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심술궂은 코끼리와 물새

연꽃마을동화

2007-12-25     광덕 스님

  1 물새가 알을 낳다

 옛날에 예쁜 물새 한 마리가 높은 산밑 물 가에 살고 있었습니다. 때는 마침 화창한 봄날인데 물새는 즐겁게 개울을 오르내리면서 사냥을 하였습니다. 봄이 깊어지며 여름이 다가오자 물새는 한 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그 곳은 가끔 코끼리가 지나는 길 가였습니다. 어미 물새의 정성들인 날이 지나가니 어느 날 알이 깨어지고 아기 물새가 태어났습니다. 아기 물새는 아직 깃이 나지 않고 날을 수가 없습니다. 아기 물새는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하루하루 커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코끼리의 행렬이 밀어 닥쳤습니다. 물새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러다가 우리 아기를 다칠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고 궁리하다가 마침내 코끼리 왕에게 가서 부탁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코끼리 행렬 앞에는 가장 위엄있어 보이는 코끼리 한마리가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 이 코끼리가 코끼리 왕이로구나.」

 물새는 곧 알아차리고, 고운날개를 폈다가 오므리고 정중히 코끼리 왕에게 절을 하면서,

『대왕님, 세상에서 가장 덕이 높으신 코끼리 대왕님께 문안 드립니다. 간절히 청을 드리오니 바라옵건대, 우리 아기를 다치지 않도록 잘 보호하여 주십시오.』라고 간곡히 청을 하였습니다.

 코끼리 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물새여, 걱정 마시오. 나는 당신의 아기를 지켜드릴 것이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우리 일행의 맨 뒤에 따로 떨어져서 혼자 오는 코끼리입니다. 그 코끼리는 내 말을 듣지 않으니 따로 청을 드려 보시오.

 정말로 그 많은 코끼리 행렬은 점잖게 지나갔으므로 물새아기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물새는 다음에 혼자 걷는 코끼리 앞에 나아가서 역시 정중한 인사를 드리고 청을 하였습니다.

『혼자 거니시는 큰 코끼리님, 숲 속에서 떨치시는 크신 위력을 존경합니다. 바라옵건대 저의 어린 아기를 보호해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외톨이 코끼리는 대답하기를,

『물새여, 그런 말을 마라. 나는 닥치는 대로 밟고 지나간다. 너희들이 몇 천 마리라도 나는 밟고 갈 것이다.·』고 심술 궂게 말하였습니다. 이윽고 코끼리는 사정없이 물새 둥지를 밟고 그 위에 오줌을 싸고 지나갔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물새아기는 가엽게도 죽고 말았습니다.

  2 물새의 지혜

 물새는 슬펐습니다. 그리고 분한 생각이 났습니다.

『잘 들어 두어라. 네가 흥청대고 소리 지르며 지나가는 것도 지금 뿐이다. 며칠 후 다시보자. 네 힘이 센가, 내 지혜가 센가 비교해 볼 것이다.』

 두 번, 세 번 이렇게 분을 터뜨렸습니다. 네가 귀여운 우리 아기를 죽였으니 나는 너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거듭 맹세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미 물새는 그때부터 까마귀집 종이 되었습니다. 까마귀에게 정성들여 온갖 시중을 드렸습니다. 이삼 일이 지나자 까마귀는 고마워하면서 물새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에게 무엇을 해드리면 좋을까요?』

『어른신네께 제가 청할 것은 딱 하나 있습니다. 죄송스럽지만 저기 혼자 다니는 코끼리의 눈을 어르신네의 부리로 콱콱 찍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하고 부탁하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파리에게 찾아 갔습니다. 그 파리는 등이 파랗고 몸이 뚱뚱했습니다. 청파리를 삼 일간이나 시중을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또 물었습니다.

『당신에게 무엇을 해드릴까요?』

『어려우시지만 저 외톨이 코끼리 눈에 어르신네 알을 낳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개구리에게 가서 시중을 들었습니다. 개구리도 물었습니다.

『저 외톨이 코끼리가 눈이 멀게 되면 물을 찾으러 다닐 것입니다. 그 때에 어르신네께서 산위에서 울어주시면 코끼리가 산으로 올라갈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절벽 아래에서 울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소원입니다.』

 물새는 개구리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그거 어럽지 않지.』
 이렇게 해서 일이 잘 되어갔습니다.

  3 코끼리가 지다

 날이 지나갔습니다. 하루는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는 코끼리에게 까마귀가 달려들어 두 눈을 부리로 찍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청파리가 가서 그 자리에 알을 낳았습니다. 코끼리는 눈이 상하고 거기에 구더기가 생겨 자꾸 파먹어서 아파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두 눈이 멀었습니다. 눈이 먼 코끼리는 몹시도 목이 말랐습니다. 사방으로 물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랬더니 마침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겠습니까. 코끼리는, 「옳지, 개구리 있는 곳에 물이 있겠지.」하고 그리로 따라 갔습니다. 그 곳은 바로 산꼭대기였던 것입니다. 코끼리가 산으로 올라가보니 개구리는 그 아래에서 『개굴 개굴 개구울』 울고 있었습니다.

 

「아, 저기 물이 있구나」생각하고 그리로 내려 갔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절벽이었습니다. 코끼리는 마침내 굴러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어미 물새는 외톨이 코끼리가 죽은 것을 보고,

『그것 봐라. 네가 불쌍하게 우리 아기를 죽였으니 너도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고 죽은 코끼리 위를 빙빙 돌며 날아 다녔습니다.

 물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기도 죽었다. 미운 코끼리도 죽었다.』

 생각하니 더욱 눈물이 흘렀습니다. 역시 나쁜 짓 하지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원망해서도 않되는 것이었습니다. 물새는 슬퍼서 먼 물가로 이사 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