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첸나이에서 3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오로빌 공동체 마을이 있다. 오로빌 공동체는 특정한 종교적 이념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오로빌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장 비슷한 종교를 꼽으라면 그것은 불교일 수 밖에 없다. 오로빌은 세계와 인간의 조화를 꿈꾸는 곳이다. 그곳은 생태적 삶, 연기적 삶을 꿈꾸고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우고자 하는 곳이다.
경쟁과 소비중심적인 자본주의적 삶에서 벗어나
오로빌 공동체는 1968년 2월 28일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려는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를 따르는 프랑스인 미라 알파사의 생각에 동의하는 124개국 젊은이들이 모여 창립했다. 이들은 종교와 정치, 국적을 초월해 평화로움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오로빌 공동체의 정신적 뿌리인 스리 오로빈도는 인류의 가장 큰 적은 인간 내부의 탐욕에 있으며 명상을 통한 자기 성찰을 통한 영적 각성으로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가르쳤다.
오로빌 마을의 면적은 모두 27제곱킬로미터. 사람들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타운지역이 16제곱킬로미터이고, 그린벨트로 보호되는 자연구역이 11제곱킬로미터다. 오로빌에 사는 주민을 뜻하는 오로빌리언은 모두 2200여명이다. 전세계 45개국에서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하루 6시간, 1주일에 36시간 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의 종류와 관계없이 월 1만루피(약 17만원)의 생활유지비를 받는다. 월급 개념은 아니다. 일을 한만큼 돈을 받은 것은 아니다. 필요한 이들에게만 지급된다. 별도 소득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기부금을 내야한다. 소득이 없거나 불가피하게 돈이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관계망을 통해 서로에게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주고 받는 것이다. 다함께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면서 각자 다양한 일과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경제구조를 선물경제(Gift Economy)라고 부른다. 노동력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필요에 의해 관계를 통해 교환하는 개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소비중심적인 경쟁적인 삶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회에 더 집중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생태적 삶을 꿈꾸는 환경 시스템
오로빌 공동체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일구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중시한다. 생태적 삶에 대한 원칙이다. 이곳의 환경 정책은 유기농법과 환경친화적 적정기술연구, 대체의학, 에너지재활용, 토양과 수자원 보호로 이어진다.
마을 한 가운데에는 솔라키친이 있다. 태양열을 이용해 요리를 하는 곳이다. 하루 1000명분의 식사를 공급한다. 지름 15m의 크기의 거울조각이 중앙의 구리봉은 가열시켜 요리를 하는 방식이다. 또, 가축들의 배설물을 가공한 바이오가스 활용, 수중 식물을 이용한 수질정화를 이용하기도 한다. 전기는 363KW의 용량을 갖춘 484개의 광전지 모듈을 이용한 태양열 발전으로 충당한다.
오로빌 공동체가 있는 지역은 300년 전까지만 해도 울창한 열대림이 있던 곳이다. 하지만,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사막이 되어 버렸다. 오로빌주민들은 1970년대부터 녹화사업을 벌여 이곳을 푸른 숲으로 가꾸었다.
의사결정은 직접민주주의 + 만장일치
오로빌 공동체의 운영원리중 특이한 것은 의사결정 방식이다. 이곳은 대표를 두지 않고 있다. 어느 단체도 대표가 없다. 관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업무는 워킹그룹이 맡는다. 주요한 의사결정은 주민총회를 거쳐야 한다.
모든 사람은 이름만 쓴다. 이들은 투표를 통한 다수결 방식이 소수 의견을 묵살하는 절차라고 본다. 효율성과 실용성 보다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고 어떻게 결정하는 가를 더 중요시한다.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지만, 공동체를 위한 필수적인 활동이 멈추거나 하는 일은 없다.
오로빌의 주민은 오로빌리언(정식거주민), New-Comer(주민이 되고자하는 사람들, 2년간 적응기간), Long-term Volunteer (1년이상 장기 자원봉사자), Short-term Volunteer (1년이하 자원봉사자), Guest(방문객)으로 나뉜다. 이곳에 사는 한국인 오로빌리언은 33명이 있다고 한다. 방문객이 이곳에 머물면 1주일에 7만원가량 든다.
오로빌 공동체의 심장, 명상
오로빌의 중심부에는 마트리 만디르(Matri Mandir)가 있다. 금색으로 빛나는 구 형태의 건물이다. 이곳에서는 매일 명상하는 모임이 이어진다. 오로빌 공동체를 만들때 심은 보리수가 있는 곳도 명상을 하기 좋은 곳이다. 몇백명이 앉을 수 있는 이곳에서는 언제든지 명상을 할 수 있다.
명상의 형태는 다양하다. 티벳 불교의 명상에서 마음챙김 명상, 요가명상 등 다양한 형태의 명상 수행이 계속된다.
명상을 하는데 있어서는 특정한 종교를 권하지도 금지하지도 않는다. 종교적인 장소는 없다. 다만 각기 다른 종교적 전통을 가진 이들에 의한 영적인 성장을 위한 명상이 존재한다. 서로의 길을 존중하고 각자의 명상을 한다.
학생들은 Awareness through the Body라는 수업을 통해 몸으로 세상을 느끼고 배우는 수업을 통해 명상을 배운다. 일종의 바디 스캔 명상수업이다. 숨쉬는 법을 배우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명상이 무엇인지 배워나가는 수업이다.
오로빌 공동체가 가진 숙제
오로빌 공동체는 설립 취지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충족하는 유토피아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공동체로서 스스로의 소비를 책임지지 못하고 외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자급자족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또 많은 건축물들이 지어지면서 물부족 현상을 겪고 있고, 이에 따른 지하수 고갈 현상이 벌어져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받고 있다.
하지만, 오로빌 공동체가 가진 몇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진심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익히 알고 있듯이 지상낙원은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다. 낙원은 집착과 탐욕을 여읜 어떤 마음속에만 존재할 테니 말이다.
* 참고자료
- 오로빌 공동체 홈페이지 https://www.auroville.org
- 한겨레신문 "50년 동안 실험과 도전 거듭하는 경제공동체, 인도 오로빌"
- 한겨레신문 "[공동체마을체험기] 자기로 살면 누구나 천재가 된다
- 동아일보 " [공동체마을 현장을 가다 1]인도의 실험도시 오로빌
- 브런치 "인도 오로빌에서 두달살기"
- 노컷뉴스 "생태공동체 오로빌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