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믿음
2001-10-10 관리자
[불교의 믿음]
'믿음은 모든 공덕의 어머니' 라는 말씀이 있듯, 믿음은 종교 수행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수행으로 나아가게 되는 첫 단계가 바로 나에게 '종교적 믿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종교나 '믿어라!'라고 외치는지도 모릅니다.
영어에서 믿음을 뜻하는 단어로 belief 와 faith 를 들 수 있습니다. belief는 증명되는 사실을 믿는 것이고 faith 는 그런 증명과 상관없는 믿음이라고 합니다. 서양 종교에서의 믿음이란 faith 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증명 여부와는 상관없이 내가 '주님의 종'이고 '신(神)의 말'이니까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어떤 말이라도 어떤 경우에라도 의심없이 말을 잘 듣고 잘 따를수록 신앙이 더 깊고 더 은혜로운 신자로 간주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의심하고 회의하면 사탄의 유혹에 빠진 것이요 신앙이 얕은 것이라 보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불교의 믿음은 어떤 것인가?
부처님도 역시 '너희들을 위해 설할테니 내 말을 의심말고 잘 믿으라' 라고 말씀하시고 당부하시는 것이 경에 수없이 나옵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믿음 강요(?)에는 우리가 흔히 보는 서양 종교의 믿음과는 조금 다른점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 귀의하게 되는 외도를 비롯한 여러 대중들을 보면 부처님은 처음부터 '믿어라' 고 하시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보다 먼저 부처님이하시는 일은 그 분들의 의견을 일일이 다 들어 주시고 그 분들의 잘못된생각(顚倒妄想)을 바로 잡아 주시는 일입니다. 그 다음 그럴 때 필연적으로 생기기 쉬운 여러 의문들을 일일이 자상하게 하나 하나 풀어 주십니다.
이런 연후에 상대방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거나 인정하게 되면 끝으로 간곡히 부탁하시는 것이 바로 ' 내 말을 잘 들어라, 내 말을 믿고 앞으로는의심없이 그대로 따르라' 는 것입니다.
즉, 지금까지의 나의 말이 옳았듯이 앞으로의 말도 옳을 것이니, 그리고그것은 흔히 만나기 쉬운, 또 지금까지 그래 왔듯 순간적인 착각이나 환각, 속이는 것 등이 아닌 '진정으로 모든 괴로움을 벗어나 해탈하는 길'이니 내 말을 잘 듣고 따르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불교의 믿음은 권위적 믿음이 아닙니다. 밝은 지해(知解)로 헤아린 후 만나게 되는 '참다운 진리에 대한 귀의(歸依)' 가 믿음입니다. 따라서 믿기지도 않는데 무조건 믿어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믿기지 않는 걸 믿는 게 참된 신앙이란 말도 하지 않습니다. 진리를 스스로 알게 되어 진리에 귀의할 때까지 몇 번이고 설득하고 진리를 보여 주며 기다릴 뿐입니다.
또 불교의 믿음은 '열린 믿음'입니다. 진리 자체가 참 너그럽습니다. 그리하여 비록 당신의 가르침과 좀 다르다 할지라도 부정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받아 들이고 스스로 비춰 볼(觀照) 따름입니다. 그러기에 내 견해가 다르다고, 믿기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탓하거나 괴로워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불교의 믿음에는 어두운 곳이 없습니다.
불교의 믿음은 원망하지도, 저주하지도, 싫어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 참으로 '원만하고 밝은 믿음'입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나무 아미타불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