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원더박스 '1얼(편집부장)'입니다.
일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편집자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어디 멀리 갈 것도 없이 제가 바로 그런 유형이에요. 일단 책 만드는 작업부터 거의 혼자서 하는 느낌입니다. 또 책을 만들면서 가야 하는 길에 제대로 올랐는지 몰라 막막하고, 책이 나왔는데 잘 팔리는 것 같지도 않아 의기소침해지는데, 책을 읽었다는 독자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홀로 사막에 내던져진 기분 비슷한 게 들곤 하거든요.
그렇게 외로워지면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긴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도 함께 자라나서는, 손바닥만 한 제 평화를 뒤흔들어 놓습니다. 끈이 떨어졌는데 바닥까지 갈라지는, 그야말로 위기의 순간을 지금까지 수십 번 버텨내면서 간신히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일로 세계와 연결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를 작업하는 중에도, 그리고 책이 나온 뒤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기억나는 건 이거예요. 외서를 진행할 때는 저자에게 표지를 보내 승인받는 절차가 있거든요. 그래서 에이전시를 통해 표지 이미지 파일을 저자에게 보냈죠. 며칠 뒤 답이 왔는데 글쎄, 저자가 이렇게 말했다는 거예요.
"책을 바라보는 한국 출판사의 시각과 도서명이 특별해서 좋습니다."
립서비스든 아니든 원서 저자로부터 이런 피드백을 받은 건 처음이라 제 입이 귀에 걸렸죠. 사실 제목에 대해서는 이미 번역가분이 "제목 잘 지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역시 이전까지 듣도 보도 못한 칭찬을 해 주셔서 한껏 고무되어 있던 참이었지만, 저자의 격려에는 좀 더 특별한 것이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로 기억나는 건 동료 출판인의 칭찬이에요. 시공사 에세이팀에서 인스타 계정에 책 사진과 함께 이런 글귀를 남겨 주었거든요.
"'코로나'가 없는 제목과 부제, 꾸준한 기록을 에둘러 말하는 표지, 무엇보다 정희진 선생님의 해제까지. 사랑받아 마땅하다."
설사 립서비스라 할지라도, 동료로부터 이런 칭찬은 받아 본 적이 없는지라 저는 그만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당장 댓글에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죠.
이런 지지를 받으며, 오랜만에 제가 하는 일로 이 세상과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에 던진 메시지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전달되는 건, 출판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제가 발을 딛는 땅이 되어 줍니다. 외로울 수밖에 없더라도 세상에 홀로 떨어져 고립되어 있지는 않다는 실제감을 줍니다.
아마도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를 쓴 궈징도, 매일 일기를 써 SNS에 올리고 독자들의 댓글을 보면서 그런 실제감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제가 발견했든 그러지 못했든, 그런 신호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