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종개

최기철 칼럼/민물고기의 위상(3)

2009-10-07     관리자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를 흐르는 자그마한 개울이 있다. 
 5만분의 1이나 2만 5천분의 1지도를 보면 백천(白川)이라고 나와 있다. 상서면 청림리에서 출발해서 변산면 서운암(西雲岩)까지 남하, 지형 따라 중계리, 석문동을 서북진한 뒤에 다시 북으로 흘러가서 하서면 해창에서 황해로 흘러간다.
 
1982년 10월부터 1983년 10월에 이르기까지 매월 한 번씩 이 개울에서 민물고기를 채집하는 한 청년이 나타났다. 그는 이 개울에 21종의 민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그 중 10종은 민물에서만 살 수 있는 순수 담수어였지만 나머지 11종은 바다를 드나드는 종이었다. 그는 순수 담수어중에 참종개가 있는 것을 알았다. 그 청년은 백 천에서 채집된 참종개를 처음 본 순간, 신종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이 종이 어떤 곳에 살고 있는가를 면밀히 조사했다.
최상류에서 최하류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살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채집된 표본 전부에 대하여 몸의 길이도 세밀하게 측정을 했다. 등뼈의 수도 조사 대상이었다. 그는 이 문제의 참종개의 암컷과 수컷의 비가 어떻게 나는가도 살폈고 그것들이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지도 조사했다.

 이 청년의 꿈은 달성될는지, 예감이 적중될는지, 젊은이는 푸른 꿈을 쫒는 존재라고 보고 싶다. 
 

부안댐유역 하천현황도/김환기 원도
 그 청년은 전북대학교 김익수 박사의 지도를 받아 마침내 백 천에서 산출되는 참종개를 신종으로 발표했다. 1987년, 한국동물분류학회지 3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신아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이 바로 그것이다. 새로 발표된 이 종은 표준어로 부안종개라고 부르기로 했고. 학명(만국 공통의 학술상의 이름) 을 Cobitis Koreensis Pumilus Kim et Lee로 했다. 부안에서 나오는 종개이므로 부안종개 라고 했고 학명의 Cobitis Koreensis는 참종개의 속명과 종명을 그대로 옮긴 것이며 아종명Pumilus 는 소형이라는 뜻이고 Kim et Lee는 이 새 아종의 이름을 제정한 두 사람이다.

 Kim은 김익수 교수, Lee는 최근에 복 연구로 이학박사의 학위를 획득한 이완옥(李完玉)박사이다.
 노령산맥의 북쪽, 황해로 흐르는 각하천에 분포하는 참종개에 비하면 누가 보든지 몇가지 형질이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몸의 길이가 참종개의 경우는 10cm를 넘는 개체들을 흔히 볼수 있지만 부안종개에서는 9cm이상은 발견되지 않는다.

 참종개에서는 몸의 양측 등쪽에 구름 모양의 무늬가 있고 가로 무늬는 등쪽에 11~18개, 배쪽에 10~17개가 배열되지만 부안종개는 구름 모양의 무늬가 없고 양측의 가로무늬도 적어서 등쪽에 7~13개, 배쪽에 6~11개가 있을 뿐이다. 가로 무늬의 모양도 참종개에서와 같이 삼각형이 아니다. 등뼈의 수도 참종개의 그것에 비하면 적다.

 부안종개는 바닥에 모래, 자갈, 바위가 깔린 곳에서 산다. 몸의 길이가 4cm미만의 어린 개체들은 주로 바닥이 모래이고 유속이 빠르지 않은 여울에서 살지만 5㎝ 이상의 큰 개체들은 자갈이 깔린 곳에서 산다.

부안종개 사진제공 · 한국민물고기 보존협회
 알을 많이 낳는 계절은 참종개의 경우는 6월이지만 부안종개는 5월이다. 포란수는 142~878개로 참종개에 비하여 적지만 알은 지름이 1.2~1.5mm로 오히려 크다.

 부안종개는 현재까지 백천 이외의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한국 특산종이다.
 우리는 오늘을 살면서 흔히 예를 그려본다. 몇천 년, 몇만 년은 말할 것도 없고 때로는 몇10억 년 전에 있었던 일에까지 상상의 날개를 펴본다.

 백천이 언제부터 독립 하천으로 존재하게 되었을까 ?
 지질학자들은 최근 100만 년 동안 에 빙하기가 적어도 네 번 있었다고 증거를 들어 말한다. 빙하기에는 엄청난 물이 얼음이나 눈으로 육지를 덮게 되어 바다는 수면이 그만큼 낮아지고 후퇴한다. 이에 따라 황해와 대한 해협은 자취를 감추고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과 이어져서 하나의 대륙이 었다고 한다. 그대신 간빙하기에는 눈과 얼음이 녹아 바다의 수면이 높아져서 황해와 대한 해협이 오늘날 보는 것처럼 다시 나타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후의 해진(海進)은 언제 있었는가 지질학자나 지형학자들은 그것을 1만 2~3천 년 전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오늘을 기준으로 한다면 백천이 완전히 독립 하천으로 남게 된것은 그때부터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백천은 다른 하천들과 이어졌을 것이다.

 부안종개의 탄생 시기도 추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백천이 독립된 뒤에 부안종개가 탄생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1만 년을 크게 넘지는 못한다. 피라미나 붕어등, 우리 나라와 중국, 또는 일본과의 공통종들의 대부분이 2~3천만 년 전에 탄생한 것들인데 비하면 지질사적으로는 최근에 탄생된 종이다. 우리 나라에서 살고 있는 신생종 중에서도 1월호에 소개했던 가는돌고기와 함께 가장 새롭게 태어난 종이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부안종개는 백천에서만 유전자 교환을 하면서 살아온 새치이다.

 필자도 1987년 5월 3일에 부안군 상서면 청림리를 흐르는 백천 상류에서 부안종개가 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32개체를 관찰한 결과 몸의 길이가 가장 짧은 것이 4.5cm, 긴 것은 8.7cm다. 같은 곳에서 버들치, 갈겨니, 긴몰개, 미꾸라지, 미유기 등도 볼수 있었으나 부안종개가 수적으로 단연 우세했다. 이완옥 박사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의 조사 결과도 보았으나 백천에서 부안종개가 우점종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일치되었다.

 백천에서 부안종개가 더불어 살고 있는 순수 담수어는 10종이다. 그 중에서 개체수가 많은 7종을 들면 갈겨니, 돌고기, 버들치, 피라미, 긴몰개, 미유기, 눈동자개의 순이 된다. 모두 1급수나 2급수가 흐르는 깨끗한 물에 서 사는 것들이다.

 백천에서 그들 11종이 안심하고 살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백천에도 둑을 막아 저수지를 만든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그렇게 되면 부안종개는 어떤 운명에 놓이게 될는지,걱정이 앞선다.

부기  김익수 교수와 이완옥 박사가 1993년에 계절별로 백천의 7개 지점에서 조사한 기록이 들어왔다. 백천의 어류상이 피라미, 긴몰개, 갈겨니, 돌고기, 부안종개, 버들치의 순으로 바뀌어졌다고 한다. 모래와 자갈 채취가 이런 결과를 낳게 한 주원인이라고 김박사는 말한다. 같은 대학의 김환기 교수가 그린 백천 지도까지 입수되었다. 부안종개는 장차 어디에 가서 살란 말인가? 그들의 운명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백천에서의 모래와 자갈 채취를 엄금하고 둑(댐)을 지류로 돌리는 것이 백천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