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인을 안아 주는 넉넉한 품

2014-02-08     불광출판사
다문화인을 안아 주는 넉넉한 품




「불광」을 무료로 받아보는 복지시설들이 있다. 이들의 구독료는 후원자들의 정성으로 충당된다. 복지시설에 비치된「불광」을 이용자들이 틈틈이 읽는 곳도 있고, 직원이나 봉사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부천이주민지원센터에서 오랫동안 봉사해온 박명자 씨는 후자다. 그에겐 종교가 없지만 「불광」은 삶의 진리를 곳곳에서 발견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고마운 잡지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주민들 곁에서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자신의 열정과 지혜를 나누는 박명자 씨에게서 불광佛光의 향기가 배어나왔다. 가을 들녘처럼 넉넉한.


그림1 

부천이주민지원센터 박명자 봉사자

: 부천이주민지원센터가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으로
출발했던 1990년대부터 봉사자로 활동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청소도 하고 허드렛일도 합니다.(웃음) 얘네들(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민여성)이 고향을 떠나 사니까 정서적으로 끌어안아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그런 역할을 맡으려고 해요.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도 있고…. 이주민들은 참 착하고 순진무구한데 세상은 착한 것만으론 안 되잖아요. 덥고 릴랙스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많다보니까 “어딜가든 6개월은 나 죽었다 하고 열심히 일하면서 스스로에게 충실히 하는 법을 배워라” 하고 이야기하죠. 제가 객지생활(해외 거주)을 오래해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임무지만, 아직 젊은 친구들이 가치관을 만들어가도록 자극이 되는 말들을 던지는 것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친구들이 있는데 제 성격에는 좀 어색하긴 해도 ‘못 받아줄 건 뭐 있나’ 하면서 그 역할을 해주려고 하지요.

: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초기단계인데요,
그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나는 한국인이 아니라 세계인이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다문화에 관한 국가적인 정책이 제대로 나오질 않아서 혼란스러운 시기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죠. 저는 한국사람들과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데 다른 문화를 오래 경험한 탓도 있을 거예요. 제가 본 한국사람들은 스스로 고민해 보지 않고 매체의 말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그만큼 매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도 되겠지요. 다문화 정책을 잘 정립하고 매체에서도 올바르게 전달해야 합니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 이주민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많으시죠?
한국어를 배워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행복하죠. 스피치 콘테스트에 나가고 싶다는 친구들을 가르칠 때,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먼저 심어주려고 해요. 남 앞에 서는 경험, 콘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은 ‘추억 만들기’예요. 어느 정도만 리드해 주면 스스로 알아서 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죠. 또 결혼이주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 사람이 달라지는 걸 보게 돼요. 86세의 치매 시어머니와 아픈 남편, 전처의 딸 둘과 어린 아들을 돌보며 살던 베트남 여성이 있었는데 처음엔 자폐증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 없었어요. 한국어를 배우고 나니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하더군요. 하루는 팔에 멍이 많아 이유를 물었는데 치매 시어머니를 봉양하면서 매일 꼬집히고 맞아서 그렇다는 거예요. “할머니 얼마나 사시겠어. 그 병은 시어머니가 고른 것이 아냐. 그리고 너도, 나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단다.”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 뒤로 꿋꿋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한 필리핀 여성은 사춘기의 큰 딸이 걷잡을 수없이 반항을 하는 게 힘들어서 우울증에 걸렸었는데 지금은 아주 밝아졌어요. 말할 상대가 없어 너무 힘들었다고 해요. 접시가 흔들리면 바닥에 떨어져 깨지기 전에 잡아야 하듯이, 늦기 전에 딸에게 사랑을 많이 표현하라고 가르쳐 주었어요. 학교 다녀온 딸에게 하트그림을 준비해 애정표현도 하고, 이젠 가족에게나 센터 사람들에게나 예쁜 웃음을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었어요. 이런 게 큰 보람이죠.

: 「불광」을 빼놓지 않고 읽으신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불자는 아니지만 불교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아요. 다른 종교는 ‘명령법’인데 반해 부처님은 “나의 말도 분석해보고 진리가 아니면 버려라” 하시잖아요.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불교를 권하곤 해요. 그럴 때 좋은 것이 「불광」이에요. “좋은 책이 매달 오네. 보다 보니까 빠져 들더라. 너희들도 읽어 봐.” 마트서점코너에 가면 많은 책들이 있지만 공해고 종이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찔해집니다. 「불광」은 참 잘 만든 잡지예요. 사이즈가 다른 불교 책들과 달리 크지도 작지도 않고 적당해요. 앞쪽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사찰 탐방기가 있고 그곳에서 경험한 내면의 변화를 담고 있어서 좋아요. 개인적으로 관심 갖는 코너는 불화 기행인데, 문외한으로서 불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아요. 월호 스님의 재치 있는 글과 미소 가득한 얼굴은 볼 때마다 웃음을 짓게 하고, 명법 스님의 글도 훌륭합니다. 장인이나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코너, 신간 안내도 눈여겨보고 있어요. 전체적으로 잘 만든 책이에요.

: 「불광」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고 하죠. 참으로 맞는 말이에요. 작은 알갱이 하나에 우주가 들어 있다…. 「불광」을 좋아하는 것도 그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랄까요. 우리만 읽기 아까운 잡지예요. 좀더 대중적인 교양지로 퍼뜨려서 종교가 사회에 진실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 기독교 신자에게도 한 가지 영양분만 섭취하면 안 된다고 「불광」을 읽게 했어요. 우리는 한국인에서 세계인으로, 「불광」은 불교잡지에서 대중교양지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