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계가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코로나19 극복과 치유 기도로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한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원행 스님, 이하 종단협)는 3월 18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례없는 코로나19 위기를 국민과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며 조정된 올해 봉축행사 일정을 밝혔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이하 봉축위)는 4월 30일 예정했던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윤4월인 5월 23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전야제 성격의 ‘연등회(연등축제)’도 5월 23일로 조정했다. 올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심사를 앞둔 연등회가 감염병 확산으로 일정을 변경한 것은 극히 드문 사례다.
이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처한 국민과 아픔을 함께하고 치유와 극복에 매진하기 위한 한국불교계의 결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하루속히 국민과 인류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 발원하는 불교계의 적극적인 의지 표현인 셈이다.
실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봉행 날짜였던 4월 30일에는 종단협 소속 약 1만 5000여 사찰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정진을 입재한다. 약사여래와 『보배경』 기도를 통해 한 달 동안 모든 불자의 국난 극복 마음을 모으기 위해서다. 기도는 5월 30일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회향한다. 4월 30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봉행하는 봉축점등식도 국난 극복 의미를 담아 황룡사 9층탑의 빛을 밝힌다.봉축행사의 백미인 어울림마당과 연등행렬 역시 축제형식을 지양하고 촛불기원, 희망의 연등 나누기 등 국난 극복을 위한 희망 메시지를 담은 행사를 지향한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원행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독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누가 쏘았는지를 논의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독 묻은 화살을 맞아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을 사는 우리 불제자들이 이 시대의 만파식적이 되고 팔만대장경이 되겠다. 전국의 사찰에서 목탁과 법고를 치고 범종을 울리며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의료진, 자원봉사자, 정부 당국 관계자 여러분. 모두 끝까지 힘을 내시기 바란다. 멀지 않은 날,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봄날이 오기를 부처님 전에 기도한다”고 염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