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자비와 연민의 봉사현장, 동국대 일산병원 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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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자비와 연민의 봉사현장, 동국대 일산병원 법당
  • 유윤정
  • 승인 2018.10.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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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와 연민의 봉사현장 ‘병원법당’

자비와 연민의 봉사현장 ‘병원법당’

우리 불교계에 처음으로 환자들을 위한 법당이 문을 연 것은 1973년 해인사 정빈 스님에 의해 창건된 국립마산결핵요양원내의 관해사觀海寺가 처음이다. 그후 1987년 서울대병원에 종합병원 최초의 구내 법당이 생긴 이래 여러 병원에 법당이 운영중에 있다. 병원은 생로병사의 고통이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중생들의 현장이다. 사람들은 병원에서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병원에서 삶을 마감한다. 자비와 연민의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이다. 불광은 대표적인 병원 법당 5곳을 찾아 환자 곁을 지키는 스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01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법당  유윤정
02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법당  김우진
03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법당  유윤정
04    서울대학교병원 법당   유윤정
05    인제대학교 해운대 병원 법당  김우진

직원과 환자 모두가 도반이자 스승이고 부처님입니다 –  병원 5층에 있는 큰 법당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맑고 선명한 색으로 장식된 반야심경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올해 3월, 병원 직원과 의료진 270명이 환자들의 쾌유를 발원하며 각 한 자씩 사경한 반야심경이다. 법당 입구에 놓인 의자에 앉아 신을 벗고, 휠체어가 편히 드나들 수 있도록 설치된 얕은 보행로를 지나 법당에 들어서니, 은은한 향냄새가 어깨를 감싸며 도닥였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서는 언제든 부처님을 찾아가 기댈 수 있다. 쉬고 싶을 땐 언제든 올라와도 좋다.

사진: 최배문

|    내 마음 주치의가 되세요

어떤 이는 좌복에 앉아 부처님을 올려다봤다. 한 사람은 절을 하고 있었고, 휠체어를 탄 이는 법당 오른쪽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 보호자와 함께 반야심경을 천천히 사경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곳.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5층 큰 법당이다. 병원 개원 13주년. 어떻게 하면 법당이 조금 더 편안한 장소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들이 묻어난다.

“꼭 기도나 수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저 마음 편안해지고 싶고, 다리 뻗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오세요. 따뜻한 위로나 하소연이 필요할 때, 저나, 제가 아니어도 부처님께서 언제나 들어주고 계십니다. 심란하거나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껏 쉬다가 가세요.”

2년 전 이곳에 부임한 지도법사 덕유 스님은 이 넓은 법당에서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곳은 마음을 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5층 법당에는 불교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누구나 쉽게 법당 예절을 알 수 있도록 디지털 액자가 설치돼있었다. 수행이나 명상을 해보고 싶지만 해본 적 없는 이들을 위해 반야심경 사경지와 책상도 마련돼 있었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에는 1층 로비에 소원 등 달기 의식도 만들어 병원을 찾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덕유 스님은 많은 이들이 언제든지 법당에 와 몸과 마음에 이로움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랐다. 법당은 모든 이들을 위해 열려있었다. 

“이곳 모든 분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불안은 없던 통증도 만들어냅니다. 병원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감정이 불안과 두려움이에요. 불안하고 두려운 그 마음까지도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법당에서는 매일 아침 병원 전체 수술환자 명단을 가져와요. 오늘 수술에 들어가시는 모든 분들이 아무 문제없이 잘 되게끔, 수술 도중에 아무 장애가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축원합니다. 수술자뿐 아니라 입원, 내원하는 분들도 무장무애 속득쾌차하길 발원하지요.” 

몸과 마음의 평안. 덕유 스님은 매일 아침 병원 전체의 수술환자 명단을 확인해 약사여래부처님이 가호하실 거라는 믿음이 담긴 쾌유기도를 올렸다. 

환자들을 위해 쏟는 정성은 그뿐만이 아니다. 매일 아침 예불과 사시 쾌유기도를 하는 것은 기본이요, 환자들의 컨디션에 맞춰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어 활기를 일으키는 명상 프로그램도 열었다. 전문가가 일주일에 두 번 ‘환우를 위한 치유 요가’를, 일주일에 한 번 ‘소마 움직임 명상’을 진행한다. 때때로는 위안 행사나 전시회, 바자회도 기획했다. 

법당을 편안하게 여기게 해주고 싶고, 모든 이가 쾌유하기를 바라는 마음. 덕유 스님의 양말은 행자 시절같이 자주 구멍이 났다. 스님들이 입원해 계신 병실에 찾아가 어려우신 점은 없는지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 온 병원 구석구석 병실을 다니며 병상에서 생기는 고충과 신행을 함께 상담하느라 얻은 훈장이었다.

사진: 최배문

|    보약 같은 의사의 웃음 

직원법회가 열리던 날, 오후 5시 30분이 되자 병원 직원들이 각자의 유니폼을 입고 법당에 찾아왔다. 간호사, 물리치료사, 의사, 행정직원 등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법당에 들어와 길게 요가매트를 깔고 앉았다. 이미 4시에 한 차례, 간호사들이 교대시간에 맞춰 법회를 마치고 간 자리다. 

“병원 직원들에게도 스트레스의 이완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요즘에는 우리 직원들이 많이 고단할 기간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몸을 이완시키고 충전하는 요가, 몸 명상법회로 직원법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덕유 스님의 설명처럼 오늘 법회는 병원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마련된 요가법회였다. 정현희 요가 강사의 지도에 따라 오늘 수고한 자신과 도반에게 삼배를 올리고서, 호흡으로 머리를 맑게 하며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몸 명상 법회를 시작했다.

법당은 환자들의 위안처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안식처이기도 했다. 법당에서는 매월 교직원 정기법회를 다양하게 구성하려 연구했다. 신년에는 인간윷놀이 법회를 하기도 했다. 5층 법당 입구에 전시된 반야심경도 지난 3월 법회에서 함께 쓴 사경이었다. 봉축 전에는 ‘울려라 붓다벨’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퀴즈 법회도 진행했다. 다양하고 활력 넘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니 직원들에 얼굴에도 조금씩 미소가 감돌았다.

“함께 일하는 직원이지만 같은 부서가 아니라면 이야기를 나눌 계기가 거의 없습니다. 화합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법당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마주 보았을 때 내가 먼저 미소를 보내면 상대방도 절로 미소가 나옵니다. 내가 웃으면 상대방도 함께 웃습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동료, 서로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는 병원이기를 바라며 절도 시키고, 이야기도 나누게 합니다.”

덕유 스님은 단순히 불교법회만이 아니라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법당에서는 템플스테이를 떠나거나, 일 년에 한 번 교직원을 대상으로 신행우수자에게 해외성지순례의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 직원들에게 항상 전하는 말이 있어요. ‘여러분 표정에 환자들이 울고 웃습니다.’ 의료진이 웃으면 환자의 컨디션이 달라집니다. 환자의 컨디션이 달라지면 여러분 삶이 바뀐다고 전하지요. 사람들이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마음이 달라지죠. 마음이 편해야 환자들의 컨디션도 빨리 회복됩니다.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요.”

사진: 최배문
사진: 최배문

 

|    길고도 짧은 여행 같은 시간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법당의 행사 중에는 특별히 주목하고 싶은 일이 있다. 병원의 전체 봉사자를 위한 생일법회가 그것이다. 병원 내 다양한 부서에서 보리심을 회향하는 봉사자들을 품는 것도 법당이었다.

“마찬가지로 병원 전체의 봉사자들은 부서도 다르고 요일마다 달리 활동하기 때문에 함께 모일 일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매년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서 봉사자 생일법회를 엽니다. 함께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부처님 앞에서 한 명씩 자기 발원문도 읽고, 축원을 합니다.”

봉사자들이 더욱 기쁜 마음으로 보리심을 발하는 것이다. 법당이 병원 모든 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곳이 되길 바라는 스님의 마음이 통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가 내 식구라는 마음으로 먼저 미소를 건네는 법을 배웠다.

재활의학과 방정아(36) 물리치료사에게 5층 법당은 타인을 위해 쉼 없이 움직이던 자신의 몸과 생각을 온전히 자신으로 향하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간호부 병동간호팀 소행연(45) 간호사에게는 법당에서 보낸 요가법회 시간이 하루 종일 지친 몸과 마음에 선물한 여행같았다.

“숨을 들이쉴 땐 과거에 있던 일과 저도 모르게 주었던 상처들을 참회하는 시간이 되고, 숨을 멈추는 동안에는 주위에 모든 것을 살피고 성찰하게 돼요. 숨을 내쉴 때에는 버리고, 내리고, 담아서, 부처님께 귀의하는, 희망을 약속하는 과정 같습니다. 제게 5층 법당은 딱딱하게 굳었던 마음의 문을 열어 지혜와 자비심을 채우게 하는 장소입니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은 5층 법당만 법당이 아니었다. 병원 전체가 법당이요,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과 환자들 모두가 도반이자, 스승이고, 부처님이었다. 부처님처럼 살고자 애쓰는 이들이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자신의 정성을 다하는 곳.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법당은 화합과 소통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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