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그리운 사찰, 그곳에 가고 싶다
2015-08-31 하정혜
불교, 통일을 시뮬레이션하다 |
01 그리운 사찰, 그곳에 가고 싶다 : 그곳에 남은 절과 절터 / 하정혜 지난 봄, 한 케냐인이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쫓겨났습니다. 평창Pyeongchang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려던 그에게, 철자가 비슷한 평양Pyongyang행 비행기표를 건넨 여행사 직원의 실수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평양으로 가는 하늘길이 열려있다는 뜻입니다. 북한은 대부분의 나라와 똑같이, 비자visa없이 입국한 외국인에게 강제출국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그동안 개성공단을 개방하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남북공동으로 추진할 정도로, 북한은 더 이상 폐쇄된 사회주의국가가 아닙니다. 특히 북한의 젊은 세대는 자본주의의 가치들을 빠르게 학습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것이 광복 70년, 분단 70년의 세월 동안 우리에겐 극단적 대립의 적국敵國이라는 화인火印으로 새겨져 있던 북한의 현주소입니다. 이념대립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통일의 실체는 아직 막연합니다. 지금, 불자와 불교계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동안 어떤 준비를 해왔을까요? 멀지 않은 시기에 통일이 된다면, 우리가 몰랐던 북한불교는 어떤 모습일지 이번 특집에서 살펴봅니다. - 편집자 주 |
“저쯤, 법기암이 있을 겁니다.” 금강산 신계사에서 먼 봉우리를 보며 혜해 스님은 무심히 말하곤 했다. 출가터 금강산 법기암, 갈 수 없는 땅이다.
비구니 수행도량 경주 흥륜사에 법기암을 짓고 통일을 염원하며 정진해왔다. 출가 이듬해 맞이한 광복, 그로부터 70년, 세납 백세를 앞둔 노년의 선객이 법기암을 그리워한 시간의 길이다.
강원도 금강군 정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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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금강 반야대 중턱의 정양사 반야전과 약사전, 삼층석탑
북한 국보유적 제99호
신라 600년 창건
고려 태조 중창, 1326년 중수
황해남도 재령군 묘음사 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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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산 석동 12곡과 현암
북한 국보문화유물 제81호
통일신라 창건 추정,
조선 초기 중건
강원도 금강군 표훈사 보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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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금강 만폭8담에 자리한 본전
북한 국보유적 제98호
고구려 안원왕 때 보덕화상이 창건
1675년 중건, 1808년 중수
위. 강원도 금강군 마하연사 묘길상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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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15m의 마애불과 석등
북한 국보문화유물 제102호
보현사 금강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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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아래 천연굴을 이용한 금강굴암
고려 말 창건, 조선 후기 중창
자강도 희천시 법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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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석으로 만들어 좌불상을 새긴 청탑
북한 보존유적 제815호(법왕대)
법왕대, 15세기 창건
청탑, 1576년 서산 대사가 건립
평안남도 평원군 법흥사
극락전 내부 반자
고구려 초기 창건 추정
1123년, 1759년 중건,
전후 복원
함경남도 명천군 개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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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감로왕도
북한 국보문화유물
제120호(개심사)
발해 826년 대원 화상 창건
1784년 중창,
1853년 중수
감로왕도 조성 연대 미상
평안북도 향산군 보현사 상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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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가 현판을 쓴 상원암 설경
북한 국보문화유물 제41호
창건연대 미상, 1580년 중창, 1794년 중수
분단과 함께 남으로 피신하거나 북에 남아 절을 지킨 스님들이 있다. 남으로 온 스님들은 떠나온 땅을 다시 밟지 못했고, 북에 남은 스님들은 전화戰火와 재해, 정치 환경으로 인해 끝내 절을 지킬 수 없었다. 지금 북한에는 64개 전통사찰이 현존한다. 도량과 전각을 갖추고, 불보살상이 안치된 곳들이다. 다른 절들은 전용되었거나, 절터로만 남아 복원을 기다린다. 그곳에 남은 절과 절터를 북측 문화재전문가들이 조계종에서 지원한 장비로 6,500장의 사진에 담았다. 사진집 『북한의 전통사찰』에서 아름다운 북녘의 절과 절터를 가려 뽑았다.
백발이 돼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옛사람이 이미 일러 줬네
지금 대낮에 닭 우는 소리 듣나니/ 대장부의 할 일을 다 마쳤네
홀연히 나를 발견하니/ 온갖 것이 다 이것이어라
천언만어의 경전들이/ 본시 하나의 빈 종이였네
서산 대사 오도송이다. 오랫동안 묘향산에 주석해 얻은 별칭이 서산西山이다. 묘향산인妙香山人이라고도 불렸다. 승려가 천대받던 조선시대, 전국에서 승병을 일으켜 임진왜란에서 큰 공을 세운 스님을, 북한에서는 사명 대사, 원효 대사와 함께 3대 고승으로 여긴다. 15세기에 창건된 자강도 희천시의 법왕대는 오지 중의 오지다. 예로부터 남으로는 지리산 묘향대, 북으로는 묘향산 법왕대를 최고의 수행처로 꼽는다. 서산 대사는 이곳에 머물며 수행했다. 고려 초인 955년에 창건된 평양의 동금강암에도 머물렀다. 1936년에 다시 지은 동금강암은 평안남도 평원군 법흥사의 말사이다. 법흥사에는 나옹 왕사와 무학 대사 진영이 모셔져 있다. 고려 968년에 창건, ‘한국 5대 사찰’ 중 하나인 평안북도 향산군 보현사도 말사 금강암에 서산 대사 진영을 모셨다.
보현사에는 1044년에 세워진 4각9층탑이 남아, 빼어난 균형미를 드러내고 있다. 보현사의 또 다른 말사 불영암은 한때 조선왕조실록을 안치했던 왕실사찰이었으며, 묘향산 8경 중 하나다. 금강산 3대 고탑으로는 신계사, 정양사, 장연사 석탑을 꼽는데, 6각으로 지은 약사전 앞에 자리한 소담한 정양사 3층석탑이 그중 백미다. 503년에 창건되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평안남도 평성시 안국사에도 고려시대 9층석탑이 있다. 북한은 이곳을 국보유적 34호로 지정해 관리하며, 국보유적, 보존유적 가운데 일부를 해외 관광객에 공개하고 있다.
1939년 조선총독부 학무국 통계자료에 의하면 북한 지역에는 전국의 총31 본산 중 8개의 대본산과 경기도 30개, 강원도 56개, 황해도 124개, 평안도 87개, 함경도 106개 등 403곳의 사찰이 있었다. 8개의 대본산은 패엽사(황해남도), 성불사(황해북도), 영명사(평양시), 법흥사(평안남도), 보현사(평안북도), 유점사(강원도), 귀주사(함경남도), 석왕사(강원도) 등이다.
- 『북한의 사찰 ; 북한의 불교와 사찰, 그 과거와 현재』 중에서
남북이 공동복원한 사찰로는 고려 왕자였던 대각 국사 의천 스님이 35년 간 주석한 왕실사찰을 천태종이 공동복원한 개성 영통사, 조계종과 북측의 협력으로 29개 전각을 복원해 대가람의 위용을 갖춘 금강산 신계사가 있다. 드물게 전쟁의 화염을 피한 절로는 금강산 표훈사를 들 수 있는데, 반야보전 등이 보존돼 있다. 고구려 보덕 화상이 창건하고 1675년, 1808년에 중수해 국보문화유물 제98호로 지정된 보덕암이 표훈사 말사다.
확인된 금강산의 절터로는, 한암 스님의 출가사찰인 장안사터와 의상 대사 창건사찰인 마하연터가 있다. 한암 스님이 22세에 출가했던 장안사는 6・25때 전소되었고, 마하연터에는 마애불만이 남았다. 북 한암, 남 만공이라 하여 한국불교 선맥禪脈을 이은 두 스님은 경허 선사의 제자다. 후에 한암 스님은 50세부터 오대산에 들어가 76세로 입적할 때까지 한번도 산에서 나오지 않았다. 조계종 초대종정으로 추대되었을 때도, 6・25때 퇴각하는 국군이 상원사를 불태우려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란의 화염 속에 의연히 법당을 지킨 한암 스님. 통일, 그 다음을 준비하며 남과 북의 불교가 함께 되새겨야 할 모습이다.
사진 협조.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북한의 전통사찰』(전 10권) 구입 문의. 02-72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