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같은 절, 사부대중이 함께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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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같은 절, 사부대중이 함께 만들어 갑니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8.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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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불교회관 주지 일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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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법회에 왔을 때 주지스님께서 제 두 손을 꼭 잡아서 다정하게 말씀해주셨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남습니다. 스님은 편해요. 그게 좋아요.”(신영선, 신도회 부회장) “신도들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게, 이곳에 오면 언제든지 스님이 계시다는 겁니다. 스님은 늘 절에 계세요. 그래서 믿음이 생기죠. 항상 변함없이 신도들 옆에 계시니까요. 신도들은 여기가 너무 편해요.”(이숙자, 신도회 회장)


인천불교회관 주지 일지 스님은 수줍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이구, 나는 아무 힘도 없고, 말도 잘 못하고, 교리에 해박하지도 않아요. 신도님들과 주변에서 다 도와주고 그 힘으로 된 겁니다.” 스님은 인천불교회관을 인천지역 중심 도량으로 성장시킨 가장 큰 주역으로 신도들을 꼽았다. 그런데 신도들은 “스님의 원력이 인천불교회관을 키웠다.”고 했다. 스님과 신도님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둘 다 맞다. 인천불교회관은 스님의 원력이 기본 동력이고, 신도들이 모두 힘을 모아 이룬 결과다. 



| 또 하나의 집, 인천불교회관
인천 올림픽공원,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중앙공원, 인천지방경찰청, 롯데백화점, 지하철 예술회관역. 모두 인천불교회관에서 반경 200미터 안에 있다. 도심의 최중심지에 인천 불자들의 사랑방인 인천불교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심포교로는 최적의 장소다. 그래서인지 신도들은 개인적 일을 마치면 버릇처럼 산보하듯 이곳을 찾는다. 사찰이고, 쉼터다. 화나는 일이 있거나, 마음이 어지러우면 발길은 어느새 인천불교회관으로 향한다. 법당에서 부처님 바라보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또 신도님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면 어느새 나를 돌아보게 된다. 주지 일지 스님은 ‘엄마 미소’로 기꺼이 대화상대가 되어준다. 신도들은 인천불교회관이 또 하나의 집이다. 


1979년 당시 서울불교청년회에서 활동했던 24세 여성이 전남 강진 옥련사에 잠시 몸을 쉬기 위해 들렀다. 옥련사 주지 경희 스님은 이 꽃 같은 여성에게 『초발심자경문』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한 자 한 자 읽어가면서 뜻을 익혔다. 읽기가 수월해지자 이제는 베껴 썼다. 읽고 베끼길 수백 번을 반복하자 글자가 가슴에 박혔다. 가난한 절이었다. 밥 한 공기와 반찬 한두 첩이 전부였다. 행복했다. 공부하는 맛은 궁핍함도 넘어 갔다. 출가는 예정된 길이었다. 그렇게 공부한 『초발심자경문』은 이후 스님을 밀고 가는 큰 힘이 되었다. 지금도 신도들과 기본교육을 할 때 이 『초발심자경문』에 새겨진 문장을 읽어준다. 스님은 “저는 지금도 그때의 느낌이 있어서 읽어주는데 다른 분들은 안 그런가 봐요.” 하며 웃었다. 경전은 머리가 아닌, 삶으로 반복해 읽어야 울림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님은 신도님들이 경전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든다. 재정이 어려워도 경에 밝은 스님들에게 법문을 꾸준히 요청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신도님들이 경전을 배우고, 부처님 법을 지속해서 배우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래야 일상에서도 항상 자신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도 기본교육은 제가 직접 맡습니다. 교육이야말로 우리 신도들이 부처님 제자로 살아갈 수 있는 기본 바탕입니다. 기본교육 이후에는 신도들이 지속적으로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원칙은 개원 이후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올해 백중에도 입재와 회향 법문을 일지 스님이 하고, 초재부터 6재까지는 월호 스님(행불선원 선원장), 지원 스님(조계종 포교원장), 혜국 스님(석종사 금봉선원장), 해주 스님(동국대 정각원장), 월탄 스님(조계종 원로의원), 법산 스님(남해 학림사 회주) 등을 초청해 법석을 마련한다. 매주 일요일에는 보각 스님의 법문도 이어진다. 벌써 오랜 인연들이다. 불교계에서 법문 잘 하는 스님들은 한번쯤 인천불교회관에서 신도들에게 법문했다. 일지 스님은 신도들이 매달 좋은 법문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것이 당신의 중요한 역할이다. 



| 스님의 원력, 신도의 자발적 참여
인천불교회관은 2004년 4월 10일 개원했다. 올해로 11년째이다. 인천불교회관은 개원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인천지역 전법도량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지 일지 스님이 인천 마하연포교원을 인천불교회관으로 옮기면서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개원했기 때문이다. 재정이 부족해 건물 뼈대만 남겨둔 채 3년을 버틴 것은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다.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했다. 건강도 나빠졌지만 인천지역 전법에 대한 원력으로 견뎠다. 무엇보다 신도 대중들에게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출가자로서 밥값했는지 스스로 엄중하게 물었다. 스님 스스로 견뎌냈지만, 스님을 견디게 만든 사람들은 신도들이다. 그만큼 인천불교회관은 스님의 원력과 신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은 인천지역 5천여 가구가 인천불교회관에 등록되어 있으며, 초하루 법회에 300여 명의 신도가 함께하고 있다. 인천지역이 불교세가 약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에, 10여 년만에 이렇게 성장한 것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단순히 도심에 자리 잡고 있기에 그럴까?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계속 노력하고 신도님들과 함께 풀어가는 것이 답이죠. 인천불교회관에 주지 역할은 많지 않아요. 물론 제가 맡을 수 있는 일은 하는데, 다 할 수 없어요. 특히 각종 단체법회와 모임 활동은 자발적으로 합니다. 절에서 공간을 제공하면, 각 법회장과 모임에서 스스로 법회날짜도 정하고, 모임도 정합니다. 또 제가 주요한 날에 법문은 하지만, 신도들에게 좀 더 지혜로운 법문을 들려주려고 눈 밝은 스님들께 법문을 요청합니다. 아마 그런 법문을 듣고 배워서 신도님들이 더 신행에 열심이고, 생활도 밝은 것 같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 이미 답을 알고 있으나, 의지를 갖고 꾸준하게 실천하지 못한 것일 뿐. 일지 스님은 마하연포교원 시절에도 신도들을 위한 법회는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았다. 신도들에게 늘 새로운 법문을 들려주고,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해 가장 먼저 재정을 썼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절에 올 수 있도록 승합차를 배치해 운행했다. 무엇보다 꾸준하게 했다. 1명이라도 요청하면 승합차가 출발했다. 그 때 그 신실함은 인천불교회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 결과 지금은 매월 8회의 정기법회, 15개의 신행단체 법회와 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신행단체 법회와 모임은 자발성을 기초로 움직인다. 회칙과 자체 회비를 통해 운영한다. 자발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살려둔다. 그래야 일이 된다. 문제가 있다면 각 구성원들 스스로 해결한다. 사찰에서는 1년에 2회 감사만 진행한다. 


인천불교회관 운영에 가장 주목되는 점은 사찰운영위원회다. 개원 당시부터 공식 운영하고 있어, 이제는 별스런 일이 아니다. 그만큼 사찰운영에서 신도의 참여는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사찰운영위원회 위원들은 각 법회 장과 모임단체 장이 중심이 된다. 인천불교회관에서 진행되는 모든 계획과 행사는 월 1회 열리는 사찰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당연히 사찰 재정이 100% 공개되며, 그 쓰임새가 낱낱이 드러난다. 물론 여기에 주지스님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한 번은 사찰운영위원회에서 저에게 지출을 좀 줄이라고 했어요. 절에서 쓸 곳이 워낙 많다보니, 제가 쓰는 것을 좀 줄이라는 거예요. 에구, 그래서 제가 주지로서 쓸 곳도 있어서 좀 어렵다고 했더니, 그래도 줄이라는 겁니다.”


스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그만큼 믿었다. 믿지 않을 수 없다. 그 신뢰는 활동 속에서 확인된다. 불화반은 국전에 4명이 입선하였고, 무용반은 각종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지장회는 염불봉사단 활동이 꾸준하고, 세심다회는 일반인들에게 차 시연대회를 매년 갖는다. 108산사 순례에는 매월 200여 명이 참여한다. 합창단, 풍물단, 산악회, 봉사단, 종이접기반 등이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어린이법회, 청소년법회, 청년회법회도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이 온라인에서도 카페나 밴드를 통해 이어지면서 인천불교회관을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 신도들에게 인천불교회관이 집 같은 곳이 된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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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일도 여럿이 모이면 큰 힘
인천불교회관 재정은 넉넉한가? 그렇지 않다. 빚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나눔의 장은 꾸준하게 이어졌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나눔을 실천한 곳을 보자. 


△구월동 자치센터 불우이웃돕기 공양미 전달 △동국대병원 향, 초 보시 △전국 10여 곳 사찰 향, 초, 의류, 보시금 전달 △관내 지역 공양미와 의류 보시 △소쩍새 마을 보시금과 의류 전달 △전국 군법당 간식 지원, 보시금 전달 △초중고 학생 매달 장학금 전달 △로터스 월드 및 불교관련 단체 지원 △종단 군법당, 동국대 역경원, BBS 불교방송 후원금 매월보시 △사단법인 구미 꿈을 이루는 사람들 지원 △승가원 매월 보시 


이것이 이제 개원 11년차 사찰의 나눔 활동이다. 비교적 금액이 큰 것만 뽑았지만, 작은 보시 활동은 더 많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인데 이렇게까지 나누어도 괜찮은가? 이미 인천불교회관 인근에 청소년불자들을 위해 지하1층 지상 3층의 청소년문화원을 개원했고, 그 빚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스님은 나눔은 불자라면 작은 것이라도 늘 일상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불교회관 신도들은 형편에 맞게 나눔을 실천한다. 이런 힘을 스님은 ‘개미운력’이라고 표현했다. 


“항상 작은 일도 여러 사람이 모이면 큰 힘이 됩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고 하잖아요. 우리 인천불교회관이 딱 그렇습니다. 우리는 큰 시주하는 분들 없어요. 정말 작은 정성들이 하나하나 모이고, 쌓입니다. ‘개미운력’이죠. 작은 힘들이 모여 큰일을 해냅니다.”


스님이 가장 챙기는 것은 아무래도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개원 당시부터 인천불교회관 1층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개방했다. 아이들이 언제라도 들어와 함께 놀고, 책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인근에 청소년문화원을 새롭게 개원한 것도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지하에 방음시설을 갖추어 아이들이 드럼도 치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도록 했다. 절에서 마련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함께 놀고, 이야기하며 웃는 모습이 좋다. 이 아이들에게 불교라는 작은 인연을 맺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이런 마음 때문인지, 20년 전 마하연포교원에서 맺은 아이들과의 인연은 성인이 되어, 그 자녀가 다시 인연을 맺기도 한다. 지금도 인천불교회관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매년 4천만 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한다. 단일 부문 예산으로는 최고다. 그만큼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스님의 애정이 드러난다.  


이제 인천불교회관은 사부대중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모습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일지 스님은 신도들에게 인천불교회관 대부분의 관리 운영을 맡긴 상태다. 그러면서 중심을 잃지 않고, 비구니 스님 특유의 자애감으로 리더십을 보여준다. 스님께 신도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런 답변이 나왔다. 


“신행인데요. 우리가 부처님을 믿는다는 것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부지런히 부처님 법을 배워야 해요. 부지런히 정진하는 것 말고 답이 없어요. 행복해지려면 그래야 해요. 무엇보다 절에 자주 나와야죠. 너무 좋잖아요.(웃음)”



일지 스님
1979년 전남 강진 옥련사에서 경희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80년 도갑사에서 법천 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1987년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1982년 해인사 삼선암에서 하안거를 시작으로 수차례 안거했다. 1987년 운문사승가대학, 1993년 중앙승가대학교(사회복지학)를 졸업하고 1993년에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4년 인천 능인사 주지로 인천지역 포교를 시작했고, 1997년에는 인천 마하연포교원 주지, 2004년 ‘조계종 전법도량’인 인천불교회관을 건립해 현재까지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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