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 달리기, 페이스 -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
월요일이 오면 나는 자주 회사에 나가기가 꺼려진다. 그런 날에는 출근해서도 틈만 나면 시계를 흘끔거리고 이 일 저 일 기웃거리다 하루를 마치고선 자책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가끔, 오후의 졸음을 넘기고 나서 자연스레 일에 스며들 때가 있다. 무슨 특별한 조치를 취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만사 포기하고 그저 일을 하다 보면 그렇게 되는 순간이 오곤 한다.
얼마 전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를 알아야 부끄럽지 않은 책을 만들 수 있겠다는 책임감 비슷한 것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한 번에 4킬로미터 정도 천천히 달렸다. 오랜만에 달리는 거라 처음에는 걷듯이 달렸는데, 신기하게도 달리다 보면 잘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월요일에 어쩌다 일이 잘되는 날, 내친 김에 야근까지 밀어붙인다. 그러면 어느 순간 어깨가 아파 오는데, 그걸 참고 일을 하면 꼭 다음 날 일을 못한다. 달리기가 잘되는 날, 이때다 싶어 계속 뛰다 보면 무릎에서 이상한 느낌이 오는데, 그걸 참고 계속 달리면 꼭 일주일 정도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겹다.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을 편집하면서 나는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부상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용기의 발현이다.”
일을 계속하고 달리기를 계속하는 게 용기였을까, 아니면 느낌이 왔을 때 멈추는 게 용기였을까? 달리기광으로 유명한 작가 김연수는 집 근처 호수공원을 달리다가 한 노인에게서 매일 달리는 비법을 전수받는다. “이어폰을 귀에서 뽑아내시지… 자네는 자네처럼 달려야만 해. 다른 누구처럼 달릴 수 없어. 그걸 우리는 페이스라고 말하지.”
누군가 우리에게 말한다. 걷지 말고 뛰라고, 천천히 뛰지 말고 빨리 뛰라고. 그 말을 따라 하다가 잠깐 뛰고 오래 멈춘 적이 많다. 그냥 걸을 때보다 더 못 갔을뿐더러 뛰는 내내 괴롭기만 했다. 그때 알았다. 내 페이스로 걷고 달리고 일해야 한다는 걸.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 속에 그에 대한 적잖은 힌트가 들어 있다.
- 이기선(불광출판사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