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스님의 선담禪談] 좌선시간은나에게...

좌선시간은 나에게 평화로움을 선물하는 절호의 기회

2015-05-04     금강
 
 
 
 
“스님, 우리는 항상 무엇을 생각하거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때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무엇을 개념화하지 않은 채 어떻게 아무 생각도 추리도 하지 않고 그냥 순수의식으로 앉아있을 수 있습니까?”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어떤 것이건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특히 좌선을 해보지 않으면 그 상태를 알 수가 없습니다. 자신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그것이 생각입니다. 좌선을 하면 감정의 기복도 없고, 산란한 마음도 없고, 혼란스러움도 없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평정의 상태에 도달하여 마음이 평화롭고, 물결이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맑음’입니다. 그 상태에서도 여전히 생각들이 있지만, 맑음을 유지하면 그런 생각에 집착하지 않게 됩니다.”
 
 
| 내가 할 수 있다면 여러분도 할 수 있다
경전의 첫 구절은 언제나 보리수 아래에서 부처님과 제자들이 그 ‘맑음’ 속에서 움직이고 고요하게 앉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 천이백오십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이 식사하실 때가 되었으므로 가사를 입고 발우를 챙기어 사위성에 들어가 차례로 밥을 빌었다. 그리고 본래 자리로 돌아와 공양을 마치고 가사와 발우를 거둔 뒤 발을 씻고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과연 부처님이 보리수 나무 아래 앉아계시듯 현대인들도 ‘맑음’으로 앉아 있을 수 있을 것인가. 현대인들은 바쁜 스케줄에 잠시라도 짬을 낼 수가 없다. 일과도 바쁘고,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관계도 많다. TV, SNS, 라디오, 신문 등 우리의 눈길과 생각을 붙잡아두는 도구들이 끊임없이 유혹한다. 따라서 좌복에 차분하게 앉아있을 시간이 별로 없다. 
 
귀하게 마음을 내어 8일 동안의 참선 집중수행을 마친 이들도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면 걱정부터 앞선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하루 30분이나 1시간의 시간을 내어 좌선을 해야 공부가 유지되고 자신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권한다. 하지만 나중에 점검해보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포기하고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많다.
 
굳이 좌복에 앉을 필요도 없고, 30분이나 1시간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3분, 5분 앉아도 된다. 책상 앞에서, 승용차, 버스 혹은 기차 안에서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면 된다. 몸과 마음이 스스로 회복이 되도록 한다. 
 
나도 새벽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개인적인 10분의 짬도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생각이 날 때마다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맑음’에 두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번거로운 일들도 오고가도록 내버려둔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누구나 어렵지 않게 그렇게 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다면 여러분도 할 수 있다.
 
 
| 나를 평화롭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해주는 시간
선의 지침서인 『육조단경』에서는 밖으로 어지러운 마음을 쉬는 것을 좌座라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평화롭고 맑은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선禪이라고 말하고 있다. 
 
송나라 때의 종색 선사도 좌선을 하기 위해서는 밖의 잡다한 인연과 번거로운 일들을 쉬라고 가르쳤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고, 고요하게 앉아있거나 움직여 어떤 일을 할 때 차이가 없게 하라고 권하고 있다. 
 
앉아서 좌선하는 것을 꼭 해야만 하는 어떤 의무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나를 평화롭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해주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즐겨야 한다. 매일 하는 수행이 즐길 만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졸리거나 긴장하지 않게 된다. 일을 즐기는 마음으로 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좌선의 시간을 하루 중에 걱정이 없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일체를 놓아버릴 수 있는 다시없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다. 
 
적절한 자세는 좌선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다. 두터운 좌복을 깔고 반가부좌를 하고 앉는다. 반가부좌는 움직임이 많은 오른쪽 다리를 아래로, 움직임이 적은 왼쪽다리를 위에 올려놓는다. 허리는 청량골이라는 아래에서 다섯 번째의 척추를 바로 편다. 자세에서 허리를 펴는 것이 핵심이다.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맞아 몸이 조화롭고, 호흡이 깊어지고, 머리가 산란함이 없이 맑아진다. 눈은 뜨고 손은 두 손을 단전 앞에 둥글게 모으는 선정인을 한다. 그리고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스캔을 하듯이 차례로 긴장을 풀고 이완시킨다. 자세가 바른지 확인하고는 몸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어떤 이들은 앉자마자 졸음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쁘게 움직이다가 잠시 긴장을 풀고 자리에 앉으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때는 허리를 곧게 펴고, 눈을 활짝 뜨고 정면을 응시하여 눈물이 나오도록 하고, 들이마시는 호흡은 깊게 하고, 내쉬는 호흡은 길게 해야 졸음과 혼침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수행의 초기단계에서는 수식관(數息觀, 호흡 헤아리기)을 하여 마음을 집중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 수식관의 방법은 일상의 마음을 어디로 빼앗기고, 향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잘 알게 해준다. 어느 상태가 무기(無記, 멍한 상태)인지, 어느 상태가 번뇌(煩惱, 욕심, 성냄, 고집, 기억, 추측, 상상)인지를 잘 구분하게 하고, 그러한 무기와 번뇌를 뛰어넘어 집중된 마음의 힘을 갖게 해준다.
 
 
| 깊은 산집 저 고요에 머무름이여
좌선할 때 몸도 불편하고 마음의 집중도 잘 안 된다고 미루거나 포기하면 안 된다. 그럴 때마다 쉬지 않고 계속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배드민턴을 할 적에는 공을 줍느라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연습을 하고 흥미를 갖고 끈질기게 하다보면 어느 시점에 그것이 자연스럽고 즐길 만한 것이 된다. 좌선수행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스스로에게 암시를 주어야 한다. 좌선은 즐겁고 좋은 시간이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하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좌선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다. 
 
모든 근심을 내려놓고 깨달음의 노래를 지은 영가현각 스님은 도인의 풍모를 이렇게 노래했다. 
 
깊은 산집 저 고요에 머무름이여
높은 산 그윽하여 낙락장송 아래네
넉넉한 마음으로 풀집에 앉아 있나니
고요하고 편안하고 맑고 차갑네
入深山住蘭若  입심산주란야
岑崟幽邃長松下  잠음유수장송하
優遊靜坐野僧家  우유정좌야승가
闃寂安居實蕭灑  격적안거실소쇄
 
어느 총림의 방장스님은 해제법어에서 서산대사의 말을 빌어 걸망을 지고 마을에 내려가는 스님들에게 조심스러운 당부를 하였다.
 
하진이라는 보석도 
땅에 떨어지면 티끌과 섞이고
천년학도 집을 나서면 
들짐승의 침노를 받는다
오랜 수행자라도 세간에 들어가 
섭화중생하려면
산문밖에 나설 때부터 
깊은 강물 위 살얼음 밟아가듯
조심조심 살피며 하고픈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엄동설한을 이기고 대장부의 수행정진을 한 스님들도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러운 법인데 세상 속에 섞여 사는 사람들은 그 공부를 어떻게 지어가야 할 것인가. 작은 지혜라도 실천하고, 잠시의 짬이라도 내어 고요히 앉아 평화로움을 자신에게 선물하여야 한다. 
 
 
금강 스님
미황사 주지. 조계종 교육아사리. 서옹 스님을 모시고 ‘참사람 결사운동’, 무차선회를 진행하였고, 고우 스님을 모시고 한국문화연수원의 간화선 입문과 심화과정을 진행하였다. 홍천 무문관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참선집중수행 ‘참사람의 향기’를 80회 넘게 진행하며 일반인들과 학인스님들의 참선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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