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분, 붓다의 위대한 삶과 가르침
저작·역자 | 이학종 | 정가 | 3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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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21-03-20 | 분야 | 불교 |
책정보 |
952쪽 | 신국판(152*225) 양장 ISBN 978-89-7479-896-3(03220) |
이학종
불교전문기자로 30년 동안 일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저서로 『산승의 향기』(운주사, 1998), 『선을 찾아서』(민음사, 2000), 『돌에 새긴 희망』(이끌리오, 2005), 『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오래된미래, 2006) 등이 있다. 『선을 찾아서』와 『돌에 새긴 희망』 등 두 권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추천도서’ 목록에 올랐다.
2010년에는 시(詩) 전문지 <유심>을 통해 등단했다. 2014년 ‘미붓아카데미’를 설립해 ‘21세기 불교를 철학하다’, ‘불교 안의 과학, 과학 안의 불교’ 등의 다양한 주제의 강좌를 열어 교계에 인문학 열풍을 선도했다. 2017년부터 충남 당진으로 귀촌해 농사와 글쓰기, 사념처수행에 전념하고 있다.
1 탄생에서 출가까지
2 고행의 길과 해탈의 길
3 법륜이 구르고 교단이 출현하다
4 고향 방문과 친족들의 출가
5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
6 위대한 여성 수행자들
7 연민과 참회
8 모든 것은 사라진다
저자 후기
주요 등장 인물
참고문헌
지금까지 국내에서 저술된 ‘붓다의 생애’ 중에 가장 방대한 분량
80세에 열반에 들기 직전 붓다는 가장 아끼는 제자 사리뿟따와 목갈라나의 열반을 지켜봐야 했다. 두 제자의 열반 소식에 “태어나서 존재를 이루고 합성되었기에 언젠가는 해체되어야만 하는 것이니 어떻게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표현했지만 경전 곳곳에는 두 제자를 먼저 보낸 붓다의 쓸쓸함과 허전함이 행적과 말들로 표현되어 있다.
사리뿟따와 목갈라나의 열반은 붓다 말년 가장 큰 사건 중에 하나다. 대부분의 붓다 전기에도 이 부분이 삽입되어 있다.
하지만 같은 해 붓다가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뜬 어머니를 대신해 양어머니가 되어 자신을 양육해주었으며, 여인의 출가를 관철시키고, 최초의 비구니가 된 고따미의 열반을 다룬 책들은 드물다. 또 같은 해 붓다의 속가 아들 라훌라 역시 열반에 든다. 이를 기술한 붓다의 전기는 국내 저술 중에는 거의 전무하다. 마지막으로 또 같은 해 출가 전 붓다의 아내였던 야소다라마저 열반에 든다. 이를 기술한 국내 저술은 없다. 아니 야소다라의 출가를 알려주는 붓다 전기조차 없고, 그녀가 출가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300쪽 혹은 400쪽 내외의 분량의 붓다 전기들은 탄생에서 열반까지 붓다와 주변에서 일어난 80년간의 일을 모두 기술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줄이고 줄여야했다. 그러다 보니 ‘맥락’이 많이 생략된 채 독자들과 만났다. 이 책에는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던 사건은 물론 생략되었던 ‘맥락’이 상당 부분 복원되었다. 줄거리를 생략하고 보면 신이었지만 ‘왜’와 ‘어떻게’라는 실마리가 풀리니 인간이었고, 사회상과 시대상까지 살려내니 신화는 역사가 되었다.
특히 가장 빛나는 대목 중에 하나는 그동안 붓다의 생애나 전기에서 애써 외면되어왔던 여성 출가자들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다. 전체 여덟 개 장 중 아예 한 개의 장은 여성 수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으며 다른 장에서도 여성 수행자들의 수행과 깨달음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붓다의 속가 양모 고따미나 당시 유명했던 기녀 암바빨리 등은 물론 빔비사라 왕의 왕비 케마, 설법에 뛰어났던 담마딘나처럼 위대한 출가해 비구니가 되었던 인물에서부터 위사카 같은 위대한 여성 재가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초기불교 경전이 니까야에 근거했으며 후대에 나온 주석서 등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경전을 그대로 옮겨놓기보다는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전을 내용을 풀어 엮어 가독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주었다.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붓다 전기는 국내에는 없었다. 물론 해외에는 『붓다 연대기』보다 방대한 저술이 있다. 밍군 사야도의 『대불전경(마하붓다왕사)』은 3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저술된 부처님의 생애 중에서는 이 책 『붓다 연대기』 가장 방대하다.
어떤 수행을 하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가?
이 책은 ‘사건’만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붓다의 전기를 읽으며 대부분 헛헛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싯다르타는 무엇을 얻으려고 했으며 어떻게 얻으려고 했는가, 그리고 붓다는 무엇을 얻었으며 어떤 경지에 머물렀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출가 후 성도 전 알라라 칼라마, 웃다까 라마뿟다 밑에서 수학하며 다다랐던 경지인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은 물론 고행을 하면서 얻게 된 체험의 경지 등에 대해 자세히 밝혀놓았다. 또 고행을 하며 결국은 그 고행을 버려야 했던 과정 그리고 마침내 해탈에 이르기 위해 그가 주목하고 깨달았던 내용에 대해서도 자세히 밝혀놓았다.
대개의 전기가 ‘누구를 만났고’, ‘그런 사건이 있었다.’에 그치거나 단어 하나로 설명해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고 설명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싯다르타와 붓다가 얻게 된 체험의 경지를 하나의 단어로 설명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가능한 한 낱낱이 밝혀놓은 것이다.
특히 붓다를 따라 함께 수행했던 많은 제자들의 수행과 체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붓다의 생애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었는지를 분명히 밝혀주고 있다.
물론 이런 설명이 가능했던 건 잠시나마 저자 스스로 모든 생업을 내려놓고 남방으로 출가를 했던 경험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생애나 붓다의 전기를 처음 읽는 독자라면 조금 버거울 수도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알고 싶고 또 그동안 놓쳤던 붓다의 생애를 다시 살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웃다까 라마뿟따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싯다르타를 제자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 내심 기뻤다. 그는 정성껏 자신이 닦아온 명상 기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싯다르타는 그리 머지않아서 웃다까 라마뿟따가 가르치는 수행법이 알라라 깔라마의 가르침에서 한 단계 넘어선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알라라 깔라마가 무(無)의 경지(무소유처)를 성취하고 더 이상의 수행을 중단했음에 비해 웃다까 라마뿟따는 스스로 ‘의식도 비의식도 아닌 경지(비상비비상처)’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러나 이 경지는 결국 알라라 깔라마가 시초의 두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 채택했던 것과 같은 원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즉, 알라라 깔라마가 허공과 의식을 초월하여 무소유처에 이르기 위해 사용한 방법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다만, 알라라 깔라마가 무소유처를 최종의 절대적 경지로 인정했음에 반해, 웃다까 라마뿟따는 한발 더 나아가 그것이 실체적인 것인가를 밝히기 위해 무소유처 자체를 분석했다. 그런데 거기서 어떠한 실체도 발견할 수 없었으므로 웃다까 라마뿟따는 그것을 넘어 명상의 궁극적 경지는 어떤 형태의 의식도 아니요, 동시에 의식이 아닌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웃다까 라마뿟따는 이 경지, 즉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을 모든 일상적인 지식을 초월한 절대적인 경지로 간주했다.
다만 호흡법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알라라 깔라마는 숨을 들이쉬고 멈추고 내쉬는 비율을 엇비슷하게 조율하고 있는 반면, 웃다까 라마뿟따는 숨을 멈추는 꿈바까(Kumbhaka, 멈춤: 호흡을 정지하는 행위)의 비율을 취하고 있었다. 즉 호흡의 단계를 숨을 마심, 숨을 참음, 숨을 내쉼의 세 단계로 나눌 때, 알라라 깔라마의 명상법은 비율을 균등하게 한 반면, 웃다까 라마뿟따의 명상 기법은 숨을 멈추는 시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웃다까 라마뿟따 선인의 지도를 받으며 싯다르타는 생각했다.
‘웃다까 라마뿟따의 수행법도 알라라 깔라마와 마찬가지로 내가 이르고자 하는 궁극적인 경지가 아니다. 그 역시 염오(厭惡)로 인도하지 못하고, 탐욕의 빛바램으로 인도하지 못하고, 소멸로 인도하지 못하고, 고요함으로 인도하지 못하고, 최상의 지혜로 인도하지 못하고, 바른 깨달음으로 인도하지 못하고, 열반으로 인도하지 못한다. 이 법 역시 일시적으로 높은 황홀경을 누리게 할 수는 있으나 평상시까지 대자유가 이어지지 않는다. 한순간 마음을 풀면 다시 욕망과 불안과 고통에 속박될 뿐이니 이것 역시 내가 찾는 완전한 의지처가 아니다.’
207쪽~209쪽 「비상비비상처정까지 도달했지만…」 중
숫도다나 왕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들의 손을 잡아 가슴에 얹고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내 소원도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붓다를 보고 가는 마지막 길이 행복합니다.”
숫도다나 왕은 누워서 합장한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세연을 마친 것이었다. 왕을 돌보아왔던 사끼야 족 의사가 향수로 왕의 몸을 씻고, 솜과 털과 명주로 시신을 감싸 관에 안치했다. 시신을 다비장의 사자좌로 옮길 때였다.
“제가 앞쪽에서 관을 들겠습니다.”
붓다가 이렇게 말하자 친족들이 말리고 나섰다.
“세존께서는 하늘 위 하늘 아래 가장 존귀한 분이십니다. 아무리 숙세의 인연이 깊다지만 인천의 스승께 인간의 상여를 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뜻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제가 상여를 들지 않으면 비구는 부모의 은혜도 모른다고 비난하는 자들이 생길 것입니다.”
몇 차례 실랑이가 오간 후, 붓다는 시신을 드는 대신 향로를 들고 다비장으로 앞장섰고, 꽃을 뿌려 공양하고는 쌓아놓은 땔감 위에 불을 붙였다.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달려들 듯 울부짖는 사람들에게 붓다가 말했다.
“이 세상은 무상하고, 무상하기에 고통스럽습니다. 영원한 것이란 어디에도 없으니, 몸뚱이 또한 본래 덧없는 것입니다. 한세상을 산다는 것, 환상과 같고 타오르는 불꽃과 같고 물에 비친 달그림자와 같습니다. 모두가 잠시 그렇게 있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무상한 몸으로 잠시 살다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여러분, 모든 것을 앗아가버리는 저 사나운 불길을 보십시오. 이 불길을 뜨겁다 여길지 모르지만 욕심의 불길은 이보다 더 뜨겁습니다. 그러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수행하여 생사
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해탈의 즐거움을 얻으십시오.”
부왕 숫도다나의 장례를 마친 후 붓다는 한동안 니그로다 동산에 칩거했다. 먼 여행과 부왕의 임종을 지키고 다비를 지켜본 탓에 몹시 피곤했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했다.
508쪽~510쪽 「숫도다나의 죽음, 그리고 고따미의 간청」 중
붓다가 가장, 아니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 야소다라. 그녀는 붓다로부터 직접 비구니계를 받지는 않았지만 붓다의 최초 비구니 제자인 고따미의 제자가 되어 비구니가 되었다. 고따미가 웨살리에서 첫 비구니가 된 이후 까삘라왓투의 니그로다 동산에 수행처를 마련하고 정진하고 있을 때 야소다라가 고따미를 찾아와 출가를 허락받고 비구니가 된 것이었다.
이후 조용하게 정진하던 야소다라가 78세가 되던 해, 붓다를 찾아왔다. 그때 붓다의 나이는 80세였다. 사랑하는 남편이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라훌라의 아버지이며, 상가의 최고 지도자인 붓다를 찾아온 야소다라는 그날 밤 자신이 입적에 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야소다라는 다른 제자들처럼 붓다에게 열반에 들수 있도록 허락해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만큼 독립적이었다. 비구니가 된 뒤에도 야소다라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성정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붓다에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에게 직접 출가하지 않았습니다. 세존으로부터 계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제 자신에게 귀의했습니다. 그리고 세존께서 가르쳐주신 가르침에 귀의했습니다.”
붓다는 부쩍 기력이 쇠해진 야소다라를 바라보며 한없는 연민을 느꼈다. 출가 전, 아니 출가 후에도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여인, 세상에서 하나뿐인 혈육 라훌라를 낳아준 여인, 기꺼이 자신의 출가를 허락해주었고, 수행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정신적 자양분을 제공해주었으며, 마침내 자신도 출가하여 불사(不死)의 경지를 이룬 위대한 여인 야소다라를 바라보는 붓다의 눈에는 사랑과 연민과 존경이 교차했다.
야소다라가 힘을 모아 말했다.
“고맙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세존이시여. 당신과의 인연, 당신과 나눈 사랑, 그리고 함께했던 세월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 모두가 당신 덕분입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당신께서 제시해 준 위대한 가르침으로 인해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불사의 길을 얻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사랑합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845쪽~846쪽 「야소다라와 마지막 인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