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 오늘, 난 진종일 심한 외로움속에서 너의 청초한 눈망울을 지켜보고 지냈다. 분명 종일 내 얼굴에는 웃음과 상냥이 있었는데… 어쩜 위선이란 것은 사회라는 탁류를 헤쳐 나가는 필요악인지도 모르지만 인간들에 드리워져 있는 저 얇은 막을 벗기고서 그 속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을 맛보고 싶은 충동이 나를 사로잡은 것이다.
덕아! 처음 네가 수녀원에 들어간다 할 때 나의 귀중한 보물을 잃을 것만 같은 안타까움에 괴로와 했고 수녀복을 입고서 귀엽디 귀여운 널 처음 만났을 때 우린 서로 부등켜 안고 바보같이 얼마나 울었었니? 우리의 우정은 너무도 맑았고 가장 아름다운 순수함 이었기에 너의 얼굴을 본지 거의 3년이란 기간이 지나도 역시 어렵고 괴로울 땐 널 찾게 되나보다.
그때 네가 있는 수녀원엘 방문했을 때 어느 수녀님과 성당에 나가기로 손가락까지 걸었던 내가 엉뚱하게도 지금은 내 생활의 거의가 부처님의 테두리에서만 생활하고 있으니 「마리아」는 날 보고 뭐라 하실까?
너무도 우연히 나의 대학생활이 거의 불교와 인연을 맺었고 지금은 부처님의 아주 사랑스런 딸이 되고 말았으니 아무래도 난 「마리아」로서는 메울 수 없는 더 큰 공동(空洞)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덕아! 난 부처님께 나의 덕이의 행복을 빌고 있다. 덕아, 가장 이질적인 나르찌스와 고르트문트가 궁극의 목적은 같았듯이 우리의 마음은 둘일 수 없다고 확신하자. 나와 너와는 역시 둘이다.
그렇지만 부처님의 바른 지혜의 눈으로 보면 우린 영원히 헤어지지 않았고 헤어질 수도 없다. 참된 자기에 눈을 돌릴 때 우린 영원한 우린 것을 아는 것이란다. 난 지금 이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나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나의 「덕」이의 행복을, 바른 깨달음을, 충만한 축복을 빈다.
[푸른 골짜기] 멀리 있는 벗이여
- 김선금
- 승인 200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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