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대화해보셨습니까

2016-07-08     덕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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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타 부처님이 어디에 계시는가
아미타불제하방阿彌陀佛在何方  
착득심두절막망着得心頭切莫忘  
염도염궁무념처念到念窮無念處  
육문상방자금광六門常放紫金光  
아미타 부처님이 어디에 계시는가. 
마음속에 깊이 새겨 잠시라도 잊지 않고
간절하게 생각하다 생각 없는 경지에 다다르게 되면
6가지 감각기관에서 영원히 자색 금빛이 빛나는구나.
 
이 게송은 고려 말 나옹 혜근 선사(1320~1376)가 염불삼매에 들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읊은 노래입니다.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에서는 아미타 부처님을 간절히 염원하고 부르면 아미타 부처님을 만나 영원히 편안한 극락세계로 갈 수 있다고 설하고 있습니다. 게송을 보면 나옹 선사는 사후에 극락세계로 간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극락세계를 경험하셨습니다. 염불을 일념一念으로 한다는 것은 이렇게 좋은 것이죠.  
 
그렇다면 일념으로 염불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혹시 어느 법당에서 아주 잘 생기고 존경스러워 보이는, 감동적인 부처님 상이나 그림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마음에 와 닿는 부처님 상을 간절히 떠올리며 부처님 이름을 불러보세요. 석가모니불도 좋고 관세음보살, 아미타불, 지장보살도 좋습니다. 부처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관상염불觀像念佛, 부처님 명호를 부르는 것을 칭명염불稱名念佛이라고 합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이 우리가 많이 하는 염불입니다. 저와 함께 같이 말해봅시다.
 
간절히 불러서 만납니다.
꼭 가피를 입습니다.
저의 소원 성취하는 것을 믿습니다.
소원 성취를 확신합니다.
저의 죄업장도 참회합니다.
부처님을 만나겠습니다.  
 
이런 간절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떠올리고 불러야 합니다. 
 
 
| 부처님으로부터 답을 듣는 법
숨을 거두기 직전에 다른 생각은 전혀 없이 온전히 아미타 부처님만 생각하며 일념으로 나무아미타불을 10번만 불러도 극락세계로 갈 수 있다고 경전에 나와 있습니다. 여러분, 아무런 잡념 없이 순수하게 아미타불 10번 불러보셨습니까? 죽음 직전에 아미타불 10번 부르는 것이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머리로는 ‘별 거 아닌데’ 할 수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평소에 계속 염불을 하고 있어야 해요. 계단을 내려가다 발을 헛디뎌 넘어질 때 자기도 모르게 뭐라고 합니까? ‘엄마야!’, ‘어머나!’ 그러지요. 그때 바로 ‘나무아미타불’, 아니면 ‘관세음보살’이 나올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합니다. 극락, 그렇게 쉽게 가는 곳 아닙니다. 그러니 대충 하다 마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해야겠죠.
 
어떤 분이 물었습니다. “열심히 관세음보살을 부르면서 염불을 하려고 하는데, 자꾸 엉뚱한 생각이 나요.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내일 무슨 일을 해야지 하는 생각도 나고, 추억도 떠오르고…. 이렇게 잡념이 많으니 염불이 제대로 안 되는 거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같을 겁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듣고 보고 말하고 생각하며 복잡하게 길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일념염불로 극복해야 합니다. 마음을 지나간 과거나 다가올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로 자꾸 되돌리는 것이죠. 망상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소에 비유하곤 합니다. 끌려가지 않고 마음의 고삐를 말뚝에 붙들어 매는 것이 바로 염불이요, 선정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로 해보면 잘 안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반 시간, 한 시간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하는 동안 순일하게 일념이 잘 안 돼요. 집중이 잘 안 될 바에야 옛날 추억이나 다가올 일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부처님과 대화를 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부처님과 대화해 보셨습니까? 부처님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귀에 들리는 답을 듣는 것이 아닙니다.   
 
백의관음무설설白衣觀音無說說
남순동자불문문南巡童子不聞聞
하얀 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은 말씀 없이 설하시고, 
남순 동자는 듣지 않는 가운데 듣는다. 
 
이 구절은 무슨 뜻일까요? 관세음보살은 우리가 소리로 들을 수 있는 법문을 하시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법문을 설하십니다. 또한 남순 동자는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의 법문을 듣습니다. 
 
염불을 하는 동안 잡념이 떠오를 때는 부처님께 마음을 툭 터놓고 하소연해도 됩니다. 부처님께는 근엄하고 엄숙한 것만 통하는 게 아니에요. 원망을 해도 좋고, 소원을 말해도 좋습니다. 어떤 말이든 하고 싶은 얘기를 부처님께 계속 말씀드리다보면 어느새 편안함이 오고 고요함이 옵니다. 그리고 ‘아! 이것이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으로부터 답을 듣는 것입니다.
 
 
| 염불은 돌을 물 위에 띄우는 배와 같다
그래도 일념이 안 되면 고저장단에 변화를 주어 빠르게도 해보고 천천히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험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주지소임을 맡고 있다 보니 대중들과 의견이 어긋날 때가 가끔 있지요. 어느 날은 화가 막 치미는데 싸울 수도 없어서 법당으로 뛰어올라가 목탁을 힘껏 세게 두드리며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고함을 지르며 화풀이를 했습니다. 그렇게 몇 십 분을 하고 나니까 화가 가라앉고 편안해지더라고요. 그게 바로 부처님께 답 들은 겁니다. 자, 이제 다함께 따라하세요.
 
부처님 대답해 주세요. 
저는 할 수 있습니다. 꼭 이루어낼 것입니다.
이제 업장 소멸되었습니다. 
어려움 한 고비 지나갑니다.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부처님과의 대화는 이런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염불은 쉼 없이 계속 해야 돼요. ‘고성염불십종공덕高聲念佛十種功德’이라는 말이 있듯이 소리를 내서 염불을 하면 10가지 공덕이 있습니다. 또한, 염불은 죄업장을 소멸시켜줍니다. 『밀린다왕문경彌蘭陀王問經』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돌을 강물에 던지면 가라앉지만 배에 실으면 강물에 뜨죠. 일념으로 하는 염불은 돌을 물 위에 띄우는 배의 역할과 같습니다. 돌을 강물에 던지는 것은 나쁜 업장에 대한 과보를 그대로 받는 것이지만, 염불을 하면 배가 돌을 물 위에 띄우듯 나쁜 업장을 피해갈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염불의 힘입니다.    
 
잘못한 일은 참회하고, 계행을 바탕으로 일념으로 부처님을 관하고 부르는 것. 이것이 염불수행의 올바른 방법입니다. 이렇게 염불을 하고 나서 간절히 소원을 말하면 그것은 기도가 됩니다. 모든 분들이 염불과 기도를 통해 부처님의 가피를 입고 소원성취하시길 바랍니다.            
 
 
덕진 스님
울산 정토사 주지, 정토불교대학 학장. 1976년 통도사 서운암 성파 스님을 은사로 득도. 범어사 승가대학, 춘해대 사회복지과를 졸업했다. 극락선원, 묘관음사 선원, 다보선원 등에서 수선안거, 무료급식소 ‘밝은 세상’을 설립·운영, 봉사 및 장학단체 사단법인 ‘참좋은세상’을 설립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울산남구종합복지관장 4년 역임, 울산지역 군법당 4개소 법회 지원을 20년째 지속했다. 『불교천자문』 등 책 15권을 출간했으며, 1989년 조계종 총무원장 표창, 2001년 조계종 포교대상 공로상부문, 2009년 울산시장상 문화예술상 문학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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