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영혼을 깨우는 짜릿한 감동
상태바
나눔, 영혼을 깨우는 짜릿한 감동
  • 관리자
  • 승인 2009.09.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캄보디아 BWC 화엄다목적센터 기공식
▲ 성관 스님, 자승 스님, 분타릇 부주지사, 엄원재 캄보디아 대사관 서기관 등이 BWC 화엄다목적 센터의 기공식 첫 삽을 뜨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섯 시간 반이면 캄보디아의 어느 도시에 닿는다. 1천 년 전 앙코르제국을 건설해 인도차이나를 호령했던 이들의 수도였을 시엠립. 그곳에서 버스로 2,30분 거리에는 그들이 남긴 찬란한 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가 있다.
그러한 과거의 영화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는 프랑스 식민통치, 태국·미국·베트남의 잇단 침공, 30여 년에 걸친 내전으로 점철된 고난의 현대사를 통과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의 캄보디아는 참혹한 기아와 질병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문맹률 70%, 영유아 사망률 14%, 전체 인구 가운데 하루 소득 1달러 미만인 인구의 비율 60%. 불과 50여 년 전 한국전쟁 당시 굶주림 속에서 죽어가던 우리에게 식량을 보내주었을 정도로 살림이 넉넉했던 캄보디아의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그곳에서 지난 7월 7일 BWC 화엄다목적센터 기공식이 열렸다. 조계종 종책모임 화엄회(회장 도공 스님)가 시엠립에 위치한 (사)로터스월드(이사장 성관 스님)의 BWC(Beautiful World of Cambodia : 캄보디아 아름다운 세상) 아동센터에 주민들을 위한 의료와 복지, 선 체험 공간으로 사용될 다목적 시설을 건립하기로 하고 그 첫 삽을 뜬 것이다.
▲ 빈민촌 가는 길, 파란 하늘을 닮아서일까, 맑고 투명한 눈빛으로 미소를 건네는 캄보디아 소녀.
BWC 아동센터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중심이 되어 2006년 11월 캄보디아 시엠립에 개원한 아동복지시설. 널찍한 교사와 숙소, 법당 마하사 등 총 12채의 건물이 캄보디아 정부에서 제공한 1만 2천여 평의 대지에 단정하게 들어서 있다. 현재 이곳에는 오랜 내전과 가난으로 인해 부모가 있어도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과 고아들 65명이 밝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BWC 아동센터는 병원과 도서관을 통해 의료와 교육 서비스까지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종합복지공간으로서 기능하고 있기도 하다. 이곳에 지어질 BWC 화엄다목적센터는 캄보디아 전통양식인 압살라 형식을 따른 연면적 144㎡ 규모의 단층 건물로 올 11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오전 10시, 남방의 뙤약볕 속에서 성관 스님의 인사말과 경과보고, 화엄회 고문이자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인 자승 스님의 격려사, 분타릇 시엠립 부주지사의 축사가 부지런히 이어졌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오전 4~5시에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캄보디아에서는 각종 행사도 오전 6시경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들의 활동시간을 한참 넘긴 시각에도 관심 있게 행사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BWC 화엄다목적센터에 대한 그들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기공식이 끝난 후 화엄회는 참석한 주민들에게 5kg짜리 쌀 800포대를 일일이 전달했다. 오후에는 인근 꼭뿌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지난 3월에 약속했던 세 칸짜리 화장실을 완공해 선물했고, 공책과 연필 등 학용품도 아울러 전달했다. 500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꼭뿌 초등학교에는 지금까지 화장실이 두 칸밖에 없었다.
▲ 깡드봉 마을에 새로 만들어진 우물
다음날 아침 화엄회는 빈민촌인 깡드봉 마을을 찾았다. 극도로 열악한 물사정 때문에 수인성 질병이 만연한 이 마을에 우물을 기증하기 위해서다. 성관 스님, 자승 스님, 종회의원 운달 스님 등이 펌프로 우물물을 퍼올리자 누런 흙탕물이 아닌 투명한 물이 쏟아져 나왔다. 주민들의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새까맣게 그을린 소년들이 물을 흠뻑 뒤집어쓰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BWC 아동센터는 시엠립에서 앙코르와트만큼 유명한 곳이 되었다. 주민들에게는 교육과 의료혜택의 구심점이 되었고, 방문객들에는 단순한 관광이나 이웃돕기가 아닌 체험과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비의 나눔을 통해 영혼을 깨우는 순례의 한 코스가 되다시피 했다.
인구의 95%가 불교신자인 캄보디아. 그 머나먼 땅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종책모임 화엄회와 (사)로터스월드의 BWC 아동센터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