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은 경기도 양주(楊洲)다. 우리집에서 약 시오리쯤 떨어진 천마산(天摩山) 기슭에 견성암(見性庵)이 있어 국민학교 시절에 할머님을 따라 가끔 그절에 다녔다. 서울에 와서 중․고등학교(당시 고등 보통학교)를 다닐 때는 일가 아저씨를 따라 예배당에도 다녔으나 두곳 모두 교리도 몰랐고 흥미삼아 다녔었다. 학창생활을 다 마치고 사회에 나와서는 지기문우(知己文友)인 장장로(張長老)를 따라서 산상기도(山上祈禱)까지도 다녀 보았다. 이때 나의 나이는 三○미만이었다. 그後 四○대에 닥아서니 종교란 무엇인가? 하고 스스로 종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종교의 분포상황이 유교 불교 기독교의 順이었다. 그 외에도 천도교등이 있었으나 큰 수는 못되었다.
이 세 큰 종교가 나 나름대로 수긍은 가나 이해나 믿음은 못 가져왔다. 이럴 때 張長老는 기독교를 믿으라고 권하였다. 나는 그에게 그러면 내가 묻는 말에 납득이 가도록 말하여 주면 믿겠노라 하였더니 결국 그는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물론 나의 이해력이나 신심이 없는 까닭이라고는 여기면서도 다른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생각하기를 공자나 석가모니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분들 나름대로 그분들 자신을 믿고 주장대로 교화하셨으며 그 자체가 敎의 창조가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나도 나를 믿으면 될 것이 아니냐는 명제가 떠올랐다. 그때가 서기 一九五四年 경이었다. 그 무렵 이웃에 살고 같은 직장에 있던 할연(轄然)거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듣더니 그러냐고 말하고 며칠 후 나를 데리고 시내에 있는 모(某)절에 가서 점심을 같이 하였다. 그 자리에는 대은(大隱)스님과 숭산(崇山)스님이 동석하였다. 점심을 마친 네사람이 절 뒷산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轄然거사님이 나에게 지난번에 한 내용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하라기에 나는 서슴치 않고 늘어 놓았다.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大隱스님께서는 주먹으로 나의 어깨를 후려치며「됐다 됐다」하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부처님께 복달라고 하기 전에 내가 나를 믿어야지 바로 이것이 불교이니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崇山스님도 거들며 크게 찬성하시고 轄然거사님은 아무말도 없이 빙그레 웃기만 했다.
나는 의아하면서도 속으로 그래 불교는 내가 나를 믿는것이라 되새기며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동시에 전에 내가 알고 있던 불교의 관념은 머리 속에서 싹 씻고 새로이 내가 나를 믿는 것이 불교다라고 마음 속에 심었다.
그 때부터 진실로 불교를 믿기 위하여 崇山스님의 법문도 많이 듣고 모르는 것이 있거나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轄然거사님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밤에 숲속 어둠을 해치고 화계사(華溪寺)로 崇山스님을 찾아서 곤히 주무시는 분을 깨워가며 묻기도 하였다.
一九五七年 초여름에는 달마회를 모아 미타사(彌陀寺)에서 崇山스님을 지도법사로 모시고 禪法門을 들었다. 달마회 법문에는 우리나라 고승 대덕스님들을 모셔왔다. 그 가운데에도 여러 차례 모신 스님은 대은(大隱)스님, 혜암(惠庵)스님, 전강(田岡)스님 청담(淸潭)스님, 광진(光眞)스님, 월산(月山)스님, 춘성(春城)스님, 운허(耘虛)스님, 경산(慶山)스님 무진장(無盡藏)스님 등이었고 그밖에도 불교 신자로 사회명사들을 모시기도 하였다.
이렇게 법회를 계속하고 회원 상호간 탁마도 하는 동안에 나 나름대로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그러다가 선지식(善知識)과 부딪치면 희열은 자취조차 도망가버리고 다시 느끼는 바 있으면서도 또 다시 벽에 부딪치고 하기를 近二○년을 지내온 셈이다. 나는 일어서서 나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보곤 한다.
참으로 내가 나를 믿기란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관문통과(關門通過)가 이렇게 힘든 것인가 하면서도 그런 과정에서나마 나 스스로를 채찍질 해주는 것은 禪방망이 밖에 없음을 절실히 느끼며 살아온다.
부처님 만나던 때
- 조병일
- 승인 197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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