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부터 삶과 죽음을 모티브로 하는 시퀸 작업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어 온 노상균 작가. 물질과 정신이라는 이면적 세계의 조화를 추구하며, 동양적 사유와 명상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전시가 우민아트센터에서 12월 30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어린 시절 풀장에 빠져 죽을 뻔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때의 기억은 충격이 되었고, ‘물 밖으로 나오면 죽는 물고기와 물에 빠지면 죽는 사람’으로 이어져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다. ‘물고기’에 대한 그의 사유는 물고기의 비늘을 연상시키는 매체인 시퀸(실에 꿰어져 있는 작은 플라스틱 원형 조각)으로 이어졌고, 긴 세월 동안 그의 작품에 쓰여 졌다.
노상균 작가 초청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작품은 ‘시퀸’이라는 하나의 매체를 다양하게 이용해 표현했다. 작가는 이것들을 일정 간격으로 평면에 붙이거나 공간을 이어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가치를 창출했다. 특히 느슨하게 풀리거나 군데군데 끊어진 시퀸을 이용한 불좌상이나, 불두에 모자를 얹은 듯한 표현은 성속聖俗이 하나가 된 이상적 아름다움과의 조우를 느끼게 한다.
한치의 오차 없이 질서 있게 붙여진 노 작가의 시퀸 작품은 어쩌면 그에게 고단한 수행일 것이다. 30년 가까이 반복한 그의 시퀸 작품들은 자유를 찾는 물고기나 깨달음으로 나가는 수행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반짝이며 빛나는 노상균 작가의 ‘In the Midst of Shiny Dust 展’은 12월 30일까지 우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시퀸’을 오랜 화두로 삼아 표현한 노 작가의 작품에서 그의 사유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