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할 수 있는 기도를 찾아보자.’
『틱낫한 기도의 힘』을 편집하면서 스스로 부여한 과제다. 기도하는 마음을 알면 책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소박한 기대 때문이었다.
틱낫한 스님 글을 읽어봤다면 알겠지만, 스님은 종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선 말씀을 들려준다. 종교들 사이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에 주목하여,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가야 하는 보편적인 ‘길’을 말씀한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여서, 자기가 어떤 종교 전통에 있든 기준으로 삼으면 좋을 기도의 핵심을 스님은 짚어준다. ‘기도의 세 기둥’이라 하면 좋을 그것은 바로 마음챙김, 집중, 깨달음이다.
이런 스님 말씀을 염두에 두고 내게 맞는 기도를 찾아보았다. 깨어 있는 마음으로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여 내가 외톨이가 아님을 깨닫게 해줄 기도는 무엇일까? 기도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나처럼 게을러도 늘 할 수 있는 기도는 무엇일까? 틱낫한 스님이 소개한 기도, 예를 들어 걸으며 하는 기도인 “마음은 만 갈래로 흩어지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운 길/ 평화로이 걷고 있네/ 발걸음마다 서늘한 바람 한 줄기/ 발걸음마다 한 송이 꽃”은 참 곱고 유용하지만 내겐 맞지 않는 옷 같았다. 내 머리가 이 기도를 기억하기 어려워했으니까.
궁리 끝에 최종 후보에 오른 건 두 개. 라인홀드 니부어의 기도를 손본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이 둘을 알아보는 지혜가 함께하기를”과, 예수의 기도를 손본 “부처님, 자비를 베푸소서”였다. 스님이 모든 종교는 서로 통한다 했으니 기도문을 빌려다 써도 좋을 것 같았다.
이왕이면 납작 엎드리고 싶었다. 자아가 치성(熾盛)하여 많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선택된 기도는 “부처님, 자비를 베푸소서”.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이 기도를 하며 염불하듯 ‘부처님’을 부르고, 부처님 덕이 세상에서 두루 드러나기를 염원하며 ‘자비를 베푸소서’ 한다.
틱낫한 스님 책을 편집한 덕분에 기도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어졌고, 실천하고 있다. 불교 공부란 ‘아는’ 공부가 아닌 ‘되는’ 공부이니, 스님 글 읽고 진짜 ‘불교 공부’가 된 셈이다. 이쯤 되면 ‘자비’의 절반은 이미 이뤄졌다고 봐도 되겠지.
기도가 이제 막 삶으로 들어왔다 <틱낫한 기도의 힘>
- 이기선
- 승인 2017.05.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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