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선천
범본 『이만오천송반야경』에서 제3선(tṛtīya=dhyāna)과 관련된 3선천(三禪天)은 제2선의 유쾌(有快)와 불쾌(不快)에 편향되지 않고 머무르며, 정념(正念)하고 정지(正知)하며, 〔육신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않고…마음의〕즐거움에 머무는 정신적 상태를 갖는다
(prīteḥ·ca·virāgāt·upekṣakaḥ·viharati·smṛtimān·saṁprajānan·sukham·ca·kāye·na·pratisaṁvedayati· …·sukhavihārī).
이러한 경지는 한역으로 이희묘락지(離喜妙樂地)로 표현하고 있다. 3선천에 속하는 세 가지 천계의 산스크리트 명칭들에 공통으로 들어가 있는 슈바(ŚUBH-a)는 2선천 아바(ā-BHĀ)와 유사하게 ‘빛, 광채’를 의미한다.그런데 이 단어는 한역본들에서 일률적으로 ‘깨끗함’의 정(淨)으로 번역하고, 『장아함경(長阿含經)』도 3선천을 정천(淨天)으로 표현한다. 빛은 환하고 투명하기에 그 뜻이 순수나 청정함으로 확대했다고 보면, 한역에 전적인 수긍을 보내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슈바의 어근인 ŚUBH을 ‘깨끗하게 하다’란 의미의 어근 ŚUDH과 혼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듯하다. 참고로 에저튼(Edgerton)의 『불교혼성산스크리트(Buddhist Hybrid Sanskrit) 사전』❶은 슈바를 ‘장엄’의 magnificence로 번역하고 있기도 하다.
소정천・무량정천・편정천 파리타-슈바(parītta=ŚUBH-a)에 대응하는 소유합성어로서 형용사 ‘적은 양의 광채를 갖고 있는’을 뜻하고, 소정천(小淨天)으로 번역한다. 아프라마나-슈바(a-pra-MĀ-aṇa=śubha)에 대응하는 용어이며, 이 또한 소유합성어로서 형용사 ‘무량의-광채를 갖고 있는’을 의미하고, 무량정천(無量淨天)으로 번역한다. 끝으로 슈바-크르스나(ŚUBH-a=kṛtsna)에 대응하는 한정합성어로서 ‘광채가 두루 퍼져있는’을 뜻하고, 편정천(徧浄天)으로 번역한다.
편정천이 제3선천을 통칭하는 천계로 알려져 있지만, 범본『팔천송반야경』 3장의 첫 문단 가운데 특정 문구가 색계를 구성하는 4선, 그 각각을 대표하는 천계를 소개한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기에 해당 문구를 소개해보기로 한다. 세존과 함께 법회에 참석한 천신들을 언급하는 장면이다.
“…rūpābhisaṁskāre·ca·devaputrān·brahmakāyikān·ca·devaputrān·ābhāsvarān·ca·parīttaśubhān·ca·akaniṣṭhān·ca·devaputrān·sākṣiṇaḥ·sthāpayitvā…〔세존께서〕…색계의 천자들,〔즉〕범종천의 천자들, 광음천의 천자들, 소정천의 천자들, 색구경천의 천자들을 증인들로 서게 하신 뒤…”
이에 따른다면, 초선천은 범종천, 제2선천은 광음천, 제3선천은 편정천이 아닌 소정천, 제4선천은 색구경천으로 통칭할 수 있다.
| 제4선천
제4선(caturtha=dhyāna)과 관련된 4선천(四禪天)은 제3선의〔심적〕즐거움을 버리고 고통을 내려놓음으로써, 무엇보다도 기쁨과 절망이 사라짐으로 인해, 고통스럽지 않은 것에도 즐겁지 않은 것에도 편향되지 않은 정념과 정화(淨化)의 정신적 상태를 갖는다(sukhasya·ca·prahāṇāt·duḥkhasya·ca·prahāṇāt·pūrvam·eva·saumanasyadaurmanas
yayoḥ·astaṁgamāt·aduḥkhāsukham·upekṣāsmṛtipariśuddham). 이러한 경지는 한역으로 사념청정지(捨念淸淨地)로 표현하고 있다. 『장아함경』은 9개의 천계로 구성되는 제4선천을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장엄하게 꾸며진 천계’라는 엄식천(嚴飾天)으로 표현한다. 제4선천의 통칭은 광과천으로 알려져 있지만, 『팔천송반야경』에 따르면 색계에서 최상위인 색구경천이다.
무운천・복생천 안아브라카(an-abhra-ka)에 대응하는 용어이자 소유합성어로서 ‘구름(abhra)을 갖지 않는, -이 없는, -위에 존재하는’을 의미하고, 이에 따라 무운천(無雲天)으로 번역한다. 그렇다면 무운천 아래, 즉 야마천에서 편정천까지의 공거천들은 구름 밑에 존재하는 천계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푼야-프라사와(puṇya=pra-SAV-a)에 대응하는 용어이고, 이 또한 소유합성어로서 ‘복덕(福德)의-얻음을 갖는, -복덕을 얻는’을 뜻하고, 그렇기에 복생천(福生天)으로 번역하고 있다.
광과천・무상유정천 브르핫-팔라(BṚH-at=phala)에 대응하는 용어이고, 이는 소유합성어로서 ‘커다란/풍부한-과실(果實)을 갖고 있는’을 의미하고, 한역은 광과천(廣果天)이나 과실천(果實천)으로 되어있다. 아산즈니-삿트바(a-saṁ-JÑI=sattva)에 대응하는 용어이고, 이 또한 소유합성어로서 ‘무인식(無認識)의-유정을 갖는’을 뜻한다. 한역의 경우 무상천(無想天)이 일반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무상유정천(無想有情天)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정거천
색계의 최상부에 위치하는 나머지 5개의 천계는 슛다-아와사(śuddha=āvāsa)로 불리고, 이는 소유합성어로서 어원적으로〔색(色)에 대한 집착으로부터〕‘정화된/깨끗한/청정한 처소를 갖는’을 의미하며, 통상 정거천(淨居天) 또는 오정거천(五淨居天)으로 한역한다. 범본 반야경들에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정거천은 일반적으로 성문(聲聞)의 4과(四果) 가운데 불환과(不還果)를 얻은 자가 태어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불환-과는 안아가미=팔라(anāgāmi=phala)를 의역한 용어이며, 아나함(阿那含)으로 음역하는 안-아가민(an-ā-GĀM-in)은 ‘돌아가지 않는 자’를 뜻한다. 정거천에 한 번 태어난 자는 이곳에서 아라한과(阿羅漢)와 깨달음을 얻을 것이고, 그 하위의 천계들에 환생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내지불광천·무열천 아브르하(a-BṚH-a)에 대응하는 용어이고, 그 어원적 의미는 ‘크지 않은’이며, 불광천(不廣天)으로 번역한다. 표제어인 abṛha는 b가 v로 바뀐avṛha로도 소개되는데, 전자는 범본 『팔천송반야경』에서만, 후자는 『이만오천송반야경』 등에서 보이는 형태다. 이 두 어형은 앞서 소개한 에저튼의 사전에서 의미의 차이 없이 ‘not great’로 등재됐고, 불광천의 천신들은 다른 천계들의 천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역의 경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불광천보다 번뇌가 없다는 무번천(無煩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색계에 속하는 불광천은 색에 대해 크지 않은 집착을 갖는 천계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아타파(a-TAP-a)에 대응하는 용어이고, 소유합성어로서 그 의미는 ‘따뜻함/열을 갖지 않은’을 뜻한다. 이 단어는 한역으로 무열천(無熱天)으로 알려져 있는데, 열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천계가 무열천 외에도 무뇌천(無惱天) 또는 불뇌천(不惱天)으로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볼 때, 열은 괴로움을 낳는색의 열정으로 해석할 수 있고, 따라서 무열천은 아마도 색에 대한 열정을 갖지 않은 천계를 나타낸다고 말할 수 있다.
선현천·선견천 수드르쉬(su-DṚŚ)에 대응하는 용어이고, 이는 소유합성어로서 ‘좋은/아름다운 외모를 가진’을 뜻한다. 이 천계가 선현천(善現天)으로 불리는 이유는 색에 집착하지 않은 선업(善業)의 과보(果報)가 천신들의 아름다운 신체적 외관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수다르샤나(su-DARŚ-ana)에 대응하는 용어이고, 이 또한 소유합성어로서 ‘좋은 시력을 가진’을 의미하며, 선견천(善見天)으로 한역하는 이 천계의 천신들은 색에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얻은 빼어난 시각의 눈으로 시방(十方)을 올바르게 바라본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색구경천 아카니스타(akaniṣṭha)에 대응하는 소유합성어로서 ‘최소의 것도 갖지 않은’을 뜻한다. a-kan-iṣṭha는, ‘더 작은’을 뜻하는 비교급인 kanīyas에 비추어 볼 때, 원급의 형용사는 존재하지 않지만 여기에 최상급 접미사 istha와 부정의 접두사 a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로 분석한다. 종합해 보면, 색계의 최상부에 위치한 이 천계는 색에 대한 최소한의 집착도 갖지 않은 곳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한역으로 색의 궁극 또는 마침을 의미하는 색구경천(色究竟天)이다.
| 무색계의 공거천
욕계가 향수하는 오욕에서 벗어나고 색계가 집착하는 색온(色蘊)을 초월하는 무색-계(無色界)는 산스크리트로 아루파-다투(ārūpya=dhātu)이다. ārūpya란 단어의 형성 과정은 먼저 rūpa에 부정의 접두사 a가 붙어 ‘무색(無色)’의 a-rūpa가 되고, 여기에 접미사 ya가 붙으면서 어두 모음 a의 장음화를 일으키는 브릇디(vṛddhi) 현상이 일어나 만들어진다. 그 의미는 일차적으로 ‘무색에 속하는’이고, 이 형용사가 형태의 변화 없이 명사가 되어 ‘무색에 속하는 상태, 무색계’가 되는 것이다. 무색계를 구성하는 4천에 관한 아래의 내용은 범본 『이만오천송반야경』과 『만팔천송반야경』에서 확인한 것임을 밝힌다.
공무변처 아카샤-안안탸-아야타나(ākāśa=anantya=āyatana)에 대응하는 용어로서 이는 색에 대한 인식들을 완전하게 넘어서고, 〔마음의〕장애가 되는 인식들이 사라지며, 다양한 인식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무한한 허공’이라는 정신적 경지의 천계다(sarvaśas·rūpasaṁjñānām·samatikramāt·pratighasaṁjñānām·astaṅgamāt·n
ānātvasaṁjñānām·amanasikārāt·anantam ākāśam iti). 한역으로는 공무변처-천(空無邊處-天) 또는 공처-천(空處-天)이 일반적이다.
식무변처 위즈냐나-안안탸-아야타나(vijñāna=anantya=āyatana)에 대응하는 용어이며, 이는 공무변처〔의 정신적 상태〕를 완전하게 넘어섬으로써, ‘무한의 사유(識)’ 라는 정신적 상태를 갖는 천계다(sarvaśas·ākāśānantyāyatanasamatikramāt·anantamvijñānam·iti). 식무변처-천(識無邊處-天) 또는 식처-천(識處-天)이라고 한역하는 게 일반적이다.
무소유처 아킨찬야-아야타나(ākiṃcanya=āyatana)에 상응하며 이는 식무변처〔의 정신적 상태〕를 완전하게 넘어섬으로써,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신적 상태의 천계다(sarvaśas·vijñānānantyāyatanasamatikramān·na·asti·kiṁcid·iti). 무소유처(無所有處) 또는 무소유지천(無所有智天)으로 한역한다.
비상비비상처 나-에와-산즈냐-나-아산즈냐-아야타나(na=eva=saṃjñā=na=asaṃjñā=āyatana)에 대응하는 용어다. 이는 무소유처〔의 정신적 상태〕를 완전하게 넘어섬으로써, 인식도 무인식도 존재하지 않는 정신적 상태를 갖는 천계다(sarvaśas·ākiṁcanyāyatanasamatikramān·naivasaṁjñānāsaṁjñāyatanam). 한역으로는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 또는 유상무상지천(有想無想智天)이 일반적이다.
필자는 범본 불전들을 분석하고 어휘집을 만들며 번역하면서 의외로 천계의 명칭들이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들을 단순히 이해하기 어려운 한역에만 의존하여 번역한다는 점에 사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4회에 걸친 천계에 관한 어원 이야기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 진행했다. 한편으로 불교의 세계관적 측면에서 지옥계나 인간계, 천계에 대한 이해는 난해하기 그지없는 불법들의 이해와도 분명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필자의 생각 때문이었다. 수(數), 양(量), 크기, 길이 등과 관련하여 부처님의, 불교의 세계관은 과연 어떠한 것일까? 필자는 앞으로 2회 정도에 걸쳐 이와 관련하여 이야기해볼 것이며, 이후에는 그때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범본 『금강경』으로 넘어가볼 것이다.
❶ 사전: https://www.sanskrit-lexicon.uni-koeln.de/scans/BHSScan/2020/web/index.php
● 교정: 지난 호 ‘사선’의 내용에서 ...제1선인 초선(初禪)...의 한자가 初禪임을 밝힌다.
●●교정: 지난 호 ‘초선천’에서 viviktam·pāpakaiḥ 앞에 viviktam·kāmaiḥ·이 누락된 점을 밝힌다.
● 다음 어원 여행은 수미산(須彌山)과 관련된 불교 용어다.
전순환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대학원 졸업.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교 인도유럽어학과에서 역사비교언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시작된한국연구재단 지원 하에 범본 불전(반야부)을 대상으로 언어자료 DB를 구축하고 있으며, 서울대 언어학과와 연세대 HK 문자연구사업단 문자아카데미 강사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팔천송반야경』(2019, 불광출판사), 『불경으로 이해하는 산스크리트-반야바라밀다심경』(2012,지식과 교양), 『불경으로 이해하는 산스크리트-신묘장구대다라니경』(2005, 한국문화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