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가 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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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가 주는 뜻
  • 관리자
  • 승인 2007.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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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공간이 창망(蒼茫)하기만 합니다.
영원한 시간이 유구(悠久)하기만 합니다.
이 창망한 공간과 유구한 시간 속에 하나의 티끌 같은 인간이 아니겠습니까?
큰 눈으로 볼 때 년초(年初)는 어디에 있으며 세모는 어디에 있겠습니까? 모두가 인간들이 만들어낸 혹업(惑業)의 소치나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인 것이 분명한 것을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해마다 세모를 당할 때면 언제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생이란 지금 내가 딛고 있는 공간과 지금 내가 포착 하고 있는 이 시간을 어떻게 값있게 살려 최대한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 인생의 비중이 결정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바 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지점은 널리 시방(十方)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며 지금 내가 쉬는 숨결은 멀리 삼세(三世)와 통해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어느 때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세모를 당하게 되면 현실에 성실한 생활을 했느냐 하지 못했느냐 하는 생각이 가슴 속에서 물결치고 또한 앞으로는 오직 현실이라는 이것을 놓치지 않고 전심전력으로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스스로 다짐해 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석가모니의 성불도 납월 八일의 새벽이라는 그 짧은 현실이 결정 지은 것이며 서산 스님의 오도도 낮닭 울음의 순간이 끝낸 것이라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백억광년(百億光年)의 아득한 공간도 이제 떼어 놓는 한 발자욱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항하사겁(恒河沙劫)의 머나먼 시간도 일초 일분의 현재라는 이 시점이 쌓이고 모인 것이 아니겠습니까?
가까운 인(因)은 먼 인(因)의 과(果)가 되고 먼 인(因)은 그보다 더 멀고 먼 인(因)의 과(果)가 되는 것입니다. 흰 눈 한송이는 공중에서 떨어지고, 공중이란 우주의 어느 한 쪽이며, 눈은 수증기가 일어서 뭉쳐진 것이오, 수증기는 지구에 있는 수분에서 생겨진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눈 한송이 떨어지는 것이라던지 단풍잎 하나가 바람에 날리는 것이 어찌 하나인들 우연이 있을 수 있으며 무질서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여기에는 우주 창조의 엄연한 인과와 연쇄적 관계가 털끝만큼의 이탈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법칙이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쉽게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달관된 눈으로 볼 때 봄을 기뻐할 까닭도 없는 것이며 겨울을 슬퍼할 까닭도 없는 것입니다. 떨어지는 나뭇잎 쓰러지는 풀 한 포기라도 모두가 제가 해야 될 직분을 완전히 마치고 조용히 열반의 안식에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거기에 어찌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있을 수 있으며 선악 감정이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일체 사물의 진상을 바로 보는 그것이 곧 현실을 바로 보는 것이라 생각 합니다. 현실을 바로 보는 인간이라면 곧 부처와 가까울 수 있는 인간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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