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담바라 이야기...
2000-12-18 관리자
[우담바라 이야기]
우담바라는 불자라면 누구나 아시다시피 삼 천 년에 한 번 핀다는 전설 상의 꽃입니다. 깨달음을 상징한다고도 하지요.
이번 서울 근교 어느 사찰에서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부처님 우담바라되어 나타나셨네"라는 현수막도 붙이고, 이 사찰은 법당에 핀 우담바라를 보러 오시는 신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것이 '풀잠자리 알'이라는 생물학 학자의 반론이 제기되었지만, 어쨌든 얼마 전엔 총무원장 스님도 참가하신 '우담바라 백일 기념 법회'까지 열렸다고 합니다...
부처님이 수보리에게 반야바라밀을 설하실 때, 제석천을 비롯한 여러 천신들도 부처님의 설법에 깊은 환희심을 일으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답례로 꽃비를 부처님 계신 곳에 뿌려 드립니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꽃비를 맞은 수보리는, 이 꽃비가 나무에 핀 일상적인 꽃이 아니라 <마음에 핀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제석천이 그것은 나무에 핀 꽃도 마음에 핀 꽃도 아니라고 하자, 수보리는 <어찌 피지 않는 것을 꽃이라 이름하겠는가>하며, 모든 존재의 실상은 공(空)이며 모든 이름은 인연의 화합물에 잠시 갖다 붙인 것에 지나지 않음을 말씀합니다.
제석천이 뿌린 꽃비에 수보리의 마음에도 같이 꽃이 핀 것입니다.
땅이나 나무에 피지 않고, 우리 중생의 마음에 피는 꽃. 부처님 법을 듣고, 부처님 가르침에 환희할 때 피는 꽃... 그 꽃은 어떤 꽃일까요? 저는 그 꽃이야말로 삼 천 년만에 한 번 핀다는, '우담바라'라고 생각합니다.
우담바라는 우리가 알 듯이 이 땅에 형상으로 나타나는 꽃이 아닐 것입니다. 오로지 보리심을 내고 깊은 수행을 한 끝에 피어나는 꽃, 즉 '깨달음'과 함께 피는 꽃이 바로 우담바라일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담바라가 핀 적은 지금까지 한 번 밖에 없습니다. 삼 천 년 전 부처님이 성도하실 때, 비로소 우담바라는 환한 미소와 함께 그 모습을 들어 냈을 것입니다. 그러니 삼천 년만에 한 번 피는 꽃이요, 깨달음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것일테지요...
그러나 우담바라는 꼭 부처님이 성도하시지 않아도, 부처님이 형상으로 이 땅에 오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어 나는 꽃입니다. 바로 한 중생이라도 보리심을 내고 부처님 법을 따르는 마음을 낼 때면, 우담바라는 언제나 이 땅에 피어 나는 것입니다.
그것은 수보리에 이어 부처님의 말씀에도 나오듯, '모든 존재는 공이고 실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 마음을 밝힐 보리심을 내지 못하고, 부처님 말씀대로 수행할 마음을 우리가 내지 못하는 한, 온 세상이 우담바라로 덮힌다 해도 그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오직 어둠만 더 하고 업장만 커질 뿐 아니겠습니까?
우담바라가 피었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어느 스님께서 터뜨리신 사자후가 생각납니다.
"법당의 우담바라를 떼어내야 불교가 산다!"
그 말씀대로, 우리 모두 '무명의 우담바라'를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떼어 내 버립시다!
그리하여 우담바라가 피든 말든 부처님이 오시든 말든, 오로지 부처님 말씀에 살고 부처님 말씀에 죽으리라, 하는 그 마음, 그 서원을 부처님 전에 맹세할 때, 진정 전설의 우담바라는 현실로 중생의 마음 곳곳에 생생히 피어 날 것입니다...
이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