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화] 적상산 안국사 제석탱
한국의 불화-적상산 안국사 제석탱 ㅡ 赤裳山 安國寺 帝釋撑ㅡ
조선영조 34년(1758년),129X97,5cm, 호암미술관소장
전북무주군 적상면 적상산 안국사에 현봉되었던 제석그림<帝釋畵>이다. 불교가 토속신앙을 흡수, 재래의 신(神)들에게 불법을 지키고 보호하는 호법선신(護法善神)으로서의 기능을 부여하였다. 우리나라에 신중(神衆)신앙이 언제부터 전래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신라 때 4천왕사터의 4천왕상을 비롯, 8부신중, 금강역사, 범천, 제석천 등의 조각상이 많이 전해오고있어 꽤 일찍부터 수용되어 왔음을 짐작케 한다.
불교가 토속신앙을 수용한 것은 토속신에 대한 불교적 신앙형태를 갖는 것이 되므로 불교의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밀교의 전파와 더불어 신중신앙이 성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제석신앙은 제석천(帝釋天)을 모든 하늘, 모든 신들을 통솔하는 제왕 왕중의 왕으로 숭앙하였으므로 역대 왕실에서 나라를 지키고 왕권을 굳건하게 보전하기 위하여 궁궐 안팎으로 제석원(帝釋院)을 설치, 제석원을 크게 떠받들었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안국사 제석그림은 중앙에 보살의 모습을 한 제석천을 크게 묘사하였고 대좌 앞 좌우보처에 여섯 대왕이 합장한 체 협시하였다. 제석의 뒤쪽 좌우에는 비파, 피리, 생황, 대금, 해금등의 악기로 장엄한 가락을 뽑아내는 주악천인(奏樂天人)들이 등장하였고, 화면 윗쪽에는 오색영롱한 상서로운 구름이 피어 오른다.
짜임새 있는 구도와 깊이 있게 표현된 원근감, 빨강, 초록, 군청색을 주로 썼으나 조선후기 불화답지 않게 은근하고 중후한 느낌을 준다. 등장인물들의 개성 있는 표현, 세련된 필선등 원숙한 경지에 이른 화사(畵師)가 남긴 역작의 한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