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하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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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하면 행복하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1.11.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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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교수의 행복심리학/명상을 통한 행복-마음챙김2

먹고 마시고 걷는 일상 속에서의 수행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고요히 하는 집중명상은 훌륭한 명상이지만, 일을 하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할 수는 없다. 만약 아침과 저녁에 조용히 앉아 명상을 할 때만 수행을 하고 일상생활은 조금도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수행이라기보다 취미생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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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내서 보름이고 한 달이고 한적한 장소에 가서 집중적인 수행을 하며 신비한 체험을 하거나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경험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서 가족과 부딪히고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다시 집중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만을 고대하고 있다면, 그 수행은 여름휴가로 멋진 바다가 있는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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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은 매일 매일의 구체적인 삶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자신의 일에서, 매일 눈 뜨면 만나는 가족과의 일상생활에서, 직장동료와의 상호작용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사람과의 인사에서, 커피 전문점 종업원과의 몇 마디 대화에서, 먹고 마시고 이 닦고 걷는 일상의 행위에서 수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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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명상이 다른 명상과 비교해서 갖는 장점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일상의 활동을 하며 제3자의 눈으로 자신과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해 깊은 통찰을 가져다주며 행복을 증진시켜 준다.
그러나 마음챙김 수행의 초기에는 마음챙김의 힘이나 기술이 충분하지 못해서 마음과 떨어져보지 못하고
그 속으로 딸려 들어가게 되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짜증, , 불안, 우울 등 부정적인 정서가 강하게 올라올 때는 조건화된 반응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나서 마음챙김을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 이럴 때는 항복과 함께 마음챙김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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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을 통한 생각 내려놓기
항복한다는 것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특히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저항하지 않고 허용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일이 나의 욕구대로 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나의 기준만으로 세상에 대해 판단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항복한다는 것이 마음챙김과 다른 것이 아니다. 마음챙김은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고 바라보는 것이다.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는다는 것에 항복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항복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상황을 수용하지 않고 저항하는 에고(ego)의 존재가 좀 더 분명해진다. 결국 항복한다는 것은 에고의 항복을 의미한다. 내 뜻대로 내 욕구대로 하려는 마음이 항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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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한다는 것은 하심(下心)을 닦는 것이고 거스르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럴 수도 있지혹은 그래도 돼라고 말하는 것이며 내키지 않지만 해야 하는 상황에서 라고 말하는 것이다. 항복은 억지로 마지못해서가 아니고 기꺼이 하는 것이다. 수행의 동기가 갖춰진 사람들은 에고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동기가 강하기 때문에 기꺼이 에고의 항복을 받아내려고 하게 되므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부정적 반응의 연쇄에 빠지지 않고 마음챙김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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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상황에 내가 항복하는 것이 곧 에고를 항복시키는 것임을 알므로 수행의 동기가 충족되는 은근한 즐거움이 있어 이것이 수행을 지속시키는 힘이 되어준다. 수행의 동기 역시 에고의 작용이라고 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수행의 동기는 에고를 약화시키고 그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다스리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방법이고 열로 열을 다스리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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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항복과 함께 마음챙김을 수행하면, 에고를 항복시키려는 수행의 동기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올라오는 에고의 실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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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가 발동하는 순간, “항복하라

직장후배가 나의 인사를 받지 않고 지나갈 때 항복한다. 화가 나든 혹은 침울해지든 부정적 정서에 휩싸일 때 그 순간 에고가 올라온 것이다. 그 상황에 항복한다. 내가 인사하면 상대방은 반드시 내 인사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 즉 에고의 항복을 받는다.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인사했을 때 반드시 내 인사를 받지 않아도 돼.’라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과정 전체를 마음챙김한다. ‘직장후배가 나의 인사를 받지 않고 지나가서 마음에 화가 나타났구나.’ 혹은 직장후배가 나의 인사를 받지 않고 지나가서 마음에 침울함이 나타났구나.’라고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본다. 그뿐이다. 더 이상의 전투를 벌이지 않고 항복할 때 화든 침울함이든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고 사라진다. 화든 침울함이든 나의 의식 공간 내에 일어나고 사라지는 구름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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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양말을 또 뒤집어 벗어놓은 것을 보았을 때 항복한다. 짜증이 확 올라오는 순간 바로 그때 에고가 올라왔음을 마음챙김하고 그 상황에 항복한다. ‘그래도 돼.’,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을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인다. 그것이 바로 에고의 항복을 받는 것이다. 양말은 바로 벗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나의 생각일 뿐이지만 그 생각을 나, 즉 에고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남편이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으면 에고가 발동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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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깜빡이도 없이 끼어드는 차를 만날 때 항복한다. 화가 나고 비난을 할 때 바로 그때 에고가 올라왔음을 마음챙김하고 곧바로 에고의 항복을 받는다. 속으로 혹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밖으로 소리 내서 항복이라고 소리쳐도 좋다. ‘그럴 수도 있다. 도로에서 깜빡이 없이 끼어들 수도 있다.’라고 받아들인다. 항복과 마음챙김을 못하고 내키는 대로 화를 내고 비난을 하게 된다면 라고 하는 존재감이 매우 분명해지고 이 과정에서 에고는 더욱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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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사하면 상대방은 반드시 내 인사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 어디 있는가? 양말은 항상 바로 벗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 어디 있는 가? 도로에서 깜빡이 없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가 어디 있는 가? 단지 생각일 뿐이다. 그런데 그 생각에 동일시할 때 가 붙는다. 우리 마음속에는 수많은 생각에 가 붙어있다. 그러나 마음챙김해서 보면 단지 생각일 뿐이다. 그러니 그러한 참나라 할 수 없는데 의 역할을 하니 에고라고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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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수행의 즐거움
수행이란 에고의 항복을 받는 것이다. 에고를 조복(調伏)받는 것이다. 에고가 결코 참나가 아님을 알고 그것의 항복을 받는 것이다. 사실 항복한다는 것은 내가 항복하고 내가 항복받는 것이다. , 에고로서의 내가 참나로서의 나에 게 항복하는 것이다. 오히려 항복을 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에고에 굴복하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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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이란 자기 멋대로 오만하게 살다가 드디어 더는 어쩔 수 없어서 처절하게 절대자에게 항복한다는 식의 드라마틱한 항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한 순간의 항복으로 그 전과 그 후가 180도 달라지는 그런 항복도 있지만 드문 일이다. 항복과 함께 마음챙김하는 수행은 일상생활에서 작은 일들에서부터 조금씩 꾸준히 에고의 항복을 실천하는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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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회초리를 한 번에 꺾을 수는 없지만 하나씩 꺾으면 모두 꺾을 수 있다. 우리 마음 안에는 수많은 에고가 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러고 싶다, 저러고 싶다. 수많은 에고가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가 상황에 맞춰 출몰한다. 그러나 수행의 동기를 가지고 올라오는 에고마다 항복받으며 마음챙김하는 것은 생활 속 수행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다만 머무른 바 없이 마음을 낼 뿐이다(應無所住而生其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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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현재 한국건강심리학회 회장, 대한스트레스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 조금 더 행복해지기, 스트레스는 나의 스승이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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