산계정주題德山溪亭柱
유우석 _유현도관遊玄都觀
유득공 _송경잡절松京雜絶
송익필 _산행山行
이숭인 _과회음유감표모사過淮陰有感漂母事
이욱 _우미인虞美人
임춘 _서회書懷
서위 _「묵포도도墨葡萄圖」의 제화시
원천석 _개신국호 위조선이수改新國號 爲朝鮮二首
정도전 _방김거사야거訪金居士野居
정몽주 _춘春
정약용 _애절양哀絶陽
조광조 _절명시絶命詩
조송 _기해세己亥歲
김부식 _결기궁結綺宮
청허 휴정 _탐밀봉探密峰
소식 _자제금산화상自題金山畫像
이청조 _하일절구夏日絶句
하완순 _별운간別雲間
한유 _과홍구過鴻溝
허균 _관장벽도위우소절용사장미운
官墻碧挑爲雨所折用死薔薇韻
황현 _절명시絶命詩
2장 차면 줄어들고 비면 차오르고
설암 추붕 _우후雨後
백곡 처능 _감흥感興
경허 성우 _자범어사향해인사도중구호
自梵魚寺向海印寺道中口號
왕안석
유종산 _遊鐘山
나은 _견민遣悶
정섭 _「제난죽석도題蘭竹石圖」의 제화시
대각 _의천독해동교적讀海東敎迹
허백 명조 _홍국紅菊
나옹 혜근 _기광주목사
변계량 _신흥유감晨興有感
김극기 _어옹漁翁
맹자
노자도덕경
묘법연화경
금강반야바라밀경
백운 경한 _출주회산出州廻山
사명 유정 _재본법사 제야在本法寺 除夜
이석형 _영회詠懷
옹정제(胤禛윤진)
원감 충지 _우서일절偶書一絶
이규보 _산석영정중월이수夕詠井中月二首
침굉 현변 _청야문경淸夜聞磬
부휴 선수 _숙공림사宿空林寺
이순신 _행장行狀
유성룡 _징비록懲毖錄
주희 _구곡도가九曲棹歌5
중관 해안 _막상의행莫相疑行
진각 혜심 _대영對影
예장 종경
한산
함허 기화 _도중작途中作
허응 보우 _별보상인別寶上人
황정견
김기추 _임종게臨終偈
태고 보우 _임종게
정관 일선 _상보은태수上報恩太守
측천무후 _개경게開經偈
논어
순자
주역
원효 _금강삼매경론
대방광불화엄경
3장 묻고 싶어라 그리운 그대 있는 곳
가도 _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
서거정 _춘일春日
정지상 _송인送人
김병연 _이별離別
왕발 _등왕각서滕王閣序
박은 _복령사福靈寺
왕유 _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신숙주 _기중서제군寄中書諸君
이상은 _야우기북夜雨寄北
김정희 _도망悼亡
황진이 _봉별소판서세양奉別蘇判書世讓
설도 _춘망사春望詞1・3
임제 _무어별無語別
루쉰 _양취엔을 추모하며楊銓
원세개 _안중근의사만安重根義士輓
장갈 _분서갱焚書坑
유종원 _어옹漁翁
도연명 _귀거래사歸去來辭
두목 _강남춘江南春
박지원 _요야효행遼野曉行
신위 _동인논시東人論詩
이세민 _부득함봉운賦得含峯雲
구양수 _풍락정 유춘豐樂亭 游春
이인로 _소상야우瀟湘夜雨
이제현 _산중설야山中雪夜
장영 _천리수서지위장千里修書只爲墻
정철 _산사야음山寺夜吟
조익 _논시論詩
조조 _단가행短歌行
장약허 _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
제갈량 _출사표出師表
초의 의순 _귀고향歸故鄕
최경창 _고봉산재高峯山齋
최호 _황학루黃鶴樓
하륜 _제광주청풍루題廣州淸風樓
혜초 _여수旅愁
취미 수초 _산거山居
범중엄 _악양루기岳陽樓記
대학
중용
설악 무산 _허수아비
상세소개 위로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천천히 공들여 읽고 음미한 옛 시문詩文의 향香
“이 책은 원래 검찰을 떠나면서 짐을 챙기던 중 혹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여 책상 위에서 나뒹굴던 시詩・문文을 한데 모아 퇴임식에 참석한 후배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었는데, 어떻게 이것을 알고 달라는 사람들이 있어 부득이 인쇄를 하게 되었고, 그 기회에 몇 사람을 추가하고 내용을 다듬었다. … 이 책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그래서 온 누리에 자비와 평화가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글머리에’ 중에서)
저자는 지난해 12월 검찰총장직에서 퇴임했다. 법法과 시詩 사이는 멀어 보인다. 그러나 법조인으로 자칫 메마르고 관성적으로 흐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그는 시詩로써 다스리고 사색의 깊이를 더했다. 저자는 검찰총장 자리에 오른 뒤 가진 첫 간부회의에서 소동파의 시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었는데, ‘자리가 사람을 빛나게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자리에 있건 최선을 다하면 그 자리가 빛나는 것’이라는 뜻을 시로 전달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생 법조인으로 한 길을 걸어 온 그는 젊은 날 ‘한국의 유마’라고 불렸던 백봉 김기추 선생, 효당, 무천에게서 불교와 역易을 배웠으며, 한문에도 능통하다. 한국, 중국의 한시와 문장, 불교 경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음미하고 풀어낼 수 있는 내공이 여기에서 비롯한다.
최치원, 원효, 이순신, 이백, 소동파, 측천무후…
인생의 굽이마다 찾아온 옛 글 126편
이 책은 한국과 중국의 시와 문장 126편과 여기에 저자의 짤막한 소회를 덧붙여 구성된다. 최치원, 두보, 이백, 원효, 소동파, 이황, 조식, 측천무후, 임제 등. 역사의 굽이굽이에 살다간 사람들이 당시 처한 상황에서 선택하고 포기하며 쏟아낸 시문들이다. 여기에 지은이의 삶과 역사적 행보, 정치적 풍경 그리고 저자의 감상을 녹여냈다. 인물의 업적이나 과오를 따지기보다 당시 현실에 이입移入하여 최대한 인간적으로 교감하고 이해하려 한 것이다. “어떤 존재라도 막중한 소명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났으며, 당시의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으로 이해하려 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자연을 노래하고, 세상을 논하고, 사랑에 설레고 애달파 하고, 삶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선인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인간의 정회를 새삼 깨닫게 한다.
흘반난吃飯難,
세상사 밥 먹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있으랴
‘흘반난吃飯難’은 밥 먹기 어렵다는 뜻이다. ‘밥’은 생존과 직결된다. 인생은 알고 보면 밥 먹고 사는 여정에 다름 아니다. 세상에 밥 먹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을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투고 번민하고 갈등하고 울고 웃는다. 법조인인 저자는 세상의 축소판인 법정에서 누구보다 절실히 느꼈으리라.
이 책에 실린 시와 글은 대부분 궁극적으로 밥 먹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권력에 밀려나 유배를 떠나고, 아침엔 친구였던 이가 저녁에는 원수가 되고,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해 세상을 버리고, 알아주는 이가 없어 방랑하는, 인간사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읊은 시는 이들이 결코 암울함이나 슬픔 속에 계속 빠져 있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산과 꽃, 강물과 바람, 새와 달 등 머문 곳에서 만나는 자연에 마음을 빗대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대자연의 이치 앞에 일개 한 인간의 삶은 얼마나 소박한지. 그래서 집착을 털어내고 마음을 낮추기에 이른다. 이런 운치와 풍류가 있기에 선인들은 팍팍한 삶을 무심無心으로 바라보며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비 온 뒤의 뜰 안은 쓴 듯이 고요하고 雨餘庭院靜如掃
바람 지나는 난간은 가을인 듯 시원하다. 風過軒窓凉似秋
산 빛과 물소리, 그리고 솔바람 소리 山色溪聲又松籟
또 무슨 세상일이 이 마음에 이르나. 有何塵事到心頭
(-원감 충지, 「우서일절偶書一絶」)
산중에서의 삶을 통하여 자연과 하나가 된 자신의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산 빛과 물소리, 그리고 소나무 사이로 바람 지나가는 소리……. 이게 전부이다.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만약 그 외 세상사가 마음 머리로 달려온다면, 그래서 그것에 빠진다면 아직 공부가 익지 않은 탓이다. (178쪽)
“가난보다 시를 짓지 못함이 더 부끄럽다”
두통약 대신 시 읽기를 권유하다
옛글 읽는 재미란 무엇인가. 선인들이 글짓기를 통해 ‘밥 먹고 살기’ 힘든 삶을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헤아렸다면, 시를 읽는 우리는 그 마음에 이입하여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데 시 읽는 재미가 있으리라. 고려 때 선비 임춘은 가난과 실의 속에 시를 쓰며 위로 받았는데, “나는 곤궁하면서도 시 또한 잘 짓지 못한다”며 애석해하기도 했다. 시 한 편의 힘은 이렇듯 크다. 천 년 혹은 수백 년 전 선인들이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시 한 편, 글 한 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면, 밥 먹기 힘든 세상 덜 외롭게, 좀 더 힘을 내서 헤쳐갈 수 있지 않을까.
잠깐 갰다, 잠깐 비 오고 다시 개니 乍晴乍雨雨還晴
천도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하물며 세상의 정이야. 天道猶然況世情
나를 칭찬하는가 했더니 곧 다시 나를 비방하고 譽我便應還毁我
이름을 피하는가 하면 도리어 이름을 구하네. 逃名却自爲求名
꽃이 피고 꽃이 진들 봄이 무슨 상관이며 花開花謝春何管
구름 가고 구름 옴을 산은 다투지 않는다. 雲去雲來山不爭
세상에 말하노니 모름지기 기억하라. 寄語世上須記憶
어디서나 즐겨함은 평생 득이 되느니라. 取歡無處得平生
(-김시습의 「사청사우乍晴乍雨」)
이 시는 비가 오다 개고, 또 오는 자연 현상을 빌려 인정세태의 무상함을 풍자하고 있다. 인정과는 무관한 자연 현상도 이렇게 변화무쌍한데 이해관계로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인간 세상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칭찬했다가 비난하고, 명리를 피한다면서 바로 명리를 구하고……. 그러나 봄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산은 구름이 오고 가는 것을 다투지 않는다. 어디에선들 자족하면 그것이 바로 평생에 얻는 바가 되지 않겠는가. (24쪽)
천천히 공들여 읽고 음미한 옛 시문詩文의 향香
“이 책은 원래 검찰을 떠나면서 짐을 챙기던 중 혹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여 책상 위에서 나뒹굴던 시詩・문文을 한데 모아 퇴임식에 참석한 후배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었는데, 어떻게 이것을 알고 달라는 사람들이 있어 부득이 인쇄를 하게 되었고, 그 기회에 몇 사람을 추가하고 내용을 다듬었다. … 이 책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그래서 온 누리에 자비와 평화가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글머리에’ 중에서)
저자는 지난해 12월 검찰총장직에서 퇴임했다. 법法과 시詩 사이는 멀어 보인다. 그러나 법조인으로 자칫 메마르고 관성적으로 흐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그는 시詩로써 다스리고 사색의 깊이를 더했다. 저자는 검찰총장 자리에 오른 뒤 가진 첫 간부회의에서 소동파의 시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었는데, ‘자리가 사람을 빛나게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자리에 있건 최선을 다하면 그 자리가 빛나는 것’이라는 뜻을 시로 전달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생 법조인으로 한 길을 걸어 온 그는 젊은 날 ‘한국의 유마’라고 불렸던 백봉 김기추 선생, 효당, 무천에게서 불교와 역易을 배웠으며, 한문에도 능통하다. 한국, 중국의 한시와 문장, 불교 경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음미하고 풀어낼 수 있는 내공이 여기에서 비롯한다.
최치원, 원효, 이순신, 이백, 소동파, 측천무후…
인생의 굽이마다 찾아온 옛 글 126편
이 책은 한국과 중국의 시와 문장 126편과 여기에 저자의 짤막한 소회를 덧붙여 구성된다. 최치원, 두보, 이백, 원효, 소동파, 이황, 조식, 측천무후, 임제 등. 역사의 굽이굽이에 살다간 사람들이 당시 처한 상황에서 선택하고 포기하며 쏟아낸 시문들이다. 여기에 지은이의 삶과 역사적 행보, 정치적 풍경 그리고 저자의 감상을 녹여냈다. 인물의 업적이나 과오를 따지기보다 당시 현실에 이입移入하여 최대한 인간적으로 교감하고 이해하려 한 것이다. “어떤 존재라도 막중한 소명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났으며, 당시의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으로 이해하려 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자연을 노래하고, 세상을 논하고, 사랑에 설레고 애달파 하고, 삶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선인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인간의 정회를 새삼 깨닫게 한다.
흘반난吃飯難,
세상사 밥 먹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있으랴
‘흘반난吃飯難’은 밥 먹기 어렵다는 뜻이다. ‘밥’은 생존과 직결된다. 인생은 알고 보면 밥 먹고 사는 여정에 다름 아니다. 세상에 밥 먹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을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투고 번민하고 갈등하고 울고 웃는다. 법조인인 저자는 세상의 축소판인 법정에서 누구보다 절실히 느꼈으리라.
이 책에 실린 시와 글은 대부분 궁극적으로 밥 먹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권력에 밀려나 유배를 떠나고, 아침엔 친구였던 이가 저녁에는 원수가 되고,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해 세상을 버리고, 알아주는 이가 없어 방랑하는, 인간사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읊은 시는 이들이 결코 암울함이나 슬픔 속에 계속 빠져 있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산과 꽃, 강물과 바람, 새와 달 등 머문 곳에서 만나는 자연에 마음을 빗대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대자연의 이치 앞에 일개 한 인간의 삶은 얼마나 소박한지. 그래서 집착을 털어내고 마음을 낮추기에 이른다. 이런 운치와 풍류가 있기에 선인들은 팍팍한 삶을 무심無心으로 바라보며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비 온 뒤의 뜰 안은 쓴 듯이 고요하고 雨餘庭院靜如掃
바람 지나는 난간은 가을인 듯 시원하다. 風過軒窓凉似秋
산 빛과 물소리, 그리고 솔바람 소리 山色溪聲又松籟
또 무슨 세상일이 이 마음에 이르나. 有何塵事到心頭
(-원감 충지, 「우서일절偶書一絶」)
산중에서의 삶을 통하여 자연과 하나가 된 자신의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산 빛과 물소리, 그리고 소나무 사이로 바람 지나가는 소리……. 이게 전부이다.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만약 그 외 세상사가 마음 머리로 달려온다면, 그래서 그것에 빠진다면 아직 공부가 익지 않은 탓이다. (178쪽)
“가난보다 시를 짓지 못함이 더 부끄럽다”
두통약 대신 시 읽기를 권유하다
옛글 읽는 재미란 무엇인가. 선인들이 글짓기를 통해 ‘밥 먹고 살기’ 힘든 삶을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헤아렸다면, 시를 읽는 우리는 그 마음에 이입하여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데 시 읽는 재미가 있으리라. 고려 때 선비 임춘은 가난과 실의 속에 시를 쓰며 위로 받았는데, “나는 곤궁하면서도 시 또한 잘 짓지 못한다”며 애석해하기도 했다. 시 한 편의 힘은 이렇듯 크다. 천 년 혹은 수백 년 전 선인들이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시 한 편, 글 한 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면, 밥 먹기 힘든 세상 덜 외롭게, 좀 더 힘을 내서 헤쳐갈 수 있지 않을까.
잠깐 갰다, 잠깐 비 오고 다시 개니 乍晴乍雨雨還晴
천도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하물며 세상의 정이야. 天道猶然況世情
나를 칭찬하는가 했더니 곧 다시 나를 비방하고 譽我便應還毁我
이름을 피하는가 하면 도리어 이름을 구하네. 逃名却自爲求名
꽃이 피고 꽃이 진들 봄이 무슨 상관이며 花開花謝春何管
구름 가고 구름 옴을 산은 다투지 않는다. 雲去雲來山不爭
세상에 말하노니 모름지기 기억하라. 寄語世上須記憶
어디서나 즐겨함은 평생 득이 되느니라. 取歡無處得平生
(-김시습의 「사청사우乍晴乍雨」)
이 시는 비가 오다 개고, 또 오는 자연 현상을 빌려 인정세태의 무상함을 풍자하고 있다. 인정과는 무관한 자연 현상도 이렇게 변화무쌍한데 이해관계로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인간 세상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칭찬했다가 비난하고, 명리를 피한다면서 바로 명리를 구하고……. 그러나 봄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산은 구름이 오고 가는 것을 다투지 않는다. 어디에선들 자족하면 그것이 바로 평생에 얻는 바가 되지 않겠는가. (24쪽)
책속으로 위로
●
하늘 노릇 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做天難做四月天
양잠은 따뜻해야 하고 보리는 추워야 하고 蠶要溫和麥要寒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를 원하는데 出門望晴農望雨
뽕잎 따는 처녀는 구름 끼길 바라네. 採桑娘子望陰天
(-「주천난做天難」 중에서)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내려놓고 삼계일심三界一心 또는 물아일여物我一如가 될 수 있다면 누에에게는 따뜻함이, 보리에게는 추위가, 나그네에게는 맑음이, 농부에게는 비가, 뽕잎 따는 처녀에게는 그늘이 베풀어질 수 있을 것이다. (22쪽)
●
산을 가다 쉬는 것을 잊고 앉아서는 걷는 것을 잊어 山行忘坐坐忘行
소나무 그늘 아래 말을 세우고 물소리를 듣네. 歇馬松陰聽水聲
내 뒤에 온 몇 사람이 나를 앞서갔는가 後我幾人先我去
각자 그칠 곳으로 돌아갈 텐데 어찌 또 다투는가 各歸其止又何爭
(-송익필의 「산행山行」 중에서)
산길을 가다가 쉬는 것을 잊고, 쉬다가는 가는 것을 잊고,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세상의 번뇌를 잊는다. 내가 쉬고 있을 때 나를 앞질러 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좋은 곳에서 함께 쉬면 좋을 텐데 그냥 앞질러 가면 어디로 가는가. 그렇게 급하게 간다고 하여 어디까지 가겠는가. (79쪽)
●
슬프고도 슬픈 것은 살아 이별하는 것이고 悲莫悲兮生別離
기쁘고도 기쁜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네. 樂莫樂兮新相知
(-굴원의 「소사명小司命」 중에서)
많은 사람 가운데서 문득 서로 눈이 마주쳤지만 말이 없고 인사가 없다. 곧 떠나야 할 운명이다. 이별만큼 슬픈 것이 있겠는가. 사랑만큼 기쁜 것이 있겠는가. 내용도 노래도 모두 아름답다. (46쪽)
●
청컨대 천 석 종을 보라 請看千石鐘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非大扣無聲
어찌하면 두류산처럼 爭似頭流山
하늘이 울려도 오히려 울지 않을 수 있을까. 天鳴猶不鳴
(-조식, 「제덕산계정주題德山溪亭柱」)
이 시는 덕산 계정의 기둥에 쓴 것으로 남명의 높은 기상을 스스로 보여 준다. 일 석이 120근이니 천 석이면 12만 근이다. 12만 근이나 되는 대종은 웬만하게 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저 지리산처럼 하늘이 때려도 울지 않고 버틸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천 길(만 길) 절벽 위에 서 있는 기상有壁立千仞(萬仞)之氣을 가졌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 준다. (70쪽)
●
가을 그늘 침침하고 사방 산은 비었는데 秋陰漠漠四山空
지는 잎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구나. 落葉無聲滿地紅
시내 위 다리에 말 세우고 갈 길을 묻노라니 立馬溪橋問歸路
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을 모르네. 不知身在畫圖中
(-정도전, 「방김거사야거訪金居士野居」)
시골에 은거하고 있는 김 거사를 찾아가는 도중의 가을 경치를 읊은 것이다. 단풍 든 나뭇잎들이 떨어져 땅바닥에 나뒹구는 가운데 짧은 해마저 이미 기울어 금시 사방이 어둑어둑하다. 문득 자신이 어디 있는지 살피니 그림 속에 있구나. 생명 현상이 다 사라진 그림 속에 있는 그를 통해 하늘이 순간적으로나마 그의 천명을 보여 주었는데……. 온통 새로운 나라 건설에 흥분해 있던 그였으니 어찌 이를 눈치챌 수 있었겠는가. 제행諸行이 무상無常하거늘 그것이 자연 현상이든, 새로운 나라 건설이든 다를 바가 있겠는가. (93쪽)
●
물결처럼 번듯이는 인간사 알기 어렵고 波飜人事儘難知
부질없이 다시 온다 미리 기약하지 말자. 莫謾重來預作期
하늘과 더불어 선약 없는 만물 物豈與天先有約
봄바람 불어오니 나무마다 움트는 가지. 春風無樹不生枝
(-허응 보우, 「별보상인別寶上人」)
앞으로 닥칠 일을 알기 어려운 것이 인간이고, 그러나 이를 알고 싶어 안달하는 것 또한 인간이다. 그래서 약속을 한다. 하지만 자연의 세계에는 약속이 없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바람이 불면 꽃이 피고 잎이 난다. 약속이 아닌 순리인 것이다. 진리의 세계가 이러한 것 아닌지. (210쪽)
하늘 노릇 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做天難做四月天
양잠은 따뜻해야 하고 보리는 추워야 하고 蠶要溫和麥要寒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를 원하는데 出門望晴農望雨
뽕잎 따는 처녀는 구름 끼길 바라네. 採桑娘子望陰天
(-「주천난做天難」 중에서)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내려놓고 삼계일심三界一心 또는 물아일여物我一如가 될 수 있다면 누에에게는 따뜻함이, 보리에게는 추위가, 나그네에게는 맑음이, 농부에게는 비가, 뽕잎 따는 처녀에게는 그늘이 베풀어질 수 있을 것이다.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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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가다 쉬는 것을 잊고 앉아서는 걷는 것을 잊어 山行忘坐坐忘行
소나무 그늘 아래 말을 세우고 물소리를 듣네. 歇馬松陰聽水聲
내 뒤에 온 몇 사람이 나를 앞서갔는가 後我幾人先我去
각자 그칠 곳으로 돌아갈 텐데 어찌 또 다투는가 各歸其止又何爭
(-송익필의 「산행山行」 중에서)
산길을 가다가 쉬는 것을 잊고, 쉬다가는 가는 것을 잊고,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세상의 번뇌를 잊는다. 내가 쉬고 있을 때 나를 앞질러 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좋은 곳에서 함께 쉬면 좋을 텐데 그냥 앞질러 가면 어디로 가는가. 그렇게 급하게 간다고 하여 어디까지 가겠는가.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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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도 슬픈 것은 살아 이별하는 것이고 悲莫悲兮生別離
기쁘고도 기쁜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네. 樂莫樂兮新相知
(-굴원의 「소사명小司命」 중에서)
많은 사람 가운데서 문득 서로 눈이 마주쳤지만 말이 없고 인사가 없다. 곧 떠나야 할 운명이다. 이별만큼 슬픈 것이 있겠는가. 사랑만큼 기쁜 것이 있겠는가. 내용도 노래도 모두 아름답다.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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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컨대 천 석 종을 보라 請看千石鐘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非大扣無聲
어찌하면 두류산처럼 爭似頭流山
하늘이 울려도 오히려 울지 않을 수 있을까. 天鳴猶不鳴
(-조식, 「제덕산계정주題德山溪亭柱」)
이 시는 덕산 계정의 기둥에 쓴 것으로 남명의 높은 기상을 스스로 보여 준다. 일 석이 120근이니 천 석이면 12만 근이다. 12만 근이나 되는 대종은 웬만하게 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저 지리산처럼 하늘이 때려도 울지 않고 버틸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천 길(만 길) 절벽 위에 서 있는 기상有壁立千仞(萬仞)之氣을 가졌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 준다.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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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늘 침침하고 사방 산은 비었는데 秋陰漠漠四山空
지는 잎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구나. 落葉無聲滿地紅
시내 위 다리에 말 세우고 갈 길을 묻노라니 立馬溪橋問歸路
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을 모르네. 不知身在畫圖中
(-정도전, 「방김거사야거訪金居士野居」)
시골에 은거하고 있는 김 거사를 찾아가는 도중의 가을 경치를 읊은 것이다. 단풍 든 나뭇잎들이 떨어져 땅바닥에 나뒹구는 가운데 짧은 해마저 이미 기울어 금시 사방이 어둑어둑하다. 문득 자신이 어디 있는지 살피니 그림 속에 있구나. 생명 현상이 다 사라진 그림 속에 있는 그를 통해 하늘이 순간적으로나마 그의 천명을 보여 주었는데……. 온통 새로운 나라 건설에 흥분해 있던 그였으니 어찌 이를 눈치챌 수 있었겠는가. 제행諸行이 무상無常하거늘 그것이 자연 현상이든, 새로운 나라 건설이든 다를 바가 있겠는가. (93쪽)
●
물결처럼 번듯이는 인간사 알기 어렵고 波飜人事儘難知
부질없이 다시 온다 미리 기약하지 말자. 莫謾重來預作期
하늘과 더불어 선약 없는 만물 物豈與天先有約
봄바람 불어오니 나무마다 움트는 가지. 春風無樹不生枝
(-허응 보우, 「별보상인別寶上人」)
앞으로 닥칠 일을 알기 어려운 것이 인간이고, 그러나 이를 알고 싶어 안달하는 것 또한 인간이다. 그래서 약속을 한다. 하지만 자연의 세계에는 약속이 없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바람이 불면 꽃이 피고 잎이 난다. 약속이 아닌 순리인 것이다. 진리의 세계가 이러한 것 아닌지. (210쪽)
언론사 서평 위로
[ 문화일보 ] 퇴임식때 나눠줬던 시·문집 찾는 이 많아 부득이 책으로 2016-05-17
[ 한국경제 ] '흘반난, 밥먹기 어렵다' 펴낸 김진태 전 검찰총장 "옛글이 있어 소란한 마음 다스릴 수 있었죠" 2016-05-17
[ 오마이뉴스 ] 김진태 검찰총장은 그 시 왜 읽었을까 2016-05-19
[ 연합뉴스 ] 김진태 전 검찰총장, 한·중 옛글 모은 시문집 출간 2016-05-19
[ 불교포커스 ] 김진태 <홀반난, 밥 먹기 어렵다> 2016-05-19
[ 불교저널 ] 김진태 전 검찰총장 시문집 출간 2016-05-19
[ 매일경제 ] 김진태 전 검찰총장, 한·중 옛글 모은 시문집 출간 2016-05-19
[ 이투데이 ] 김진태 전 검찰총장, 시문집 ‘흘반난’출간 2016-05-20
[ 중앙일보 ] [책꽂이]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外 2016-05-22
[ 주간조선 ] [출판 단신]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외 2016-05-23
[ 법률신문 ] 김진태 전 검찰총장,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책 내 2016-05-24
[ 미디어붓다 ] [신간]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경허선사 어록·깨달은 절 수행이란? 2016-05-27
[ 현대불교 ] 김진태 前 검찰총장이 천천히 공들여 읽고 음미한 옛 시문(詩文)의 향연들 2016-05-30
[ 불교닷컴 ] 검찰총장이 꼽은 옛 글 2016-06-01
[ 법률저널 ] 신간-『흘반난(吃飯難), 밥먹기 어렵다』 2016-06-03
[ 불교플러스 ]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2016-06-06
[ 불교신문 ] 검찰총장도 먹고 사는 건 어렵다 2016-06-07
[ 신동아 ]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20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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