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은 오시지 않았고 따라서 가신 바도 없다. 일찍이 그대로 계시고, 지금 것 그대로 계시고 영원히 그대로 계신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부처님의 오심을 기뻐하여야 할까? 서러워하여야 할까? 구원의 빛을 모르고 헤매던 사람들은 손뼉치고 노래부르고 춤출 것이고 오신 부처님은 가시는 부처님이시니 오고 가는 부처님밖에 못 보는 군생들은 역시 서러울 것이다. 하지만 오시지 않았고 가시지 않았고 영원한 땅, 부처님 땅을 우리함께 하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이면 부처님의 자비하시고, 지혜로우시고, 크나큰 원력 앞에 경건히 합장할 것이다. 허허 웃음이 나올 것이다. 소리 없는 미소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꽃피고 새 노래하는 4월, 산도 바다도 크게 너울 친다. 감격을 영원으로 잇자.
◇ 인간은 말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인간이 외출한 정의도, 조직도, 국가의 신성도 없다. 하지만 인간 개아의 자유는 인간 개아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인간 개아의 신성과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서 조직도, 단체도, 국가도, 없을 수 없다. 그 중에도 국가는 인간 권리의 최후의 보장 자며 개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중심 자다. 국가 없이 개인이 안전하기는 어렵고 국가 없이 세계도 성립하지 못한다. 개아와 인류는 국가를 통하여 안도와 번영을 얻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인격이 고결하고 아무리 지식이 탁월하고 아무리 사상이 고고하더라도 국가를 지키지 못하면 그는 망국이이요 세게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나라를 떠난 세계 시민은 세계의 방랑자며 평화의 부담 물이다. 망국 민족이 있는 한 세계는 평화로울 수 없다. 망국의 이유가 타국의 침략에 있던 자중지란(自中之亂)에 있던 세계의 분규와 균열을 가져온 장본인으로서의 책임은 면할 길 없다. 자기 조국을 지키지 못하는 자는 망국민족이요, 세계평화 교란자라는 낙인을 면할 길 없는 것이다. 망국과 망족을 두고 인류의 평화번영은 없다. 따라서 자기나라의 흥을 위하여 타국의 망국을 사양하지 않는다는 것은 필경 자기의 존재를 위태롭게 하는 석.
우리는 어떠한 명분으로든 민족의 분열과 국가의 혼란을 용납할 수 없다. 조국을 지키자. 이것이 나와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며,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며, 인류등락을 기하는 길이다.
세계는 하나의 꽃무더기. 인류는 한 몸. 민족은 한 피.
부처님 오신지 2599년 또다시 거룩한 날은 밝았다. 우리는 합장하고 이 땅 위에 단결을, 세계의 협력을, 인류의 우애를, 거듭 다짐하자!
◇ 우리 나라 사찰의 종을 범종(梵鐘)이라 한다. 그것은 마음을 밝히고 무한으로 통하여 영혼의 안식을 주는 신비로운 법구다. 그뿐만이 아니다. 번뇌를 부수고 지옥을 깨뜰고 지혜와 자비의 빛과 창조의 힘 가득 채운다.
이런 범종이 근년에 새로이 만들어지는 수가 굉장히 많다. 지난 수 백년동안 잠잠했던 범종이 이제 우리 세대의 신심으로 해서 다시 범종은 크게 울려오는 것이다.
천(千)관을 오르내리는 대종만 해도 여러 개가 있다. 특히 지난 4월 6일 진좌를 본 보문사 종은 1200관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산 범어사에 또 하나의 대종불사가 진행된다. 이름이 「범어사호국신종(梵漁寺護國神鐘)」 국가를 보호하는 신종이라는 뜻이다. 온 불자와 온 겨레의 염원을 싣고 범종은 천상천하(天上天下)를 끊임없이 울려 퍼질 것이다. 이 땅을 장엄하는 오늘의 범종은 가히 겨레의 애끊는 염원인 국가적 발원송이며 평화를 향한 인간 혼의 환성이다. 조국의 통일을, 민족의 번영을 세계의 평화를 손 모아 기원하자.
◇ 불광이 호를 거듭함에 따라 회우(會友)로부터 격려는 눈물겹다. 노 선사로부터 대덕, 석학, 직장인, 가정주부, 중고학생에 이르기까지 불광으로 하나가 된 불광 속 환히와 우정을 보내오고 있다. 감격, 고마움, 눈물이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일이 찾아가 합장 배례하고 싶다. 손을 잡고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런데도 아직 회답이 늦은 데가 있었다. 앞으로 어김없이 답장을 드릴 예정이다. <광 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