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무우수갤러리는 11월 19일부터 11월 29일까지 김연수, 채복기 가을 기획전 ‘인디언 썸머’전을 개최한다.
인디언 썸머(Indian Summer)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하는 이상 기상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직전 일주일 정도 따뜻한 날이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종종 서리가 내린 후에도 이런 현상이 생기기도 해 ‘절망 가운데에 뜻밖에 마주한 희망’, ‘겨울 앞에서 다시 한번 뜨거운 여름이 찾아와 주길 소망하는 사람에게 신이 선물한 짧은 기적’이라 비유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인 김연수 작가의 풍경화는 ‘흘러가다 문득 정지한 어느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자연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달리는 버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작가의 마음에 깊숙이 들어와 그대로 화폭에 실렸다.
깊숙이 스미면서도 가볍게 스치는 그림의 화법이 독특한데, 이는 한국에서 동양화를 공부하고 독일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화가가 터득한 ‘유화로 그린 수묵기법’이다. 그림의 흐릿한 윤곽과 추상표현 터치는 몽환적이면서 실제 공간이 뒤섞인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언뜻 추상미술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 양식을 떠올리게 한다.
무우수갤러리 양효주 학예실장은 “눈에 보이는 자연에 자신의 심상을 투영한 점은 서양의 신표현주의 미학이자 동양의 수묵 미학이기도 하다”며 “이처럼 동·서양 미학의 요체가 고루 심긴 것이 김연수 그림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채복기 작가의 그림은 조선 초기 꽃 그림으로 유명한 신사임당과 조선 후기의 민화의 조형 감각과 미의식을 계승하고 접목한 창작 민화이다. 이웃이나 인척간의 ‘정을 그리워하며’ 이 그리워하는 마음을 초충을 빌어 표현한 신사임당과 가족의 수복강녕을 ‘염원’하는 민화의 감성을 그림에 담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순도 높은 채색의 그림은 전체적으로 명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화훼, 초충, 인물의 모습은 친근하고 생동감 있다. 그림 속 주소재와 부소재가 조응하고 대조하면서 만들어 내는 다채롭고도 균제적인 앙상블을 보는 묘미도 일품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양효주 학예실장은 “쓸쓸한 찬 바람이 부는 계절, 지나간 여름의 열기와 아련한 추억, 그리고 사랑의 온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전시”라고 마음을 전했다.
김연수 작가는 성균관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공부한 뒤 독일 뮌헨시립조형예술대학에서 서양화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유화로 그리는 수묵기법에 대해 강의한다. 2016년도에 뮌헨시로부터 데뷔탄텐프라이스(Debütantenpreis) 수상을 하고 2017년 뮌헨시문화재단의 지원으로 개인전 <스쳐지나간’, Bürgerhaus Unterföhring>을 가졌다. 이 밖에 다수의 전시경력이 있으며 2007년에 나혜석 미술대전 최우수상, 2016년에 신한갤러리에서 주최한 영아티스페스타 공모전에 당선한 바 있다.
채복기 작가는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공부한 뒤 CAFA북경 중앙 미술학원(Central Academy Fine Art School)에서 최우수 학생상을 수상하며 중국화 석사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전시경력과 프로젝트 참여 경력이 있으며, 서울예술대학교 디자인 학부 드로잉 강사를 거쳐 현재 서영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한국화를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 동화책 <여우가 된 날>, 어린이 교양서 <루나의 동물교감 강의>, 만화 컬러링북 <행복의 정원>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